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소설가.

새벽마다 집 근처 수영장에 간다.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한동안 수영장을 닫았다가 지금은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면서 이용하고 있다. 백신접종률이 높아지고 위드코로나로 변환되나하고 좋아했는데 다시금 확진자가 늘어서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다.

오늘새벽에 겪은 일이다. 알람소리에 잠이 깨 털모자와 목도리, 두툼한 패딩으로 몸을 감싸고 수영장으로 향했다. 카운터에서 키를 받아 탈의장으로 들어가니 부지런한 몇이 벌써 샤워 중이었다. 샤워장에 들어서자 동네 세탁소주인이 나를 보고는 소리를 빽 질렀다.

“어머! D아파트 살지 않나요?”

“네, 거기 살아요. 근데 왜요?”

“어제 그 아파트에서 코로나 확진자 나왔는데 몰랐어요?”

“모, 몰랐어요. 정말이에요?”

그 순간 나는 얼음이 돼버렸다. 어제 오후에 우리아파트에 앰뷸런스가 와서 확진자를 싣고 갔다는 거였다. 하필이면 나랑 같은 통로 4층에 사는 사람이었다. 이미 내 머리에 뜨거운 물이 쏟아지고 있었다. 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죄인처럼 서있었다. 주변에서 씻고 있던 이들이 빨리 나가달라는 눈빛으로 나를 흘깃거렸다. 나는 후다닥 씻고 입을 가린 채 탈의장으로 나왔다.

종일 직장에 있다 보니 동네소식에 깜깜했다. 그래도 아파트 내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나왔다면 저녁에 방송을 하거나 아파트입구 알림판에 적어놨을 텐데 이상했다. 찜찜한 기분으로 몸을 말리고 옷을 입는데 때마침 같은 아파트에 사는 사람이 탈의실로 들어왔다. 그이에게 혹시 우리아파트에 코로나 확진자가 나온 사실을 아는 지 물었다. 그이는 금시초문이라고 했다. 그리고는 당장 아파트관리실에 전화를 해서 확인하자고 했다. 너무 당황해서 미처 그 생각을 못 했었다.

아파트관리실에 확인해보니 그런 일이 없다고 했다. 어제 낮에 구급차가 다녀가긴 했는데 평소 지병을 앓던 환자라는 거였다. 순간적으로 안심이 되었다가 방금 샤워장에서 받은 싸늘한 눈총이 떠올라서 억울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코로나19 밀접접촉자로 오해 받아 쫓겨났으니 말이다.

몹쓸 감염증이 세상에 퍼지면서 너나 할 것 없이 힘든 나날을 살고 있다. 마스크 쓰기는 기본이고 가족친지와 이웃 간의 거리두기가 길어지면서 코로나블루가 깊어져만 간다. 무엇보다 힘든 것은 코로나19 확진자와 그 가족에게 향한 차가운 시선이다. 조심하고 또 조심한다고 하지만 비말과 호흡기를 통해 전파되다보니 나도 모르게 감염되는 경우가 있다.

그럼에도 확진자를 대하는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초기에는 확진자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그가 어딜 갔었고 누굴 만났고 무얼 먹었는지,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비난거리가 되기도 했다. 오죽하면 코로나19에 감염된 것보다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받는 게 더 고통스럽다고 했을까. 실제 주변의 싸늘한 시선을 견디지 못해 자살하는 이들도 있었다.

한파에 경호강이 꽁꽁 언 오늘새벽, 아주 잠깐이었지만 싸늘한 시선을 경험했다. 표현할 수 없게 따갑고 아팠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행여 나는 위험에 노출된 이웃에게 그런 시선을 보낸 적은 없었는지 반성했다. 이 또한 지나갈 것이다. 기나긴 겨울이 지나고 따스한 봄이 오는 것처럼…, 머잖아 세상이 맑아지고 모두가 활짝 웃을 그날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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