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 남계서원의 ‘빛의 노래, 서원을 밝히다’ 행사모습. 2~3일이면 족한 행사를 9월 30일부터 10월 30일까지 한달 간 15억여원의 예산을 들여 행사를 하고 있어 군민들로부터 빈축을 사고 있다. <사진: 서부경남신문>

가을이다. 하늘을 보고 가을이 오고 있음을 안다. 뭉게구름 높이 떠 있고 그 위로 새털구름도 꽤 많이 떠 있다. 무더위로 지치게 하던 여름이 가고 날씨가 서늘해지면서 삶에 의욕을 느끼게 한다.

좋은 계절이다. 이 좋은 시기를 놓칠까봐 지방자치단체들은 앞 다퉈 체육대회, 문화예술제 등 각종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더욱이 코로나19 방지를 위해 강요하던 옥외 마스크착용이 해제되고, 10월 들어 연달아 2주에 걸쳐 황금연휴가 들어 축제장과 관광지에는 인파가 넘쳐나고 있다. 단풍이 아름다운 산, 꽃들이 만발한 정원이 즐비하다. 거창 감악산과 함양 상림공원, 산청 동의보감촌, 합천 신소양체육공원에는 꽃구경하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공식적인 행사만 해도 거창한마당대축제, 산청한방약초축제, 함양산삼축제, 함양군민체육대회와 천령문화제, 함양예총제, 진주유등축제. 사천에어쇼 등 다채로운 축제가 줄을 잇고 있다. 조금만 부지런을 떨면 볼거리, 먹거리, 즐길거리가 풍성하다. 꼭 축제가 아니라도 즐길거리가 많다.

옥에 티라면 축제와 대회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관계자들의 고루한 사고방식이다. 얼마 전 막을 내린 함양군민체육대회는 뒷말이 많다. 경기는 우승이나 기록갱신보다 서로 어울려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군민화합차원에서 개최하는 군민체육대회가 친목도모는 뒷전이고, 우승을 목표로 삼아 경기종목에 따라 타지방의 선수들을 수입하는 등 친선도모라는 군민체육대회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이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며 해묵은 일이다. 읍면에서는 알면서도 서로 묵인한다는 데에 문제가 있고 무딘 감성이 심각하다. 비단 함양군에만 국한된 일인가 싶은 생각이 든다.

또 예산을 낭비하는 축제도 있다. 함양 남계서원에서는 ‘빛의 노래. 서원을 밝히다’는 빛의 축제를 볼거리도 단순하며 빈약하고 관객도 없어 2~3일이면 족한 행사를 9월 30일부터 10월 30일까지 한달 간 15억여원의 예산을 들여 행사를 하고 있어 군민들로부터 빈축을 사고 있다. 산바람이 지리산·덕유산 허리를 감돌고 있다. 선비의 고장이란 상투적 수사가 이제는 먹히지도 않는다.

천고마비의 좋은 계절이다. 우리의 마음도 높고 맑은 하늘을 닮아 풍요롭고 여유로워 지기를 기대한다. 코로나19로 인해 힘든 시기를 보냈다. 다채롭게 펼쳐지는 축제가 주민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고 볼거리, 먹거리, 즐길거리를 통해 힐링의 기회가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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