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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이냐, 찬핵이냐’ 전문가에게 물어보는 핵발전 진단

‘핵, 희망인가 재앙인가’ 토론
거창 웅양 파랗게날 연구공간

찬핵 “원전이 국가경제 돌파구”
탈핵 “핵발전없는 에너지 정책”

거창 웅양면 파랗게날 연구공간에서 열린 토론회. <사진: 파랗게날>

“탈원전과 재생에너지, 이대로라면 사람이 죽어난다. 지구온난화가 정말 위기이다. 원자력 발전을 확대하는 것 외에는 뚜렷한 대책이 없다. 원자력 산업이 살아나면 국가 경제에 돌파구가 열릴 것이다.” (찬핵의 입장, 고범규)

“핵발전소 사고는 ‘반드시 일어난다’는 경고를 명심해야 한다. 30년 또는 60년의 핵발전을 위해 후세대에 수만 년의 짐을 지울 수는 없다. 잠재력 높은 재생에너지, 핵발전소 없는 에너지 정책이 막연한 일이 아니다.” (탈핵의 입장, 이헌석)

정부가 지난해 10월 확정 발표한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상향안’에 따르면 2036년까지 수명연장을 통해 원전 12기를 계속 운전하고, 신한울 1~4호기, 신고리 5·6호기 등 6기를 준공해 운영하기로 하면서 탈원전 정책을 폐기했음을 공식화했다.

하지만 원전은 환경과 안전에 치명적이라는 단점이 있다.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 때 방사능 누출 사고가 났던 후쿠시마 원전은 10년 넘게 오염을 제거하지 못하고 있다. 방사능이 완전히 사라지기까지는 수백년이 걸린다. 사고뿐 아니라 원전에서 나오는 사용후 핵연료(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도 문제라 찬핵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처럼 원전은 찬반이 엇갈리는 에너지원이다. 뜨거운 논쟁을 두고 지난달 27일 거창군 웅양면 파랗게날 연구공간 언덕(대표연구원 이이화)에서 의미 있는 토론회가 열렸다. ‘핵, 희망인가 재앙인가’라는 주제로 열린 토론에서 찬핵 진영과 탈핵 진영의 입장을 번갈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 찬핵세력이 주장하는 것은 무엇이고, 탈핵세력의 입장은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탈원전-태양광 발전확대 문제점

고범규 사실과 과학 네트워크 기획간사.

핵발전소를 찬성하는 고범규 사실과 과학 네트워크 에너지정책 기획간사는 “우리나라는 자연적으로 열악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고품질 전기를 공급해왔다”며 “그러나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탈원전 정책의 추진과 함께 태양광 발전소나 풍력발전소의 건설이 무리하게 추진되기 시작하면서 다양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고 간사는 “태양광과 풍력발전을 늘리면서도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려면 결국 원자력 발전이 일정비중 이상 존재해야 하고, 무탄소 에너지로 생산된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에 천문학적인 비용투자가 필수”라며 “정부의 2050 탄소중립계획 달성은 기술적 측면이나 우리나라의 현실을 고려할 때 실질적으로 달성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목표이다”고 말했다.

그는 “안정적 전력생산이 불가능한 태양광 발전의 단점은 현실적으로 화석연료인 가스 화력발전에 대한 의존도를 높일 수 밖에 없다. 실제로도 2020년 가스 화력발전 비중은 탈원전 정책이 시행되기 이전인 2016년과 비교하여 20.5%나 증가했다”고 밝혔다.

고 간사는 “1GW(기가와트) 원전을 1년 동안 가동하기 위해 필요한 핵연료의 양은 22톤에 불과한 반면 같은 양의 전력을 액화천연가스(LNG)로 생산할 경우 110만톤에 달하는 LNG가 필요하다”며 “국내 식량 자급률이 45.8%에 불과한 여건에서 농업과의 공존을 고려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시행되는 농촌 태양광 발전소는 식량 안보에 현저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2017~2020년 농지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소 면적은 89.55㎢로 우리나라 전체 논 면적의 1.2%에 해당하는 농지가 사라지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도 2018년말 기준, 태양광 발전소의 70% 이상이 전남, 전북, 경북, 충남, 강원지역 등 인구가 적고 전력수요도 거의 없는 지역에 건설이 되었다.

