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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명만 즐긴 거창국제연극제… 30년 정통성 사라져
  • 이영철·이은정 기자
  • 승인 2022.07.24 20:06
  • 호수 0
  • 댓글 8

역대 가장 화려한 개막식
역대 가장 빈약한 관객
초청인사 위주, 연극인·관객 홀대
주말 660석 극장 약 100명 관람

전시효과 개막식에 치중
축제의 집중성·효율성 부재
작품선정 노하우 없어지면서
야외연극제 특징 찾기 어려워

‘자연·인간·연극’이라는 일관된 주제로 30년 넘게 지켜온 거창국제연극제의 정통성이 출발부터 삐끗하면서 퍼포먼스·음악극 위주의 완전히 새로운 다른 연극제가 만들어진 것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특히 개막공연이 240명의 초청인사 위주로 꾸며진 특설무대(동그라미 표시) 중심으로 이뤄져 연극인·관객들은 홀대를 받았다. 사진은 특설무대에서 공연을 관람하는 초청인사들과 수상무대 옆에서 연극을 보고 있는 일반관객들. 일부는 집중이 안 되는 듯 휴대폰을 보고 있다. <사진: 서부경남신문>

국내 최대의 야외연극축제인 거창국제연극제의 30년 정통성이 사라졌다.

지난 22일 열린 거창국제연극제 개막식은 수상무대인 무지개극장에서 무대 3500만원, 불꽃 드론에만 약 80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역대 가장 화려하게 펼쳐졌지만, 초청인사들만 배려해 무대가 꾸며지면서 정작 축제의 주인공인 연극인들과 관객들은 철저히 외면 받았다는 평가다.

이번 개막식은 2013년 ‘100인의 햄릿’ 개막축하 공연처럼 물 위에 있는 배우들의 동선을 최대한 아름다운 형상으로 표현되도록 환상의 색을 만들어 내고, 조명을 살려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러나 공연을 보는 일반 관객들의 시선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작품에만 몰입했다는 지적이다.

당시 개막작인 ‘100인의 햄릿’은 관객석이 수상무대가 있는 무지개극장을 중심으로 100m가량 이어지는 큼직한 바위들 위에 앉아 누구나 쉽게 구경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 감동과 열기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반면 올해 개막작인 ‘거창 한여름 밤의 꿈’은 관객석이 무지개극장이 아니라 수승대 위천천 수상보를 중심으로 물 위에 특설무대를 만들어, 이 무대 안에서만 오롯이 공연 관람이 가능할 수 있었다는 게 다른 점이다. 초청받지 못한 일반 군민들과 관객들은 가장자리에서, 뒤쪽에서 공연을 관람했어야 했다.

수상보를 중심으로 꾸며진 특설무대는 4열 각 60명씩 계단식으로 만들어 엄선된 240명만 초청됐다. 1열에는 군수·도의원·군의원·연극협회·농협지부장, 2열에는 거창문화재단 이사·황산신씨 문중·학교장, 3열에는 읍면 주민자치회장·사회단체 대표·정당 관계자, 4열에는 다문화가족·언론기관 등이 배치됐다.

개막공연은 다양한 퍼포먼스와 공연, 불꽃 드론, 수승대 현수교에서 떨어지는 분수 불꽃 등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하며 ‘역대 가장 화려한 개막식’으로 불렸다. 하지만 정작 축제의 주인공인 관객들에 대한 배려와 무대에 대한 고민은 전혀 없어 ‘역대 가장 빈약한 관객’으로 이름 붙여도 과하지 않을 정도였다.

실제 공연이 잘 보이지 않다 보니 무대 가장자리와 뒤쪽에 자리했던 관객들은 집중하기 어려웠다. 1시간 동안 이어지는 공연이 절반쯤 지나자 “불꽃 드론을 봤으니 공연을 다 봤다”며 속속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는 광경도 보였다. 가장자리에서는 영상 말고는 음향마저 잘 들리지 않다 보니 공연을 현장에서 스크린을 통해 보는 웃지 못할 진풍경도 벌어졌고, 공연 도중에 휴대폰에 집중하는 관객도 많았다.

초청인사 객석에 가려진 무대. 영상으로 연극을 보는 관객들의 모습. 일반 관객들의 시선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사진: 서부경남신문>

개막공연을 지켜보다 발길을 돌린 한 관객은 “말로는 무료공연이라는데, 선택받은 240명 외에 일반 관객은 동냥하듯 연극을 보는 것”이라며 “무대는 잘 보이지도 않고, 배우 뒤통수만 보는 공연인데, 차라리 마당극이라면 이해하겠으나 무대 뒤에서 연극을 보라고 하는 경우가 어디 있냐”고 평가 절하했다. 주최 측은 이날 “30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개막식을 가졌다”고 했다.

