김순이 수필가, 소나무5길문학회.

암술, 수술, 꽃잎, 꽃받침을 모두 가지고 있는 꽃을 갖춘꽃이라고 한다. 여기서 하나라도 없으면 안갖춘꽃이라고 한다. 세상에는 여러 꽃이 있다. 나는 한 번도 갖춘꽃인지 안갖춘꽃인지 분류해보지 않았다. 내가 꽃이라면 나는 분명 안갖춘꽃에 속할 것이다. 부족함이 많은 사람이니까.

올해는 우리 집에 새 식구가 들어왔다. 마치 새봄이 찾아온 듯 화사하고 따스하다. 그가 오면 우리는 어떤 질문을 할 것인가 남편과 의논을 해두었다. 깨끗한 옷차림에 덩치가 있는 사람이었다. 부모님은 계시느냐는 물음을 먼저 했다. 그리고 직장을 물어보았고, 결혼하면 집은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의례적인 질문이 이어졌다. 속물이라 하여도 할 수 없었다. 경제력을 파악해 본 것이다. 그의 답은 내 마음을 흡족 시키지 못했다. 나는 걱정이 앞섰다. 요즘처럼 집구하기 힘든 시기에 앞이 캄캄했다.

딸에게 교제기간은 얼마나 되었냐고 물었다. 8년째라는 답을 들었다. 8년째 이어가는 사랑 앞에 우리는 할 말이 없었다. 그래도 다시금 딸에게 결혼할 마음은 변함이 없느냐고 물었다. 딸은 ‘예’라고 즉답을 했다. 딸의 대답에 그는 어깨를 들썩이며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반대의 반자도 끄집어낼 수 없는 진실된 사랑 앞에 우리는 허락을 했다. 허락했으면 모든 것을 보듬어야 하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불편한 마음을 표현하고 말았다. 요즘 같은 세월에 어떻게 사랑만 믿고 결혼 허락을 받으러 올 수 있냐고 그에게 물었다. 그리고 다시금 말했다. 결혼은 현실이라며 속상한 마음을 내비추고 말았다. 그리고는 딸 가진 엄마로서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을 했다고 스스로를 합리화시켜버렸다.

지금 가만 생각해보니 왜 그랬을까 후회막심하다. 둘은 예식 중에 장윤정, 남진 가수의 노래 ‘당신이 좋아’를 멋들어지게 불렀다. 옆에서 한 번씩 화음을 넣는 딸의 목소리는 음치였다. 딸의 목소리가 나올 때면 하객들의 마스크 너머로 한바탕 웃음소리가 나오곤 했다. 사랑은 이런 모양일 수도 있다. 사람들의 웃음소리에 기가 죽을 만도 한데, 둘만의 박자로 쿵작쿵작 장단 맞춰 나아가는 것 말이다. 이 둘은 이렇게 맞춰가며 8년째 사랑을 이어가고 있었다. 식장은 둘의 노래로 흥겨움이 넘쳤다.

코로나19로 손님이 적을 거라는 예상과 달리 많은 분의 축복을 받으며 성황리에 결혼식을 올렸다. 주례 선생님 대신 양가 부모님들이 아이들 앞날을 축복하는 편지글을 낭독하기로 했었다. 바깥사돈의 편지글에는 ‘결혼은 사랑하는 사람과 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오래 사랑을 할 사람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는 의미 있는 글귀로 아이들의 앞날을 밝혀 주셨다.

꽃을 볼 때 갖춘꽃과 안갖춘꽃으로 분류할 일은 없다. 그냥 한 떨기 꽃으로 봐줄 뿐이다. 부족함이 보이는 안갖춘꽃이라 해도 상관없다. 갖춘꽃과 안갖춘꽃도 각자의 길을 따라 묵묵히 피고 지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의 앞날도 남과 비교하지 않는 각자의 삶을 잘 살아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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