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이슈 3.0 기획특집
지리산운동의 역사와 과제… 새로운 100년을 바라보며이환문 전 지리산댐백지화대책위 집행위원장

지리산댐 건설 문제를 중심으로
시기별 특징으로 본 지리산운동

1·2세대 넘어 3세대 과정 돌입
인류사회 공동과제 해결하는데
이바지할 수 있는 활동 펼쳐야

지리산 실상사에서 지난달 25일 '지리산 사회, 새로운 100년을 바라보며' 주제로 열린 지리산생명평화한마당 참가자들. <사진: 지리산생명연대>

<지리산댐 백지화 및 지리산살리기운동>이 시작된 지 20년이 흘렀습니다. 강산이 두 번 바뀌었을 긴 세월입니다. 그 시절 아이들은 새로운 시대를 예비하는 청년으로 자라났고, 청년들은 우리 사회의 중추로, 장년은 평온한 황혼을 맞이했을 것입니다. 이처럼 뜻깊은 시기에 지리산운동의 지나온 역사를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과제를 찾아보는 것은 나름 의미 있는 일일 것입니다.

이러한 기준으로 볼 때 ‘지리산운동’은 지리산 안팎의 사람들이 지리산 또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 또는 대안적 삶으로의 문명전환을 이루기 위해 벌이는 일련의 공동 활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난 시기 이러한 범주에 들어가는 지리산운동의 사례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지리산국립공원지정운동, 귀농귀촌운동, 댐건설 반대운동, 케이블카 반대운동, 성삼재 도로 철거운동, 각종 대안문화운동, 산악철도 반대운동 등이 될 것입니다.

1세대 지리산운동

이환문 전 지리산댐백지화대책위 집행위원장이 ‘지리산운동의 역사와 과제’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 지리산생명연대>

1세대 지리산운동은 전남 구례 지리산산악회인 <연하반>이 주도한 지리산국립공원 지정운동이었습니다. 당시 구례지역 교사로 재직 중이면서 지리산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던 우종수 선생(1921~2014)이 중심이 되어 결성한 이 단체는 일제강점기에 식민지배 강화와 군수물자 조달을 위한 산림 남벌 등으로 이미 피폐해진 지리산이 한국전쟁 등을 거치며 추가적인 산림 남벌과 토벌 등으로 더욱 황폐화해지자 대대적인 지역주민운동을 일으켜 지리산을 우리나라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지정, 보전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국립공원은 현재까지 전국 22곳이 지정·운용되고 있습니다.

또한 <연하반>은 지리산국립공원 지정 이후 지리산을 중심으로 자연보호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감으로써 우리 사회 저변에 환경보호의식을 널리 확산하고 관련 활동이 활성화하는데 크게 이바지했습니다. 이처럼 이 운동은 우리나라 자연생태계 보전과 지속가능한 이용을 위한 국가정책과 제도, 국민의식의 변화와 사회 분위기 조성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역사적 사건이었습니다.

2세대 지리산운동

지리산생명평화한마당에 참여한 종교계 대표자들. <사진: 지리산생명연대>

2세대 지리산운동은 산청 양수발전댐 건설 반대운동이 그 시작이었습니다. 지역주민 및 시민사회의 헌신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 운동은 결국 전국단위 국가정책사업 대응 경험 부족 등으로 인해 댐 건설을 막지 못하는 아픔을 겪어야했습니다.

하지만 이 운동은 심각한 자연환경 파괴 등 국가 주도 대규모 개발사업이 갖는 심각한 폐해를 올바로 자각함과 동시에 그 대응방안으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긴밀한 협력과 적극적인 공동대응의 필요성을 절감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2세대 지리산운동 두 번째 사건은 1990년대 초 낙동강 수질오염에 따른 부산대체상수원 개발사업으로 추진된 지리산댐 건설계획을 저지하기 위해 벌인 ‘제1차 지리산댐 건설계획 백지화 운동’과 그 연장선상에서 새로운 문명전환운동으로 승화된 ‘지리산생명평화공동체운동’입니다.

1999년 댐 건설 계획이 본격화되자 전국의 시민사회, 종교계, 지역주민 등이 <지리산살리기 국민행동(2000년 8월)>을 결성하고 전국적인 댐 건설 반대운동을 본격적으로 펼쳐나갔습니다.

특히 1990년 중반부터 실상사로 내려와 불교의 이상 세계를 실현해 보고자 실상사귀농학교, 생명공동체운동 등을 펼치고 있던 도법스님과 그의 도반인 수경스님 등이 <실상사 지리산댐 대책위(1999년)>를 구성한 뒤, 댐 문제의 여론형성과 조직의 외연확대에 힘썼습니다.

이러한 활동 과정에 도법스님 등은 댐 건설 문제는 단순한 물 문제가 아니라 대도시 시민의 편익과 경제발전 등을 위해서라면 자연과 그 곳에 깃들어 사는 다양한 생명, 수많은 약소지역 주민 등의 처지와 삶 따위는 아랑곳 하지 않는 약육강식 논리와 생명 경시 풍조, 물신주의와 개발지상주의 등 우리 사회 전반에 깊숙이 뿌리 내린 후진적 사회사상과 조류가 그 뿌리에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과 당시 지리산으로 대표되는 생태계의 위기가 곧 우리 사회 문명의 위기와 맞닿아 있음을 절감했습니다.

