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문화 영화
친일파 단죄 향한 복수 ‘리멤버’… 결백입증 심리전 ‘자백’

가족을 모두 죽인 친일파 찾아
60년간 계획한 복수를 감행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상상 이상의 반전과 강렬한 스릴

왼쪽부터 영화 '리멤버' '자백' 스틸사진. <사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롯데엔터테인먼트>

[리멤버] 가족 죽인 친일파들에 대한 복수

일제강점기 때 친일파에게 가족을 잃은 80대 알츠하이머 환자가 60여 년을 계획해 온 복수를 감행하는 영화 '리멤버'. <사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부서진 차… 손에 묻은 피… 권총 한 자루… 내가 왜 여기에 있는 거지?” 뇌종양 말기, 80대 알츠하이머 환자인 한필주. 일제강점기 때 친일파들에게 가족을 모두 잃었다. 아내가 세상을 떠나자 필주는 60여 년을 계획해 온 복수를 감행하려고 한다. 그는 알바 중인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절친이 된 20대 알바생 인규에게 일주일만 운전을 도와 달라 부탁한다.

“원래 이런 사람이었어요? 정체가 뭐예요 도대체? 같이 접시 닦던 사람 맞아요?” 이유도 모른 채 필주를 따라나선 인규는 첫 복수 현장의 방범카메라(CCTV)에 노출되어 유력 용의자로 지목된다. 경찰은 수사망을 좁혀오고 사라져가는 기억과 싸우며 필주는 복수를 이어간다.!

영화 <리멤버>의 주인공은 기존 한국 영화 복수극에서 흔히 봤던 주인공과는 다르다. “내 이름은 한필주. 뇌종양 말기 알츠하이머 환자입니다. 이 일은 아주 오래전부터 계획 되었습니다” 복수를 시작하기 전 한필주가 기록하는 동영상의 첫 마디다. 자신이 왜 복수에 나서는지 담담하게 설명하는 그의 목소리는 60여 년을 기다리고 계획했던 복수의 시작을 알린다.

필주의 부모와 형, 누이는 모두 일제에 부역한 자들, 친일파들에 의해 죽음을 맞았다. 그리고 당시 소년이었던 필주는 무력하게 그 죽음을 지켜봐야 했다. 한 인간에게는 평생에 해당할 60여 년의 시간 동안 한국 사회도, 친일의 당사자들도 잊어버린 악행을 뒤로 하고 그때의 친일파들은 사회 지도층의 명예와 부까지 거머쥔 채 살아가고 있다.

복수의 과정에서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었는지,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 잊어버리는 걸 막기 위해 손가락에 직접 검은 먹으로 새긴 원수들의 이름은 <리멤버>가 다른 복수극과는 다른 길을 향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60여 년 전 땅에 파묻었던 권총을 다시 꺼낼 때 엿보이는 강한 결심, 잠복과 미행으로 복수해야 할 대상들을 감시하고 그들이 가장 취약할 때와 장소가 언제 어디일지 미리 파악하는 치밀함, 복수의 대상에게 방아쇠를 당길 때의 과감함과 몸싸움도 불사하는 필주의 행각은 죽음을 앞둔 사람이 생의 마지막 과업으로 모든 것을 걸고 이루는 필생의 복수극이 가지는 처절함과 공감 속으로 관객을 끌어들인다.

복수의 대상이 되는 이들의 면면 또한 연기파 배우들의 앙상블로 강렬하고 입체적으로 그려진다. 육군참모총장을 역임한 김치덕 장군 역의 박근형, 대기업 회장 정백진 역의 송영창, 대학교수 양성익 역의 문창길과 자위대 퇴역 장성인 토조 히사시 역의 박병호는 수십 년 연기 이력에 걸맞은 혼신의 투혼으로 ‘복수극’의 긴장감을 끌어올린다.

또한 필주의 복수 행각이 보통의 살인사건이 아님을 직감하고 그를 쫓는 광역수사대 강형사 역 정만식은 관찰자이자 끝까지 쫓는 추격자로 <리멤버>의 관객과 함께 ‘복수극’ 속으로 뛰어든다.

<리멤버>가 일제강점기를 소재로 한 다른 작품과 다른 가장 큰 지점은 이 이야기가 가족을 죽인 자들을 대상으로 한 필주의 개인적인 복수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리멤버>는 역사책 속에 박제된 과거의 사실이 아닌,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현재의 개인에게도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역동적인 스토리 속에 담아 전하는 것이다.

아무도 묻지 않은 과거의 죄, 우리 사회가 암암리에 면죄부를 부여해 버린 이들을 향한 필주의 통쾌한 단죄는 복수극 고유의 카타르시스와 함께 울림과 공감을 더한다.