고 간사는 이러한 모든 문제점을 고려할 시 2050 탄소중립 계획에 따르는 전기요금 단가는 현재보다 3~10배 이상 증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상향안을 따를 경우 전기 판매요금은 2020년 대비 26조3000억원이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따라서 “태양광 발전 등 변동성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이 과도하게 증가할 경우 저소득층을 위한 에너지복지 혜택 축소는 불가피하고, 이렇게 비용을 들이더라도 실제로 탄소중립 가능 여부는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고 간사는 핵 찬성 활동가로 과거에는 원전을 반대하였으나 후쿠시마원전 사고 이후 원자력 발전을 둘러싼 공방을 들여다보며 원전 찬성입장을 갖게 됐다. 대학시절 한총련 학생운동으로 2년간 수배생활을 겪었고, 20년간 진보정당 활동을 해왔다.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객원연구위원을 지냈고, 현재 사실과 과학 네트워크 에너지정책 기획간사, 대안연대 에너지정책위원 등을 맡고 있다.

기후정의 관점에서 본 탈핵문제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은 핵발전소를 반대하고 있다. 그는 “탈핵운동은 오랜 역사만큼 오해와 편견이 넘쳐나고 있다”며 “‘탈핵’이란 핵발전소에서 완전히 벗어난 상태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벗어나고 있는 과정을 의미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핵발전소가 현재 24기나 운영되고 있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이를 ‘지금 당장’ 모두 정지할 경우, 전력 수급에 엄청난 문제가 생기는 것은 너무나 자명하다. 따라서 그동안 탈핵운동은 신규핵발전소 건설을 중단하고 노후 핵발전소를 단계적으로 폐쇄할 것을 줄기차게 주장했다. 더 이상 늘리지 않고, 낡은 발전소, 효율이 떨어지는 발전소부터 하나씩 줄이자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그는 “핵발전소가 안전하게 운영되더라도 가장 대표적인 논란이 핵폐기물 문제이다. 고준위 핵폐기물의 보관기관이 10만년이고, 사용후핵연료 저장 용기의 수명이 1만년이다”며 “핵연료를 원자로에 장착하면 대략 18개월 정도 사용하는데, 18개월 동안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사용했던 폐핵연료를 이렇게 오랜 기간 보관하는 것에 따르는 윤리적 문제 등에 우리는 너무 무심하다”고 비판했다.

실제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핵발전에 대한 역할을 점차 줄어야 한다는 의견이 높아지고 있다. 핵발전을 둘러싼 논란과 미세먼지, 온실가스 배출을 둘러싼 논란이 대표적이다. 이에 천연가스를 징검다리 삼아 재생에너지로 에너지전환을 이루는 일련의 계획이 제출된 것이 2000년대 이후의 일이다.

이 위원은 “이제는 온실가스를 발생하는 천연가스 발전조차 퇴출해야 한다는 논의가 활성화되고 있다. 말 그대로 탈화석연료의 시대가 열린 것”이라며 “전력 시장의 트랜드와 변화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떤 에너지를 사용해야 할 것인가’라는 게 본질적인 질문이다”고 밝혔다.

이어 “윤석열 정부가 공약한 ‘원전 최강국 건설’과 ‘2030년까지 핵발전소 10기 수출’ 목표가 얼마나 성과를 거둘지 지켜봐야 한다. ‘원전 최강국’을 외치는 윤석열 정부에서도 영덕과 삼척 등 과거 핵발전소 건설계획이 있던 곳에 신규핵발전소 건설계획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신규 건설은 신한울 3, 4호기 건설 얘기만 나올 뿐이고, 임기 내 노후 핵발전소 18기의 수명연장을 완료하겠다는 계획만 있다. 사실상 새로운 부지에 신규핵발전소를 짓는 것은 ‘원전 최강국’을 앞세운 윤석열 정부에서도 포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위원은 “인류의 활동은 끊임없는 환경파괴를 만들어왔고, 체르노빌 사고와 같은 대규모 핵사고와 온실가스 배출과 기후위기는 그 정점에 있다. 인류는 지난 수십 년간의 교훈을 바탕으로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실행하고 있다. 다만 우리가 그 길에서 조금 빗겨나 다른 길을 가고 있을 뿐이다. 이제는 우리가 어떤 길을 가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위원은 핵 반대 활동가로 석탄화력발전소, 핵발전소, 핵폐기장, 송전탑 등 전력 및 에너지 시설 건설에 맞서 싸우는 지역주민과 20여년째 연대해오고 있다. 그는 청년환경센터와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를 맡았으며, 반핵국민행동 사무국장, 국가에너지위원회 사용후핵연료 위원, 핵없는사회를위한공동행동 공동집행위원장 등을 지냈다. 진보정당의 생태에너지본부장과 녹색정의위원장 등을 맡아 ‘정의로운 녹색 전환’ 실현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이은정 기자  newsnur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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