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문화 공연
아! 김대건, 25세 젊은 나이로 순교한 한국인 최초 사제“잘 들으시오, 내가 죽는 것은 나의 천주를 위해서입니다”

배우·스태프 모두 거창성당 신도
창단공연 ‘김대건 신부’ 일대기

짧지만 뜨겁게 살다가 순교한
신부를 통해 ‘우리 삶’ 되돌아 봐

거창성당 ‘라오브라(La Obra) 성극단’이 창단공연으로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지난 13일 거창문화원 상살미홀에서 ‘아,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을 무대에 올렸다. 배우 18명과 스태프 16명이 모두 천주교 신자들로 구성되어 더욱 의미가 깊었다. <사진: 서부경남신문>

“15세의 가냘픈 소년은 어떤 심정으로 먼 길을 떠났을까. 부르튼 입술로 행낭 하나 늘여 메고 낯선 나라에서 9년이라는 파란만장의 세월을 신념 하나로 살다가 25세 젊은 나이로 순교한 청년.”

올해는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가 탄생한 지 200주년 되는 해로, 1925년 로마교황 비오 11세에 의해 복자로 선포됐고, 1984년 성인으로 추앙됐다. 2019년 11월 유네스코는 제40차 총회에서 김대건 신부를 2021년 세계기념인물로 확정했다.

지난 13일 거창문화원 상살미홀에서 한국인 최초의 사제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서 열린 연극 ‘아,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은 외로움, 쓸쓸함, 사명감과 함께 한 개인 앞에 던져진 인간적 고뇌와 역사의식이란 물음을 우리에게 던졌다.

짧았지만 뜨겁게 살았던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를 바라보며, 지금 나는 얼마나 뜨겁게 열정적으로 살아가는지 되돌아보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삶을 살겠다고 다짐해보는 시간이기도 했다.

특히 이 연극은 배우 18명(특별출연 3명 포함)과 스태프 16명이 모두 천주교 신자들로 구성되었기에 더욱 의미가 깊었다. 거창성당 설립 81주년을 맞아 지난 9월 3일 ‘라오브라(La Obra) 성극단’을 창단해 종교계는 물론 경남지역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고, 창단공연으로 한국 최초의 신부이자 순교신부인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일대기를 작품으로 올린 것이다.

거창성당 '라오브라(La Obra) 성극단’ 창단공연으로 한국 최초의 신부이자 순교신부인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일대기를 신자들이 배우로 분해 열연하고 있다. <사진: 라오브라 성극단>

이날 공연은 오후 3시, 7시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됐고 1만원의 유료공연임에도 불구하고 연극 시작 20분 전에 120석의 객석을 가득 메우며 감동으로 몰아넣었다. 상살미홀은 250석 규모이지만 거리두기로 선착순 입장이라 많은 관객들이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발길을 돌려야했다.

연극은 무겁고 진중했다. 김대건 신부의 일대기를 웅장한 스케일로 쓴 차범석 극작가의 서사극 <사막의 이슬>을 이종일 연출가가 라오브라 성극단의 형편에 맞게 각색한 만큼 기교는 버린 채 연극 본연의 정신에 충실했다.

아마추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배우들은 맡은 역할들을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가끔 매끄럽지 않은 대사들도 있었지만 70분이라는 시간이 어느새 지나갔는지 모를 만큼 배우들의 열정은 관객들로 하여금 공연에 집중하게끔 만들었다. 대사 한 마디 한 마디가 정확하게 관객들에게 전달됐고, 공연을 마친 후 일부 관객들은 희열과 감격에 겨워 흐느끼기도 했다.

그리고 극에 설치된 스크린은 효과적인 장치를 발휘했다. 70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김대건 신부의 일대기를 그려내기에는 한계를 겪을 수밖에 없었는데, 10막까지 이루어진 부분을 영상미와 해설자를 활용해 최대한 극대화했다. 객석 구석구석까지 전달된 음향도 큰 도움이 됐다.

거창성당 구성진 율리아노 신부가 정규창 요셉, 김영태 사도요한 신자와 특별출연하여 사제 서품 미사를 거행했다. 엄숙한 순간이었고, 가장 빛나는 장면이었다. <사진: 서부경남신문>

연극은 1836년 12월 2일 이 땅의 최초의 신학생 3명이 마카오로 떠나는 계획을 구체적으로 실현한 시간부터 마닐라, 만주를 거쳐 김대건 신부가 순교하는 1846년 9월 16일까지 10년간을 다루고 있다.

대사는 중간 중간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모방 신부는 천주교에 대한 박해와 감시가 심해지자 “그날이 오기를 기다리자는 건 차라리 이대로 주저앉자는 말과도 같소”라며 첫 걸음이, 실행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연극은 믿음에 대해서도 객석을 향해 질문을 던진다. “반드시 눈으로 볼 수 있고, 손으로 만질 수 있어야만 믿는다는 건 범속한 인간의 삶이지. 그러나 참된 믿음과 사랑이란 보이지 않아도 믿고, 느끼지 못해도 믿는 마음을 가지게 돼” 그것이 믿음이라고 풀어준다.

