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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질 결심’ 칸 호평… 용의자와 형사 사이 긴장과 멜로영화 ‘헤어질 결심’

임권택 감독 ‘취화선’ 수상 이후
20년 만에 칸 영화제 감독상
한국영화사에 새로운 역사 기록

탕웨이·박해일 붕괴시킨 박찬욱
‘파격’ 버리고 ‘멜로’ 택한 이유

제75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박해일·탕웨이 주연의 ‘헤어질 결심’. <사진: 모호필름>

산 정상에서 추락한 한 남자의 변사 사건. 담당 형사 ‘해준’(박해일)은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와 마주하게 된다. 그녀는 “산에 가서 안 오면 걱정했어요, 마침내 죽을까 봐”라고 말하지만 남편의 죽음 앞에서 특별한 동요를 보이지 않는다. 경찰은 보통의 유가족과는 다른 ‘서래’를 용의선상에 올린다. ‘해준’은 사건 당일의 알리바이 탐문과 신문, 잠복수사를 통해 ‘서래’를 알아가면서 그녀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져가는 것을 느낀다.

지난달 29일 개봉한 <헤어질 결심>은 제75회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감독상 수상작품이다. 박찬욱 감독은 <헤어질 결심>으로 4번째 칸 경쟁 부문에 진출하며 한국 감독 가운데 최다 초청 타이기록을 세운 것은 물론, 제57회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올드보이>, 제62회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 <박쥐>에 이어 세 번째 칸 국제영화제 본상을 받아 한국 영화인 최다 칸 국제영화제 수상 기록을 세웠다. 2002년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 이후 20년 만에 한국 작품이 받은 감독상으로 한국 영화사에 또 한 번 새로운 역사를 기록했다. 영화의 작품성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의미다.

<헤어질 결심>은 뤼미에르 극장에서 세계 최초 공개 직후 칸 국제영화제 공식 데일리지인 스크린 인터내셔널 평점에서 올해 상영작 중 1위를 기록했으며, 전 세계 192개국에 선판매되며 영화가 공개되기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유력 매체인 할리우드 리포터(THE HOLLYWOOD REPORTER)는 “정점에 오른 세계적인 거장, 그리고 두 배우의 뜨거운 케미스트리”, 가디언(THE GUARDIAN) 또한 최고 별점 5개를 부여하며 “눈 뗄 수 없이 매혹적인 작품. 박찬욱 감독이 훌륭한 로맨스와 함께 칸에 돌아왔다. 텐션, 감정적 대치, 최신 모바일 기술의 천재적 활용, 교묘한 줄거리의 비틂 등 너무나도 히치콕스러웠다. 탕웨이의 연기가 인상적이다”라고 평했다.

또한 스매시 컷 리뷰(Smash Cut Reviews)는 “박찬욱 감독은 <헤어질 결심>을 통해 전형적이지 않은 형사 이야기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 넣으며 그가 커리어의 정점에 서 있음을 보여준다. 박해일의 연기는 역대 형사 캐릭터 대열에 오를 정도로 좋았으며, 탕웨이는 인생 연기를 펼쳤다”라는 호평을 전했다,

버라이어티(Variety)는 “짓궂은 미스터리로 포장된 거장의 눈부신 사랑 이야기. 박찬욱 감독의 저력과 위트는 스릴러가 가미된 가장 이상적인 로맨스를 탄생시켰다”라며 세계를 매료시킨 박찬욱 감독의 연출력과 매혹적인 스토리에 극찬을 보냈다.

칸 국제영화제에서 박해일 배우, 박찬욱 감독, 배우 탕웨이. <사진: 모호필름>

박찬욱 감독은 “영화도 극장에 손님이 끊어지는 시대를 겪었지만 그만큼이나 영화관이라는 극장이라는 곳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우리 모두가 깨닫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우리가 이 질병을 이겨낼 희망과 힘을 가진 것처럼 우리 영화도 우리 영화인들도 영화관을 지키면서 영화를 영원히 지켜내리라 믿는다”며 “이 영화를 만드는 데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은 많은 크루들에게 감사를 표한다”고 희망과 감사의 마음이 담긴 수상 인사를 전했다.

파격과 금기를 넘나드는 강렬한 소재와 표현으로 관객을 매료시켰던 박찬욱 감독은 수사멜로극 <헤어질 결심>을 통해 6년 만에 한국 영화로 돌아와 전작과 완전히 결이 다른 새로운 작품 세계를 선보였다. <올드보이>(2003년)를 시작으로, <박쥐>(2016년)까지, 매 작품 눈부신 성과를 거두며 전 세계 평단과 영화 팬을 사로잡은 박찬욱 감독은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며 독창적인 이야기 구성과 매혹적인 미장센으로 독보적 작품 세계를 구축해 왔다. <헤어질 결심>은 박찬욱 세계가 더 확장됐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영화다.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 ‘해준’이 사망자의 아내 ‘서래’를 만나고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통해 사건의 진실을 밝히려는 수사 과정의 팽팽한 긴장 가운데 서로에게 특별한 호기심과 의외의 동질감을 느끼는 두 인물의 감정을 섬세하게 담아낸 데다 서스펜스와 멜로를 넘나드는 신선한 영화적 재미를 선사한다.

