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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감 선생
노청한 서울서부지방법원 민사조정위원.

우리는 1960년대에 초중고를 다녔다. 지금도 동창회 참석은 여전들 하다. 엊그제는 3년여 만에 재경중학교 동창회를 가졌다. 스무 명 남짓 모였는데 함양사투리에 목청까지 커서 옆 손님들이 자리를 옮기기도 했다.

그날은 난데없이 1학년 때 수학, 물상을 가르친 ‘생(生)감 선생님’ 얘기가 나왔다. 나는 1반이라서 다행히 그 선생님에게서 배우지는 못했지만, 4반은 그 분이 담임까지 맡아 ‘초주검의 반’이 되었다. 4반을 지나칠 때면 복도까지 교실 냉기가 삐져나오는 듯했다. 생감, 아니 ‘쌩감’ 선생님은 가늘고 쉰 목소리에 빼빼마르고 키가 컸다. 딱딱한 출석부와 함께 체구에 걸맞은 몽둥이를 늘상 들고 다녔다. 수업 중이거나 종례 때에는 60여명이 한 사람이 된 듯 흐트러짐 하나 없는 각진 자세였다. 숨이 제대로 쉬어지기나 했을까 싶었다.

모두가 성도 이름도 모른다는 쌩감 선생님에 대한 성토가 끝이 없다. “반세기도 지난 얘기는 그만 하자”며 교사직에서 명퇴한 친구와 아들, 딸이 각각 현직 교사인 동기들은 화제를 요즘으로 당겼다. 교사가 마치 구청 직원인양 학부모들은 기초생활수급 자녀들에게 지원하는 바우처같은 것들이 올해는 왜 중단됐냐며 닦달하고, 우리 아이만 성과 이름을 붙여서 쌀쌀맞게 부르느냐, 다른 아이들은 이름만 부르지 않느냐… 이 정도는 교권침해도 아니라며 수위가 점점 높아졌다. 쌩감 시절에는 감히 상상할 수 없는 교육현장이었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교육활동 침해 사건은 1만1148건에 달한다. 이 중 교사를 상대로 한 상해·폭행 사건이 888건이다. 교권 침해 상담 건수도 2011년 287건에서 2021년 437건으로 10년 새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피해를 당해도 신고하지 않고 혼자 참는 교사가 많아 실제 피해 사례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한다. 한국교총은 학생생활지도법 제정을 국회에 요구하고 나섰다. 어느 시민단체는 “위기행동을 하는 학생들이 늘어가는 상황에서 모든 교육공동체가 상처받는 일이 없도록 학교현장을 지키기 위해서는 학생생활지도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합세했다.

그날 동창회에 참석한 친구들은 옛날처럼 체벌을 통해서라도 학생들을 제압을 해야 한다, 그러면 학부모가 고소하고, 교사도 맞고소로 대응함으로써 서로가 힘들어하는 사태가 속출한다는 등 의견이 분분했다.

교육부는 달포 전 급우 간 싸움을 말리던 담임에게 욕설을 퍼붓고 목공용 양날톱을 들고 위협하는 학생 등으로부터 교사가 자존감을 되찾을 수 있도록 교권회복 전담변호사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 마련과 예산지원, 가해학생에 대하여는 학교장이 소년법원에의 통고 제도 활용 등 효능 있는 교육정책을 펴야 한다.

이는 교사를 우대하자는 것이 아니라 정당한 교육 활동 중인 교사를 보호하자는 취지이다. 교사 스스로도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주저하지 않고 대처할 수 있도록 학교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 교사도 학생도 모두가 사람이다. 사람이 서로 존중하는 학교여야만 제대로 된 참 교육을 실천할 수 있다.

나는 ‘쌩감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몽둥이를 휘두르는 현장은 못 봤다. 겉으로만 무섭게 꾸며 학생들의 수업 집중도를 높이는 그분다운 수업방식이었기를 믿는다. 쌩감 선생님의 근황이 궁금하다.

서부경남신문  newsnur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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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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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장강 2022-08-08 10:56:58

    쌩감선생님 무척 무서웠지요 호리호리하고 키도 크고 학생들의 규울잡는 선생님이었지요 우리가 어언 70줄 중반을 향해 가고있는데 생존하고 계시는지 친구의 기고문을 읽어면서 중학교 시절이 그리워 집니다 코로나로 자주 못본 친구들도 그립고 선생님들도 그립고 졸업시절 추억장 쓰던 기억이 생생하게 떠 오릅니다 선생님 그리고 친구들도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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