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광 본지 이사장.

지방이 아우성이다. 저출산·고령화로 급격히 인구가 줄어들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지방을 살리지 않고서는 결코 부동산 문제, 취업, 출산율을 잡을 수 없다.

우리나라는 2006년 1.13명이던 합계출산율(15~49세 가임기 여성들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수)이 지난해 0.81명까지 크게 떨어졌다. 이대로 가다가는 영국 옥스퍼드대 인구문제연구소가 예측한 대로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소멸하는 나라가 될 수도 있다. 합계출산율이 1명도 안 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합계출산율은 매년 역대 최저치를 경신하고 2024년 0.70명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은 급속한 인구구조 변화는 우리 경제사회 전반에 걸쳐 다양하고 광범위한 위험요인으로 나타나고 있어 더욱 심각한 상태다.

감사원에 따르면 정부가 저출산·고령화 대응을 위해 2006년부터 2020년까지 15년간 추진하면서 투입한 예산은 380조2000억원이다. 그럼에도 인구정책은 처절할 정도로 실패에 가까운 결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2006년부터 2020년까지 태어난 출생아 수를 모두 합치면 626만1467명으로 단순히 계산해도 아이 한 명을 낳을 때마다 6070여만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비용은 늘어났지만, 투입된 예산이 어디로 갔는지 실효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그렇다고 정부가 손 놓고 있었다는 뜻은 아니다. 가시적인 성과에 집중하다보니 장기적으로 큰 틀을 놓치지 않았나 하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효과를 보지 못한 재탕정책은 필요 없다. 저출산의 덩치를 키우는 일보다는 사업을 재검토하고 정비하는 쪽으로 무게 중심을 옮겨야 할 때가 이제 도래했다.

특히 대한민국 저출산의 가장 큰 이유는 수도권 집중현상 때문이다. 저출산과 고령화, 지역균형발전은 각기 다른 문제가 아니라 같은 문제인 것이다. 좋은 직장들이 수도권에 몰려 있기 때문에 지방의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아 삶의 거주지를 떠나면서 저출산·고령화가 심화되고, 수도권은 높은 집값으로 대출 상환의 부담이나 주거 불안정으로 결혼할 수 있는 상황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수도권으로 몰려 목숨 걸고 경쟁하는 구조가 바뀌지 않는 이상 저출산 문제는 풀릴 수가 없다. 지역균형발전과 저출산은 일자리나 부동산 뿐만 아니라 교육과 문화 등에 이르기까지 종합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중앙정부의 찔끔 퍼주는 예산보다 국가사무와 예산·인력·권한을 지방으로 대폭 이양하고, 파격적인 인센티브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급격한 출산율 반등은 어렵더라도 인구 감소의 속도를 최대한 늦출 수 있도록 출산과 보육의 프레임을 뛰어넘는 내실 있는 인구 대책이 절실히 요구된다. 지방소멸을 막지 못하면 국가 시스템이 붕괴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서부경남신문>은 창간 6주년을 맞으며 인구절벽의 심각성에 대해 무거운 마음으로 지속적인 관심을 놓지 않을 것을 약속한다. 공신력있는 지역언론으로서의 책임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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