가장 큰 문제는 개막공연이 ‘자연·인간·연극’이라는 일관된 주제로 거창국제연극제가 30년 넘게 지켜온 정통성이 무너졌다는 점에 있다. 퍼포먼스 그 자체로는 매우 높은 수준급 공연이라고 볼 수 있지만, 거창국제연극제가 가지는 주제와는 이질성으로 인해 그 의미를 잃어버린 격이다.

거창국제연극제를 국내 최고의 연극제로 발돋움시킨 것은 야외무대였다. 한국의 옛 정취가 그대로 배어 있는 서원 마당, 큰 자갈을 쌓아 올린 울타리가 쳐진 돌담극장, 500년 된 은행나무, 수승대의 명물 거북바위 등 빼어난 자연환경과 문화유산을 최대한 활용한 게 적중한 것이다.

그리고 거창국제연극제의 특징은 ‘피서지에서 즐기는 연극’이라는 점에 있다. “낮에는 계곡에 물 담그고, 밤에는 연극을 즐기세요”라는 이색적인 아이템으로 국내에서 최초로 문화와 휴양을 도입해 연극제의 산업화를 이끈 곳이다.

관객들은 시원한 계곡에서 더위를 식히고, 밤이면 공연을 관람하는 등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여기저기를 둘러보며 자유롭게 연극을 즐길 수 있는 곳인데 개막공연으로 인해 물놀이 공간마저 빼앗겨 버렸다는 점은 보는 이로 안타깝게 했다.

사실상 개막공연과 이번 연극제를 지켜보면 기존 연극제와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퍼포먼스·음악극 위주로 완전히 새로운 다른 연극제가 만들어진 것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수승대 주무대인 축제극장 공연은 축제기간 15일 동안 절반가량인 8회만 이뤄지고 있다. 이전 연극제는 공연이 2~3일가량 이어지면서 재미있을 경우 입소문을 통해 인기를 끌었지만, 이번 연극제는 1일 1공연이 징검다리 식으로 열리면서 단발성 공연으로만 끝나게 됐다.

이런 사정이다 보니 가족들이 성황을 이루는 금요일과 일요일에 공연이 없는 기현상도 벌어졌다. 실제 23일 주말 열린 첫 공연에는 660석 규모의 메인극장인 축제극장에 100명 남짓한 관객들만 관람하는 썰렁한 분위기를 나타냈다. 이전 연극제 때 대부분 공연장이 몰려든 관객들로 북적거리던 것과 비교하면 흥행의 핵심이 돼야 할 축제극장 공연부터 외면 받는 모습이다.

게다가 경연작 공연은 수승대가 아니라 거창문화원 상살미홀에서 이뤄지는 것도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처사다. 축제는 집중성에 있는데 중구난방 식으로 거창읍 전체에서 이뤄지는 것은 축제의 경쟁력에서도 불리하게 작용한다.

수승대 축제극장과 돌담극장 공연도 모두 같은 날 오후 8시에 일괄적으로 시작되니 관객동원에도 유리한 요소는 아니다. 공연도 같은 날 이뤄지고, 공연이 없는 날은 모두 같이 빠지는 상황이다. 15일 연극제 기간 중 6일이나 공연은 없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정표다. 공연이 빠진 날은 구연서원에서 대체극이 이루어지지만 거의 음악극이라 정통연극과는 거리가 멀다.

제32회 거창국제연극제 개막공연 현장. 측면에서 바로 본 객석과 무대의 모습. 초청인사(VIP) 객석 외에는 음향소리도 잘 들리지 않아 연극집중이 어려운 환경이었다. 이날 주최 측은 “3000여명이 개막식에 참가했다”고 했지만, 오롯이 공연을 즐긴 관객은 240명에 지나지 않았다. <사진: 서부경남신문>

서울에서 왔다는 관객 A씨는 “대학로에서 공연을 못 봐서 거창으로 온 게 아니다. 거창 수승대가 가지고 있는 아름다운 자연과 물소리, 별빛을 구경하며 보는 야외공연이라 찾은 것”이라며 “퍼포먼스가 아니라 편안한 마음으로 정통연극·실험극 등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거창에서 30년 넘게 오피니언으로 활동하고 있는 B씨는 “이런 식이라면 거창국제연극제는 아무도 기대 안 한다. 2~3년 지나면 스스로 침몰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며 “연극제는 연극제이지 퍼포먼스가 아니다. 거창군은 손을 떼고, 민간인에게 넘기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주최가 거창문화재단이지 않느냐’는 질문에 B씨는 “거창군 문화관광과에서 거창문화재단을 운영지원하고 있는데 일반적이지는 아니지 않냐”며 “순수 독립된 거창문화재단이라면 개막식 특설무대에 군의원·주민자치회장·각급 사회단체 대표 위주로 초청했겠느냐. 문화예술인에 대한 배려가 없다”고 지적했다.

