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 세무법인 다솔 거창 대표세무사.

서양 속담에 ‘누구든지 세금과 죽음은 피할 수 없다’라는 말이 있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 벤저민 프랭클린이 한 말이다. 그 말 이면에는 죽음만큼이나 세금을 피하고 싶다는 뜻일 것이다. 사람들은 왜 이토록 세금을 내기 싫어하는 것일까? 이에 대한 답은 세금의 정의에서 찾을 수 있다. 세금이란 국가 또는 지자체가 재정수입을 목적으로 법률의 규정된 과세요건을 충족한 모든 자에게 직접적 반대급부 없이 부과하는 금전급부이다. 사람들이 세금을 내기 싫어하는 이유는 바로 ‘직접적인 반대급부가 없기’ 때문이다.

가계도 살림을 살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한 것처럼 국가도 살림을 살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이를 재정이라 하며, 재정이란 정부가 재원을 조달, 관리, 사용하는 모든 경제활동을 의미한다. 정부는 세금으로 거둬들이는 수입을 주요 재원으로 하여 국방, 외교, 치안 등 국가 유지를 위한 기본적인 역할과 경제개발, 사회복지, 교육, 과학기술 등의 국가발전을 위한 다양한 경제활동을 하게 되는데, 이때 세금을 많이 납부한 사람이 납부한 세금에 비례하여 더 많은 혜택을 받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람들이 세금을 내기 싫어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예나 지금이나 국민들이 내기 싫어하는 세금을 징수하기 위해서는 조세저항을 최소화 할 수 있는 공정한 기준이 필요한데 이것이 바로 조세법률주의다. 즉 법률에 의해서만 조세를 징수할 수 있다는 것인데 효시로 보는 것이 바로 1215년 영국의 대헌장 조문에 ‘과세는 과세당하는 자의 동의가 없으면 할 수 없다’는 규정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역사상 가장 위대한 조세정책을 시행한 왕은 바로 세종대왕이다. 1418년 왕에 오른 세종대왕은 스스로 귀족이 아닌 일반 백성들의 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한 세법을 만들기 위하여 25년 이상 조정에서 토론하고, 여론을 조사하고, 시험적으로 수 년 동안 충청·경상·전라에서 실시하여 세법을 개혁하였다. 그 결과 우리가 알고 있는 ‘전분6등법·연분9등법’의 공법이 세종 26년에 완성되었다. 현대 민주주주의 국가에서도 이만큼 민주적으로 입법하고 조세정책을 시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최근 2~3년간 부동산 가격이 ‘아주 많이’ 상승했다. 특히 주택의 경우 통계를 집계하는 기관마다 편차는 크지만 국민들이 체감으로 느끼는 주택가격의 상승세는 역대급이 아닌가 한다. 우리나라 국민이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꿈, 그것은 아마 ‘내 집 마련’일 것이다. 최근의 미친 듯한 집값상승으로 인해 이제 그 꿈은 더 이상 꿈이 아닌 절망이 되어버린 현실이 야속하다.

효율을 추구하는 자유시장 경제에서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지만, 반드시 그렇게 결정된 가격이 최선은 아니다. 그래서 정부가 경우에 따라 시장에 개입을 하게 되는데, 시장에 대한 정부의 개입이 자원의 최적배분 등 본래 의도한 결과를 가져오지 못하거나 기존의 상태를 오히려 더욱 악화시키는 경우도 있는데 이를 ‘정부실패’라고 한다.

현 정부에서 집값상승을 막기 위해 총 28회의 부동산 대책이 나왔다. 정부정책의 기본내용은 규제를 통한 공급증가이다. 시장에서 주택이 공급되는 방법은 2가지인데 신규주택이 건설되거나 아니면 기존 다주택자들이 자신들이 보유한 주택을 시장에 내놓는 것이다. 대출규제, 재산세·종부세 등의 보유세 강화, 증여주택의 취득세 강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등 규제일변도의 부동산 정책은 본래 의도와는 다르게 풍선효과와 거래절벽의 결과를 낳았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정부실패로 인해 직접적인 부동산 가격의 급등을 불러왔다는 상관관계는 아직 판단할 수 없다. 다만, 위대한 세종대왕의 조세 정치를 통하여 ‘급하게 서두르지 않는, 그래서 모든 국민을 위한 세법의 입법’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반추했으면 한다. 숨 돌릴 틈도 없이 난도질당해 누더기가 되어버린 세법으로 인한 피해는 오롯이 국민들에게 돌아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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