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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사는 남자
임윤교 수필가.

이웃집 남자는 자주 꽃을 산다. 시내에 단골로 다니는 꽃가게가 있다고 들었다. 에누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는데 오늘도 한참 실랑이를 벌렸다고 한다. 꽃집 여사장이 ‘아이구, 이런 날나리 아저씨’라며 농을 건넨다고 하는 걸 보아 예사 단골이 아닌 듯하다. 하고 많은 꽃집을 놔두고 일부러 시내까지 차를 몰고 갈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으리라.

꽃집 사장님은 왜 단골손님을 ‘날라리’라고 표현했을까. 내가 보는 견해로는 밝고 장난기 많은 손님이라서 서로 격의 없는 사이가 된 것 같다. 먼 거리를 달려 그 꽃집으로 가는 이유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모든 것이 대변해 주고 있다. 꽃집 주인과 구매자의 신분이 아니라 언제부턴가 막역한 사이가 되어버린 것이다. 나에게도 그런 곳이 몇 군데 있기에 느낌으로 알 것도 같다.

그 남자는 한아름도 아닌 대략 서너 송이쯤 되는 꽃을 매번 사들고 집으로 돌아온다. 일주일에 한번 꼴로 꽃을 사들이는 걸로 알고 있다. 예전에 직장생활 할 때 역한 냄새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는 말을 들었다. 음식물쓰레기 수거를 전담하는 환경과에 소속되어 일했다 하니 수긍이 간다. 그이가 꽃에 집착하는 것은 그 때문이 아닐까. 아니면 행여 홀아비냄새라도 날까봐 아예 꽃향기로 연막을 치려는 것일까. 아무튼 내 주변에서는 좀체 보기 드문 사람이라는 생각을 한다.

지난해 늦가을 무렵이었다. 그 남자분이 우리 집에 국화 화분을 들고 왔다. 노란 국화인데 향기가 좋았고 튼실해 보였다. 이웃집에도 같은 국화 화분을 나눠줬다고 웃음 띤 얼굴로 말했다. 난데없이 불쑥 화분을 선물 받으니 기분이 얼떨떨하였다. 곰곰이 생각해봐도 쓴 커피 한 번 대접한 일이 없고 보니 미안하기만 했다.

집안에 꽃을 들이니 분위기가 환해졌다. 이 꽃을 선물하기 위해 또 얼마나 꽃 가게 주인과 실랑이를 벌였을까 싶어 피식 웃음이 나왔다. 여러 번 감사한 마음을 표현했지만 자꾸 뒤가 켕겼다. 그이와 이웃해 살면서 무덤덤하게 지내왔는데 생각지도 않은 꽃 선물이라니 미안하기 짝이 없었다.

그는 아마 가족 없이 휑하기만 한 집안이 싫어 강아지를 키우고 꽃을 사서 나르는지 모른다. 또한 우리 집까지 그 국화향기를 전하러 지갑을 열었을 터인데 보답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곰곰이 생각해 봐도 묘안이 떠오르지 않았다.

국화 화분을 잘 관리했다가 올봄에 새 줄기가 나오면 이식하여 대국으로 키워 볼까 생각했다. 국화가 필 때쯤 몇 송이 꺾어서 다시 내가 선물하면 어떨까 싶었다. 그러다보니 머릿속이 꽃으로 가득해졌다. 꽃을 사는 남자가 이웃해 있어 향기 있고 넉넉한 나날이다.

서부경남신문  newsnur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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