연극인 C씨는 “개막공연에 물량은 엄청나게 투입했지만, 연극제 성격에 맞는 내용이 아닌 이것저것 나열한 콘텐츠로 내실이 없었다. 더구나 일회용으로 개막공연에 많은 예산을 들이다 보니 퀄리티가 있는 초청작이 보기 드물다. 전시축제를 과시하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 이런 개막식은 연극제가 아니라 거창한마당축제에 어울린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어 “연극제의 가장 핵심인 작품선정 기준과 퀄리티를 무시하고 중구난방으로 (공연작품을) 긁어모은 것 같다. 이렇게 되면 요즘같이 미디어가 발달된 세상에 관객이 올 것인가에 대한 회의가 든다”며 “전시효과의 개막식에 치중함으로 작품선정 노하우가 없는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이는 거창국제연극제 메인초청작의 부재로 빈약한 관객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C씨는 “연극제가 끊어지지 않고 이어진 것은 다행인데, 세계화를 향할 만큼 수준이 높아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때 거창국제연극제는 20만 관객에 유료관객 3만, 티켓수입이 3억원이 발생하기도 했었다.

한편 올해 거창국제연극제는 11억원(도비 3억, 군비 8억)의 예산으로 해외 8개국 포함 56개 단체가 참가해 공식공연과 프린지 공연 75회가 진행된다. 공연예매는 연극제 홈페이지(www.kift.or.kr)나 수승대 티켓부스에서도 가능하다. 공연 전일까지 예매하면 20∼30% 사전할인이 가능하다. 문의는 연극제 사무국 055-945-8455∼6.

이영철·이은정 기자  achimstor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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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쵸 2022-07-27 16:08:13

    군수 치적이니..선택받은 백성만 보여주는 군민은 안중에도 없는 상표권을 돈주고 사는 것 부터 발상이 잘 못된 것인데..... 그저 답답하기만..고속도로 입구 둥근 구조물에 영상도 보면..저게 뭐야 한다... 신문사 사장님 한 번 취재 좀 해보셔요   삭제

    • 군민 2022-07-26 08:46:21

      거창군수 최대 치적사업이다~ 찍히면 궁물도 없당~
      사실, 예술, 문화 등을 관에서 매입해서 추진 한다는 발상 자체가 코미디~~~   삭제

      • 2022-07-25 13:11:32

        주말에 수승대 가봤는데 연극 보는 사람도 벨루 읍더라.
        옛날엔 공짜아녀도 북직였는데 연극제도 한물간기라.   삭제

        • 읍민 2022-07-25 10:56:46

          개막식을 이렇게 만들어 놓고도 부끄러운줄도 반성할줄도 모르나... 누가 군민의 혈세를 이들에게 맡겼나... 연극제는 승자들의 전리품이 아니다. 축제는 군민들과 연극인 모두를 위해야 한다!!!   삭제

          • 무식 2022-07-25 09:21:17

            속속들이내용을 모르고 기사쓰는 기자..신문 없애야한다. 아니 그 예전 연극제 꼬붕이신가? ㅋㅋㅋㅋㅋ   삭제

            • 공짜 2022-07-25 09:12:58

              공짜만바라는 군민들이 많으니 일어나는일인지 모르는사람있나. 공연들도 전부공짜면 개때같이 모여들거면서..공짜티켓만찾겟지.공짜를 뿌려데고 관개부풀린거모르는사람잇나?   삭제

              • 상동 2022-07-24 21:56:06

                들러리 서는 기분이 들어 중간에 나왔는데,
                드가보려니 vip 아니라고 막더라
                솔직히 240명이 부럽기는 했다.
                여기 신문만 제댈로 쓰는군   삭제

                • 하지마그냥 2022-07-24 21:37:58

                  거창군은 돈이 남아도나? 타지역민은 잘모르는걸 8억에 사지를 않나~ 이번에 11억? 이시국에? 잘~ 하십니다. 지산 록 페스티발도 그정도 시예산은 드간다카더라~~ 이게 무슨 차이고?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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