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이 사라지고 있다. 양봉농가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양봉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벌통에서 꿀벌이 자취를 감추는 일이 전국에서 일어나고 있다. 한국양봉협회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전국 양봉농가에서 사라진 꿀벌 봉군은 모두 39만여 개에 이른다. 대략 꿀벌 2만 마리가 1개 봉군을 이루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수개월동안 무려 80만 마리에 가까운 꿀벌이 사라진 셈이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이번 꿀벌실종현상은 해충의 일종인 꿀벌 응애와 말벌로 인한 폐사, 이상기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응애는 사양꿀·로얄젤리 생산 후 적기 방제를 하지 않은 탓이다. 일부농가는 응애류 방제 과정에서 약제를 과도하게 사용해 제대로 발육이 안 된 꿀벌이 폐사했다.

이로 인해 양봉업계는 당장 올해 꿀 농사가 걱정이다. 피해규모는 농가별로 차이가 나지만, 심한 경우 90% 이상 벌통이 비어버린 농가도 있어 벌꿀생산량이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시설 원예·과수 농가우려도 이만저만 아니다. 특히 수박·참외·딸기·멜론 등 꿀벌에 의존해 꽃가루받이(수분)를 하는 시설채소 재배농가에는 비상이 걸렸다. 수많은 꿀벌이 갑자기 사라진 탓에 꽃가루받이용 꿀벌확보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열매채소는 벌을 이용해 꽃가루받이를 하는 게 사람 손으로 하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다.

이에 국내 수박농가의 90%는 꿀벌을 이용해 꽃가루받이를 하고 있다. 참외 주산지인 경북 성주에서는 농가의 80%가 꿀벌 꽃가루받이로 친환경참외를 생산한다. 딸기·멜론 등은 물론이고 사과·자두·복숭아 등 과수농가도 마찬가지다. 작물수정을 돕는 꿀벌이 없으면 안정적인 수확을 기대하기 어렵다. 대규모 꿀벌 실종사태는 양봉농가만의 위기가 아니다. 꿀벌과 나비 등 곤충 개체수가 감소하면 식량과 채소·종자 생산에 타격이 올 수밖에 없다.

이처럼 농업분야에서 꿀벌의 역할이 중요한 만큼 꿀벌 관리를 더 이상 양봉농가에만 맡겨선 안 될 일이다. 관계당국은 지속적인 조사·분석을 통해 꿀벌 실종의 원인을 보다 명확히 밝히고 회생대책을 세워야 한다. 건강한 꿀벌의 육성과 관리는 단순한 농가 소득원이 아니라 우리 농업과 생태계를 지키는 파수꾼 같은 존재란 점에서 이상기후 상시화에 대비해 효과적인 관리와 병충해 예방법을 적극 개발·보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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