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준조 산청지리산도서관 글쓰기 회원.

그 남자와 중매로 만나 함께 살아 온지 40여년이 훌쩍 넘었지만 지금까지도 지지고 볶으며 살고 있다. 성장과정도 다르고 성향도 다르니 안 맞을 수밖에…. 그래서 부부라고 누군가는 말한다.

나는 깔끔한 것을 좋아한다. 우리집 그 남자는 남 보기에 좀 거시기해도 자기가 편안하면 되는 사람이다. 나는 식사시간과 취침시간은 정한대로 규칙적이어야 하고 그 남자는 하던 일을 마무리하고 먹어야 하는 사람이다. 우린 여기서도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다.

그 남자는 하고 싶은 일은 밤에도 하는 사람이다. 나는 해가 지면 무슨 일이든 멈추고 내일을 위해 쉼을 중시하는 편이다. 요행이도 식성은 비슷해서 내가 만든 요리는 무엇이든 좋아한다. 거기다 잘 먹었다는 인사는 빠지지 않고 하는 우리집 그 남자!

세월이 한참 지난 이야기다.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던 큰아들이 잠시 집에 다녀오겠다고 했다. 너무 좋아 무엇을 해서 먹이나 고민하다가 아들이 좋아하는 소꼬리곰탕과 무말랭이김치로 메뉴를 정했다.

좋은 곰탕꺼리를 사려고 여러 가게를 들러 마음에 딱 드는 쇠꼬리를 샀다. 깨끗하게 씻어 핏물을 빼고 찜통에 담아 불에 올려놓고 남편에게 부탁을 했다. 나는 중요한 일이 있어 외출을 해야 했다. 마침 남편이 전날 숙직을 하고 쉬는 날이라 잘 됐다고 생각하며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이거 부글부글 끓으면 불순물이 떠오를 거예요. 두 번 정도 씻어내고 계속 끓여요. 뽀얀 국물이 나오면 다른 찜통에 부어서 모으면 돼요” 알아듣기 쉽게 설명을 했다. 그 남자는 흔쾌히 그리 하겠다고 걱정 말고 다녀오라고 했다.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 일을 마치고 집으로 전화를 했다. “국 다 됐지요?” 그랬더니 지금 끓이고 있다고 했다. 집 근처 부식가게에 들러 대파 한 단을 사들고 집으로 향했다. 곰국에 파 송송 썰어 넣어 밥 말아 먹을 생각을 하니 발걸음이 한결 가벼웠다.

그런데 집에 오니 곰국이 없었다. 솥에는 희멀건 국물이 빨래 냄새를 풍기며 끓고 있고 옆에 둔 찜통은 텅 비어있었다.

“여보! 곰국 어디 있어요?” 했더니 없다고 했다.

“국물 다 어쨌어요?”

“당신이 끓여서 버리라고 했잖아” 오히려 큰소리였다.

진하게 우려낸 국물을 왜 버리라고 했는지 의문을 가지면서도 끓여서 버리고 또 버리다 보니 국물이 없어졌다고 했다. ‘아뿔싸! 내가 잘못했구나. 몰라도 이렇게까지 모르다니….’ 어이가 없어 말문이 막혔다. 웃음이 나기도 하고 울고 싶기도 했다.

지금도 그때를 얘기하며 한바탕 웃는다.

그래도 좋았던 시절이라며 추억의 한 장면으로 곱게 접어두었다. 훗날 들은 얘기지만 곰탕 다 되었냐는 내 전화를 받고는 이거 큰일 났구나 싶어 솥에 프리마를 털어 넣고 그럴듯하게 만들어서 나를 속이려고 했다한다. 참 간 큰 남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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