특히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사망자의 아내 ‘서래’는 속을 알 수 없는 말과 행동으로 과연 그녀의 진심이 무엇인지 ‘해준’뿐 아니라 관객까지 혼란에 빠뜨리며 극적 긴장감을 형성한다. 산에서 시작해 바다로 이어지는 공간의 변화, 의심과 관심을 오가는 관계의 변화, 수사 과정에 따라 밝혀지는 진실의 변화에 따라 켜켜이 쌓이는 두 사람의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은 관객에게 눈을 뗄 수 없는 몰입감과 잊을 수 없는 여운을 남긴다.

수사극과 멜로극이 결합한 신선한 전개, 호기심을 자극하는 매력적 캐릭터와 예기치 못한 순간에 등장하는 적절한 유머, 그리고 박찬욱 감독의 감각적인 미장센과 연출력이 더해진 영화 <헤어질 결심>은 2022년 가장 고전적이면서도 독창적인 영화로 모두를 서서히, 깊게 빠져들게 하는 특별한 매력이 있다.

배우들의 열연도 돋보인다. <헤어질 결심>은 각본 단계부터 박찬욱 감독의 확신에 찬 선택이 탕웨이와 박해일이었다.

변사 사건 사망자의 아내와 그녀에게 호기심을 갖기 시작한 형사, 두 캐릭터의 감정선이 극을 이끄는데 탕웨이가 맡은 서래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남편을 잃었지만 슬픔을 드러내거나 동요하지 않는다. 경찰로부터 사건의 용의자라는 의심을 받지만 늘 꼿꼿하고 당당한 태도를 잃지 않으며, 진범인지 아닌지 정체를 알 수 없는 모습으로 긴장감을 형성한다.

자신을 의심하는 ‘해준’을 일말의 망설임 없이 대하고, 서툰 한국어지만 예상치 못한 표현과 답변으로 상대방의 말문을 막히게 만드는 데다, 상대를 당황케 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태연함을 잃지 않기에 무엇이 진실이고 진심인지, 어떤 모습이 진짜인지 단 한순간도 정답을 내릴 수 없게 만든다.

이처럼 변화무쌍한 매력의 ‘서래’는 <올드보이>의 미도, <친절한 금자씨>의 금자, <박쥐>의 태주, <아가씨>의 히데코와 숙희 등 매 작품 잊을 수 없는 독창적 여성 캐릭터를 창조해 온 박찬욱 감독의 새로운 캐릭터로 극에 드라마틱한 숨결을 불어 넣는다. 탕웨이의 연기력에 찬사가 나오는 이유다.

탕웨이. <사진: 모호필름>

이안 감독의 <색, 계>를 통해 세계적 배우의 입지를 다진 탕웨이는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을 통해 오로지 탕웨이이기에 가능한 캐릭터와 연기로 관객의 마음을 뒤흔든다. 박찬욱 감독과 정서경 작가가 탕웨이를 염두에 두고 작품을 구상한 만큼 제 옷을 입은 듯 완벽하게 캐릭터에 녹아든 탕웨이는 매 순간 궁금증을 자극하는 매력적인 캐릭터를 완성했다.

탕웨이는 “‘서래’의 많은 반응과 결정이 관객들의 예상을 벗어날 것이다. 그녀는 매우 매력적이며 <헤어질 결심>은 내가 그동안 하고 싶었던 그런 작품”이라며 섬세한 연기로 대담하고 비밀스러운 인물을 표현, 예측할 수 없는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박해일 배우가 연기한 ‘해준’은 사건의 유일한 유족인 ‘서래’를 처음 마주한 순간부터 미묘한 관심과 함께 형사 특유의 본능적 의심을 느끼게 된다. 능력을 인정받은 강력계 팀장인 ‘해준’은 늘 단정한 옷차림에 깔끔하고 청결한 성격, 상대에게 예의 바르고 친절한 모습으로 기존 장르물 속 형사 캐릭터와는 차별화된 모습으로 강한 인상을 남긴다.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던 그는 ‘서래’와의 만남으로 예기치 못한 변화를 겪는다. 언제나 불면증에 시달리던 그는 마침내 깊은 잠을 잘 수 있게 된다. 형사와 용의자라는 관계에서 시작해 쉽게 진심을 드러내지 않는 두 남녀의 미묘하고 팽팽한 감정은 매력적인 캐릭터와 맞물려 관객들에게 잊을 수 없는 진한 여운을 남긴다.

<살인의 추억> <괴물> <최종병기 활> <덕혜옹주> <남한산성> 등 사극부터 액션, 드라마까지 장르 불문 흡인력 있는 연기를 선보여 온 박해일은 <헤어질 결심>에서 밤낮없이 사건에 매달려온 흔들림 없는 형사지만 ‘서래’를 만난 후 휘몰아치는 감정에 빠지는 단단한 내공과 세밀한 연기로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그려냈다.

박해일은 “‘서래’와 함께 극을 끌고 가면서 작은 것부터 아주 큰 감정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세세하게 만들어 갈 수 있을까. 그것이 배우로서 가장 큰 숙제였다”며 ‘해준’의 섬세하면서도 담백한 매력은 물론, 시간이 지날수록 혼란이 깊어지는 내면의 복합적인 감정까지 완벽하게 표현해냈다.

박찬욱 감독과 처음 한 작품에서 만난 탕웨이와 박해일, 그들이 집요한 고민 끝에 완성해낸 캐릭터들은 관객들에게 헤어 나올 수 없는 몰입감을 선사한다.

 

이은정 기자  newsnur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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