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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여년 이어온 당산마을 ‘여왕의 날’

1974년 시작된 마을의 오랜전통
모내기 마친 후 부인들 노고위로
삭막한 시대 화목한 분위기 조성

거창군 북상면 당산마을 ‘여왕의 날’ 행사. 지난 1974년 처음 시작해 50여 년간 이어져오고 있다. <사진: 거창군>

50여 년째 이어져 오는 여왕의 날. 이날 하루만큼은 마을의 남자들이 고생하는 부인을 위해 밥 짓고 빨래하며 여성분들을 여왕으로 모시는 날이다.

거창군 북상면 당산마을은 13일 여왕의 날 행사를 진행했다. 지난 1974년 처음 시작됐다가 코로나19로 인해 2018년을 마지막으로 개최하고 4년 만에 다시 열렸다. 횟수로 따져도 48년째 이어져오는 마을의 전통행사이다.

특히 올해는 유례없는 극심한 가뭄 뒤 마을 모내기를 무사히 마친 후 마련된 자리라 더욱 특별한 의미가 담겼다.

여왕의 날이란 마을의 남자들이 모내기를 마친 후 당산마을 뒤편 다람재 골짜기에서 부인들에게 하루 동안 식사 등 모든 시중을 들어주며 부인들의 노고를 위로하는 뜻으로 갖기 시작한 행사로 30여명이, 부인들을 포함한 35가구 60여명의 주민들을 위해 잔칫상을 준비했다.

머리가 희끗한 할아버지들이 할머니들에게 올릴 다양한 음식을 장만하느라 앞치마를 두르고 진땀을 흘리는 모습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잔잔한 감동을 전하고 있다. 평생을 고생한 부인네들은 이날만큼은 남편이 지어주는 식사를 하고 종일 편하게 쉬면서 여왕처럼 지내게 된다. 이 같은 전통 덕분인지 부부간에 금실도 좋아지고 삭막해져가는 시대에 가족 중심의 화목한 지역사회 분위기 조성에 밑거름이 되고 있다.

현병석 이장은 “그동안 코로나와 가뭄까지 힘든 시간을 견뎌내고 이렇게 주민 여러분과 함께 집안일과 농사일로 고생한 아내들을 위한 날을 보낼 수 있어 정말 기쁘고 다행이다”고 말했다.

마을 부녀회도 “1년에 한번 하는 행사지만 마을 남자들이 마을 부녀자들을 여왕으로 모시는 행사를 매년 열어 힘든 농사일로 쌓인 스트레스가 풀리고 삶의 활력소가 된다”고 자랑스러워했다.

문재식 북상면장은 “50여 년간 여왕의 날이 이어져 올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아내들을 위하는 남편들의 사랑 덕분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당산마을의 오랜 전통인 여왕의 날이 부부의 사랑과 함께 계속 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영철 기자  achimstor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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