이후 전국적인 반대운동과 비등한 국민 여론에 따라 2001년 말경 지리산댐 건설계획이 사실상 백지화되었습니다. 이로써 제1차 지리산댐 백지화 운동은 그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도법스님 등은 이후에도 <지리산공부모임(2001년 4월)>, <지리산생명연대(2002년)> 등을 조직하고 생명평화공동체운동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갔습니다.

그러던 중 2003년 3월 이라크에서 전쟁이 발발하자 우리 한반도에서도 또다시 동족상잔의 비극이 재현될 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엄습했습니다. 이에 도법스님 등은 임진왜란 직전 율곡 이이가 주창했던 ‘10만 양병설’에 착안한 <생명평화결사(2003년 11월)>를 조직하고 유사시 휴전선에서 ‘전쟁 방지와 평화 촉구운동’을 펼칠 계획을 세우는 한편, ‘생명평화’를 화두로 해 “세상의 평화를 원한다면 내가 먼저 평화가 되자”라는 슬로건을 내걸며 <생명평화탁발순례(2004년 3월 도법·수경스님, 이원규·박남준 시인 외)>에 나섰습니다.

생명평화순례단은 첫 해 지리산을 한 바퀴 돌고, 이듬해 제주를 거쳐 무려 5년 동안 경상, 전라, 충청, 강원, 경기, 서울까지 전국 1만8000㎞를 순례하는 과정에 8만 여명의 시민을 만나 대화를 나누면서 도시는 도시대로, 농촌은 농촌대로 어디 한 곳 성한 데가 없는 우리 사회의 속살을 들여다보게 됐습니다.

특히 일상에 찌든 현대인들이 자신과 주변을 돌아볼 시간과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걸어서 지리산을 한 바퀴 돌 수 있는 길’을 만드는 일을 정부에 제안하고, 이후 여러 우여곡절을 거쳐 모범적인 민관협력사업으로 지금의 ‘지리산둘레길’을 탄생시켰습니다.

또한 이러한 활동 과정에 지리산생명연대의 전신인 <지리산열린연대(1999년 8월)> <지리산종교연대(2001년 11월)> <지리산생명연대(2002년 3월)> <생명평화결사(2003년 11월)> <지리산권시민사회단체협의회(2005년 9월)>, <사단법인 숲길(2007년 5월)> 등 다양한 영역의 시민사회 조직이 만들어짐으로써 새롭게 제안된 ‘생명평화의 가치에 기반 한 지리산운동’을 전면화하고, 이를 사회화할 수 있는 물적 토대를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시민사회와 지역주민들은 댐 백지화 투쟁과정에 새로운 활동과제로 떠오른 ‘지리산 용유담’의 국가명승 지정운동, 하나의 지리산운동, 대안의 지리산경제공동체 건설운동 등을 전개 또는 고민하며 지리산운동의 맥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3세대 지리산운동

제3세대 지리산운동은 기본적으로 지난 활동의 성과를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 사회 안에서 지리산사회가 지향해야 할 바람직한 사회적 상을 도출하고 이를 실현해 나가는 것이 두 번째 활동 목표와 방향으로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마지막 세 번째는 우리 사회를 포함한 인류사회 공동의 과제를 해결하는데 이바지할 수 있는 활동을 펼치는 것입니다.

성과의 보존과 계승에서 첫 번째로 중요한 문제는 운동의 주체역량을 보존하는 것입니다. 지리산종교연대, 지리산생명연대, 생명평화결사 등을 말하는 것입니다. 다만 주체역량 보전과 관련해 최근 들어 시민사회운동 내에서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을 유념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지리산을 우리사회 안에서 특별하고 소중한 대안의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지리산사회를 물질중심의 경쟁체제가 공고화 된 우리사회 여타 지역과 구별되는 창조적이면서 실험적인 공간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가칭 ‘지리산기본소득행복자치도’ ‘지리산기본소득특별자치도’ 등을 상상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마침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됨에 따라 급격한 일자리 감소 등으로 인해 가까운 미래에 기본소득제도와 같은 사회복지시스템이 적극 도입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소멸되어가는 지방을 살리고 지역불균형과 청년일자리 부족 등의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도 관련한 고민과 논의가 활성화될 필요가 있습니다.

3세대 지리산운동의 핵심은 점점 현실화되고 있는 전 지구적 위기로부터 인류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운동을 적극 펼치는 것입니다. 머지않은 미래사회에 나타날 이러한 인류 공동의 과제를 중심으로 활동의 목표와 방향성을 잡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3세대 지리산운동이 인류 공동의 과제 해결에 이바지하기 위한 첫 번째 과제는 지리산운동과 생명평화의 정신을 전 세계에 널리 전파하여 보다 많은 나라,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알게 하고, 세계 각처에서 ’생명평화 지구공동체 운동‘이 들불처럼 일어나 기후변화, 전쟁 위험, 양극화, 문명사적 대격변 등의 인류공동의 문제를 연대와 협력으로 해결해 나가게 하는 것입니다. 지리산운동의 세계화(지구화)를 통한 인류공동의 위기 극복을 추진하는 것입니다.

지리산둘레길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습니다. 둘레길을 세계적인 순례길로 만들어가는 활동에서, 크게 품과 돈이 들지 않은 각종 국제적 공동행사를 기획하거나 홍보영상을 만들어 전파하는 일 등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서부경남신문  newsnuri@hanmail.net

<저작권자 © 서부경남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서부경남신문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