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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로의 퇴직여행
윤설아 전직 초등교사, 산청 방목리.

2019년 2월, 30여년의 교직생활을 명예롭게 퇴직했다. 그해 3월에 딸과 함께 파리로 9박10일간의 퇴직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여행에 필요한 준비는 딸이 도맡아 해주었다. 나는 그저 여권과 옷가지만 챙겨서 공항으로 가면 되는 복 받은 엄마였다.

3월 4일 새벽에 나는 마산에서 출발하고,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딸아이는 신혼집이 있는 대전에서 출발하여 공항에서 만났다. 비행기 이륙을 기다리는 동안 딸이 그동안 속앓이했던 얘기를 들려주었다. 시어머니께서 엄청나게 반대를 하셨던 것이었다. 사위 혼자 두고 10일간이나 친정엄마와 여행을 하는 것에 화가 단단히 나신 것이었다. 2018년 10월에 결혼을 했으니 그야말로 단꿈에 젖어있을 시기였다. 그런 시기에 친정엄마를 위해 긴 여행을 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는 않으셨을 것이다.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그런데도 그동안 마음고생 했을 딸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려왔다. 엄마 속상할까 봐 내색하지 않다가 가는 날에야 얘기를 털어놓는 마음이 오죽했을까 싶었다. 비행기와 숙박비를 손해 보더라도 그만두자고 제안하니 딸이 그냥 가자고 하였다. 본인도 몇 번이나 그러려고 마음먹었으나 이번만은 엄마만 생각하기로 했다며 결심을 바꾸지 않으려 했다.

불편한 마음을 안고 비행기에 몰랐다. 간사스러운 게 인간의 마음이라고 했던가? 비행기가 이륙하고 구름 속으로 날아오르는 순간 조금 전의 우울하고 답답했던 마음이 사그라지고 긴장과 설렘으로 부풀어 올랐다.

노트르담 대성당 앞에서 둘이 발 사진을 찍고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에서 여행가들이 써놓은 쪽지 중 ‘you are loved(당신은 사랑받고 있어요)’ 이 문장이 나를 위한 것인가 착각을 하고 깔깔거렸다. 퐁뇌프 다리에서 두 팔을 올려 “이제부터 나는 자유다!”를 외치고 물랑루즈의 새빨간색 풍차에 유혹 당했다.

몽마르뜨 언덕을 올라 파리 시내를 감상하고, 사랑해 벽에서는 세계의 모든 언어들 중 한글로 써진 ‘사랑해’를 찾아 하트 뽕뽕 사진을 찍었다. 파리의 상징인 개선문과 에펠탑, 루브르 박물관과 오랑주리 미술관, 오르세 미술관 등을 둘러보았다. 샹제리제 라뒤레에서 먹은 커피라테와 마카롱의 달콤함은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 맛이었다.

프랑스의 옛 수도원인데 지금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몽셀미셀에서의 야경과 뒤편으로 펼쳐진 갯벌도 잊지 못할 풍경이었다. 파리 시내를 가로지르는 센느강에서 바토무슈를 탔는데 워낙 한국인이 많이 오다보니까 한국어로도 안내방송을 했다. 파리 곳곳을 구경하고 먹는 것도 검색 또 검색하여 유명 맛집을 찾아다녔다. 9박10일이라는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가고 마지막 날 저녁에는 둘이서 와인을 마시며 아쉬움을 달랬다.

출발이 조금 마음에 걸렸지만 평생 잊지 못할 퇴직여행이었다. 이해하고 배려해 준 남편과 사위, 무엇보다 처음부터 기획과 진행을 도맡아 해준 우리 큰딸 혜진이에게 이 기회에 다시 한 번 고마움을 전한다. 마지막으로 제 생각만 했던 것 같아 사부인께 죄송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서부경남신문  newsnur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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