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옥 산청문학회, 필봉문학회 회원.

삶이란 과거와 현재, 미래를 안고 시간 위로 지나는 여행자와 같은 것이리라. 시간은 영원히 흐를 것이나 여행자는 어느 시점에서 모두를 내려놓고 조용히 대지의 맥박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유한한 인간인 우리는 저마다의 주어진 시간이 있다.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지나는 발자국마다 크고 작은 흔적들을 남기게 된다. 똑같은 시간일지라도 어떤 이는 생명을 살리는 일을 하고 어떤 이는 그와 상반되는 일을 하게 된다.

하루 24시간을 선물 받은 우리는 이른 새벽부터 동분서주하며 어떤 목표를 향하여 최선을 다하며 달린다. 시간의 어느 시점에서 다양한 형태의 일들을 만나게 되고 희로애락의 희비가 엇갈리는 묘한 상황에 처하기도 하지만 어려움을 극복해내려는 의지를 갖는다. 급격하게 변화하는 과학문명의 발달로 생활은 편리하고 이로운 점들이 많아졌지만 예의와 도리가 사라진 세상이 되어버려 생명의 소중함을 잃어버린 현실이 되고 말았다

삶의 현장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어린 아이들과 함께 하는 공간은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한다. 가정에서의 삶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저마다의 말투는 다양하다. 무심코 던진 한 마디는 그 사람의 말투에 따라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새삼 느끼게 된다. 어느 작가는 삶의 과정 속에서 ‘모든 관계는 말투’에서 시작된다고 했다. 말의 소중함을 알지만 실천하지 못하여 많은 것들을 잃고 산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고운 말을 던지는 그 시간과 차가운 말을 던지는 시간, 똑같은 시간이지만 웃음과 눈물을 만들어 낸다는 것을 무심코 흘려보내지 말아야 하리라.

초등학교 4,5학년을 대상으로 선비문화체험교실에서 내게 주어진 한 시간의 강의시간, 여러 환경 속에서 많은 것을 습득해가는 아이들에게 말의 소중함을 되새기며 편지를 직접 써보는 시간을 가졌다. 말의 태도가 올바른 모습으로 나타나기까지는 먼저 생각이 똑바로 서야하고,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것을 전했다. 잘못된 습관이 바뀌어 누군가에게 웃음을 줄 수 있다면 나의 입술에도 웃음이 일 것 같았다.

누구나 하루에도 수없이 쏟아내는 말, 그 한 마디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생각하면서 사랑하는 부모님, 선생님, 친구들,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할지라도 편지글을 통해 전할 수 있다는 것을 전했다. 실제로 편지쓰기를 했을 때, 일상 속에서 불평하며 감사하지 못한 마음들이 고스란히 들어있는 것을 보았다. 분명 그들의 마음속에는 순수의 예쁜 꽃들이 가득한데 주어진 환경의 영향으로 쉽게 드러내지 못한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편안한 마음으로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며 행복했었다. 그들이 꿈꾸는 미래의 정원에 한 송이 한 송이 예쁜 꽃을 심을 수 있도록 용기를 주며 사랑의 말을 전할 수 있도록 인도 받은 한 시간, 내 생애 가장 값진 선물이라 여겨졌다. 햇볕 쨍쨍 내리쬐는 한여름 목말라 애타는 그 누군가에게 따듯한 말 한 마디로 생수 한 잔 나눌 수 있다면 시간 여행을 떠나는 여행자의 가슴 뿌듯함이 얼마나 아름다울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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