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은 천심이다. 민심을 추스르는 정치가 항상 겸허한 자세로 펼쳐져야 하는 까닭이 바로 거기에 있다. 승패로 운명을 달리한 정치인 또는 그 지망생들은 자신들의 거동을 다시 살펴봐야 할 때이다. 민심의 소리는 낮았지만 행동은 단호하고 굵었다. 항상 자상하게 살펴주지 않으면 민심은 돌아선다.

말로는 국민만 쳐다보며 가겠다고 민심을 자주 떠올리면서 민심에 부실했던 후보들은 이번에 고배를 마셨다. 지역연고에 등을 돌리지 않으리라는 믿음 때문에, 공천을 받았기 때문에 민심을 소홀히 했던 후보들의 몰락에서 생생한 교훈을 얻어야 한다. 그런 교훈이자 악몽은 언제라도 되풀이 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국민들은 선거를 통해 정치인들의 행적을 삼판하고 앞으로 나아갈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한다. 따라서 각 정당과 정치인들은 이번 선거결과로 드러난 민심에 따라 겸허하게 과거를 반성하고 새로운 앞날을 설계해야 한다.

우리 서부경남 4개 지역의 이번 선거는 정책대결보다 네거티브 경쟁이었다. 경선배제를 두고 벌린 불공정의 공방이었다. 선거결과를 놓고 볼 때 군수당선자는 국민의힘 3명, 무소속 1명이다. 보수성향이 짙은 지역에서 그것도 대통령취임 22일 만에 실시된 허니문 선거임을 감안하면 여당인 국민의힘은 충격이 클 것이다. 더군다나 조그만 농촌에 여당의 당대표를 비롯해 중앙당의 거물급들이 대거 응원을 하였음에도 무소속에게 패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거창·함양·산청·합천 군의원 당선자 중에는 아슬아슬하게 승리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한 곳이 많았다는 점에서 여당은 느끼는 바가 많을 것이다. 무엇보다 공천에 문제가 있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공천자가 비록 현역이라고는 하지만, 선거 때마다 입당과 탈당을 수없이 반복해온 철새임에도 민심과 달리 공천하면서 결과는 어느 정도 예상되었다. 유권자의 엄중한 심판이었다.

함양군수의 경우, 공당인 여당의 공천자보다 컷오프된 무소속 후보자가 선택받은 상황은 정치권의 변화를 요구하는 민의를 대변한다고 하겠다. 예비후보자 모두를 경선 시켰다면, 타당의 후보자가 없는 상태에서 무투표당선이란 결과도 도출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어떤 이유로든 민심을 어떤 틀속에 넣고 보아서는 안 된다. 국민은 터무니없는 중우(衆愚)정치의 대상이 되기를 거부한지 오래다.

이제 심판은 끝났다. 우리는 일상으로 서둘러 돌아가야 한다. 선거는 얼마간 반목과 분열의 측면을 지닌다. 이제는 그 상처를 어루만지고 굳건하게 사회통합의 원점으로 돌아가야 한다. 유권자도 정치인도 우리가 받들어야 할 도덕적 기준과 사회의 성숙도를 한 단계 높이도록 매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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