김대건 신부는 15세의 어린 나이로 고국을 떠나 선교공부를 하며 어떻게 버틸 수 있었을까. 그는 “성령의 충만이 있었을 때 만사가 이루어지는 것이고, 그 성령의 충만은 기다림에서 얻을 수 있었다”며 4년 6개월 동안 라틴어를 비롯한 신학공부를 하며 견딜 수 있었다고 되묻는다.

그 시기에 동료 최방제가 열병으로 사망했고 마카오에서 소요가 일어나 필리핀 마닐라로 잠시 피신하기도 하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1842년 2월 마카오를 떠나 조선에 입국하여 순교할 때까지 김대건 신부의 생애는 가시밭길이었다.

“어둠이 있는 곳에 찬란한 빛이 있고, 비바람을 견디어야 꽃이 피는 법. 희생이 있으므로 생명이 있고, 기다림이 있기에 그리움이 크다”는 부분에 이르러서는 짧았지만 뜨겁게 살았던 김대건 신부를 바라보며,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 했다.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순교장면. "나의 마지막 시간이 다다랐으니 잘 들으시오. 내가 외국인과 교섭한 것은 나의 종교를 위해서이고 나의 천주를 위해서입니다. 이제 내가 죽는 것도 그분을 위해서입니다. 바야흐로 내게 영원한 생명이 시작되려 합니다. 여러분도 죽은 후에 영보를 얻으려거든 천주를 믿으시오." 김대건 신부의 순교 직전 최후증언이다. <사진: 라오브라 성극단>

연극에서 가장 감격적인 순간은 제8막에서 만주를 거쳐 고국에 왔다가, 1846년 6월 다시 상해에 도착해 페레올 주교의 ‘신품성사’를 받고 마침내 우리나라 최초의 신부가 되는 역사적인 기쁨을 맛보는 순간이었다.

신부서품식은 거창성당 구성진 율리아노 신부가 정규창 요셉, 김영태 사도요한 신자와 특별출연하여 사제 서품 미사를 거행했다. 엄숙한 순간이었고, 가장 빛나는 장면이었다. 미사곡이 좀 더 길게 연주되었으면 관객들도 음미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좋았을 텐데 짧아서 아쉽기는 했다.

한국인 최초의 사제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서 열린 연극 '아,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공연을 마치고 배우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라오브라 성극단>
‘아,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공연을 마치고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기념사진을 찍었다. <사진: 라오브라 성극단>
‘아,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연극에 특별출연한 거창성당 구성진 율리아노 신부(가운데)가 배우들의 커튼콜이 끝나자 객석을 향해 관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 서부경남신문>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역을 맡은 고승환 하비에르 신자와 해설자 역을 맡은 천선옥 글로리아 신자의 역할이 단연 돋보였다. 감정선과 디테일한 묘사까지 살리기 위해 대사를 외우고 동선을 익히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 수 있었다.

모방신부 역을 맡은 임무창 시메온 사목회장과 어머니 역을 맡은 임봉순 막달레나 신자의 절제감과 절규는 애처로웠다. 장내를 숙연케 했다. 최 토마스 역 곽종권 라파엘 전 거창예총회장과 교우 역 김향란 베로니카 거창군의원의 연기도 차분하면서 울림을 주었다. 포도대장 역 최민식 베드로 극단 입체 대표의 열연과 힘은 묵직했다.

천사 역 홍순희 카타리나릿지, 노수녀 역 김신행 율리아 신자의 연기는 즐거웠다. 최 방지거 역 정종성 필립보, 리브아 신부 역 권순찬 그레그리오, 의사 역 신종수 베다, 교우 역 이영숙 글라라, 교우 역 김순옥 마르타 신자도 열연했다. 망니니 역 박범찬의 연기는 인상 깊었다.

이종일 연출가는 “김대건 신부는 인간이 만든 법을 과감히 손절하고 신념과 용기로 하느님의 법을 따르며 영생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갔던 성인이었다”며 “탐욕과 이기심으로 가득 찬 현실에 순교정신을 되새기며 그의 믿음이 이웃사랑으로 실천되길 바란다”고 연출의도를 말했다.

구성진 거창성당 신부는 “사제 김대건 안드레아는 피 흘리며 하느님을 증거한 모든 순교자들과 신앙인들을 대표하는 분이시다. 그를 기억하는 것은 영웅으로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 시대의 모든 신앙인들과 순교자들을 기리는 것이며, 이 시대의 우리도 그들처럼 살아가겠다고 다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공연은 거창성당의 모든 신자들이 제작비를 십시일반 봉헌하고, 티켓을 구매했다. ‘라오브라(La Obra) 성극단’은 스페인어로 연극·작품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연극매체를 통해 적극적으로 이웃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을 목적으로 창단됐다.

거창성당에서 성극단을 창단한 것은 한국 가톨릭계에서 흔치 않은 일로 거창국제연극제로 인한 연극도시 거창의 문화적 영향에 힘입었다고 볼 수 있다. 2022년 초 충남 당진 솔뫼성지 초청공연을 의뢰받았다.

이영철 기자  achimstory@hanmail.net

<저작권자 © 서부경남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영철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