[자백] 유죄를 벗어나기 위한 팽팽한 심리전

사건의 조각들이 맞춰지며 또 다른 사건이 모습을 드러내는 영화 '자백'.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제대로 함정에 빠졌다! 불륜 사실을 폭로하겠다는 협박을 받고 향한 호텔에서 의문의 습격을 당한 유민호(소지섭). 정신을 차려보니 함께 있던 김세희(나나)는 죽어있고, 범인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하루아침에 성공한 사업가에서 밀실 살인사건의 유일한 용의자로 누명을 쓴 유민호는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승률 100%의 변호사 양신애(김윤진)를 찾는다. 눈 내리는 깊은 산속의 별장에서 마주한 두 사람, 양신애는 완벽한 진술을 위해 처음부터 사건을 재구성해야 한다고 말하고, 사건의 조각들이 맞춰지며 유민호가 감추고 있던 또 다른 사건이 모습을 드러낸다.

영화 <자백>은 결백을 주장하는 유민호와 그의 진술을 바탕으로 사건을 재구성해가는 양신애 변호사의 대화가 이야기의 중심축이다. 누명을 벗기 위해 호텔 룸에서 있었던 모든 일을 말하기 시작하는 유민호와 그의 진술에서 발견되는 허점을 메워가며 사건을 재구성해가는 양신애의 날 선 대화가 시종일관 날카로운 긴장감을 형성한다.

모든 증거가 자신을 범인으로 지목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유민호는 승률 최고의 변호사 양신애마저 쥐락펴락하며 상황을 주도하려 한다. 유죄도 무죄로 탈바꿈시키는 유능한 변호사 양신애는 유민호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한 완벽한 시나리오를 짜기 위해 그의 심리를 이용하고 허를 찌르면서 그가 꺼내놓지 않는 진실을 끄집어낸다.

두 사람의 팽팽한 심리전과 숨 막히는 대화의 줄다리기는 영화 <자백>의 결정적 관전 포인트다. 양신애 변호사가 사건을 재구성해 나갈 때마다 영화는 관객들에게 큰 터닝 포인트를 던진다.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쌓여가는 대화 속에 관객들은 혼란에 빠지고, 새로운 이야기와 단서가 등장할 때마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릴과 마주한다.

“이야기가 달라질 때마다 느껴지는 재미가 있다. 지루할 틈이 없는 영화”라고 설명한 윤종석 감독의 말처럼 <자백>은 새롭게 밝혀지는 사건의 진실을 따라가는 재미와 속도감 넘치는 전개가 러닝 타임 내내 관객들을 몰아붙인다.

충무로 연기 베테랑들이 모두 모인 것은 <자백>의 볼거리다. 소지섭, 김윤진, 나나, 최광일까지 독보적인 존재감과 카리스마의 네 배우가 영화 <자백>에서 양보 없는 연기 대결을 예고한다.

영화 <자백>은 한정된 공간에서 두 배우의 팽팽한 대화가 이야기의 대부분을 이끌어간다. “한정된 공간 안에서 캐릭터의 심리에 맞게 작은 움직임 하나까지도 효율적으로 구상했다”는 윤종석 감독은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부터 10여 차례 이상 단체와 개별 리딩을 진행하며 배우들의 움직임과 표정, 몸짓, 목소리 톤까지 파악해 시나리오와 콘티에 적극 반영했다.

대사로 이루어진 장면이 많았기에 두 배우의 감정 밀도를 대등하게 잡아가고, 균형을 조절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세밀한 리액션 설계도 이어졌다. 처음으로 전체 리허설을 경험한 두 배우는 각 캐릭터의 감정을 온몸으로 체득하고, 서로 아이디어를 주고받으며 완성도를 높여갔다. 앉고 일어서고, 다가오고 멀어지는 미묘한 움직임에 따라 극적 효과가 달라져 가는 것을 모두가 체험했고, 실제 촬영에서는 리허설에서 얻은 경험을 모두 쏟아 부었다.

윤종석 감독은 “글로 썼던 것들, 평면적인 장면들이 입체화되는 느낌을 받으면서 짜릿짜릿한 적이 많았다. 그렇게 좋을 수 있었던 이유는 다들 너무 철저하게 준비를 해왔고, 현장에서도 집중력 있고 성실하게 그것들을 보여줬기 때문”이라며 빈틈없었던 프리 프로덕션의 공을 배우들에게 돌렸다.

이은정 기자  newsnuri@hanmail.net

<저작권자 © 서부경남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은정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