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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박기숙 산청지리산도서관 글쓰기 회원.

지난 1995년 12월에 지금 살고 있는 집으로 이사를 하고, 그 이듬해부터 정원 가꾸기에 많은 시간을 보냈다. 집 둘레에 나무를 심고, 마당에 잔디도 심어 제법 정원의 모습이 되어가고 있다.

‘차성호, 박기숙, 차예솔, 차예원’

나무로 뭐든 만들기를 좋아하는 성호 씨가 비틀어진 마름모 모양의 자투리 나무판에 우리가족 이름을 차례대로 새겼다. 잘했다는 나의 칭찬 한마디에 욕심을 내더니 좀 더 큰 나무판을 가지고 왔다. 이번에는 성경책에서 다윗의 시로 이루어진 시편 23편을 새겼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가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성경을 모르는 사람들도 한번쯤은 접해본 구절이다. 다윗의 고백이 우리들의 고백이 되기를 소망하면서 글귀를 새겼다.

나는 스무 살 즈음부터 교회에서 주일학교 교사로 섬기고 있다. 나의 젊고 푸른 시절이 싱그럽게 다가온다. 아이들 앞에서 수줍어하면서 성경말씀을 가르치던 모습, 산만한 남자아이들을 집중시키느라 식은땀을 흘리던 풍경도 그려진다. 그 시절에 우리 반 아이들과 함께 암송했던 구절이 바로 시편 23편이다. 지금쯤 그 녀석들은 아비가 되고 어미가 되었겠지.

삶의 광야에서 부족함이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엄청난 축복이리라. 부족하기 때문에 우리는 하나님 앞으로 나아간다.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힘이 들기도 하고 때론 뜻한 대로 풀리지 않는 것이 인생이다.

지금도 그렇다. 우리 부부는 작은 장식업을 한다. 도배, 장판이 전문이다. 고된 작업 후 노동의 대가인 돈을 받는 일이 일하는 것보다 더 힘들다. 간혹 떼이기도 하고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기도 한다.

어쩌면 삶은 선택의 연속이다. 오늘도 나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선택을 한다. 살다보면 힘들고 어렵고 짜증나는 일이 생긴다. 이런 일들을 지혜 있는 자처럼 행할 수 있기를 바란다. ‘내가 부족함이 없으리로다’라고 말하는 다윗의 시처럼.

부족함도 족하다고 여기면 족할 것이고, 충분히 넘쳐보여도 부족하다 생각하면 부족한 것이리라. 부디 그 분의 도움으로 내가 부족함이 없는 자로 살아갈 수 있기를 소망한다.

나이가 드니 조금씩 욕심을 내려놓기도 한다. 주어진 환경에서 감사할 줄도 배운다. 무엇보다 나는 지금 행복하다. 행복한 글쓰기를 통해 나의 마음 한 자락을 수줍게 꺼낼 수 있어 더 행복하다. 나는 오늘도 새벽에 눈을 떠 달콤한 성경 말씀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서부경남신문  newsnur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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