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혜정 산청 생비량면 거주, 지리산행복글쓰기 회원.

몇 년 전 서예전시회에 갔을 때다.

서예작품을 감상하는데 눈에 띄는 작품이 있었다. 단 세 글자 ‘뜻대로’라는 작품이었다. 그날은 무심히 바라만 보고 그냥 집에 왔다. 다음날에 또 방문해서 작가님께 물었다. “저 작품 제가 구입할 수 있을까요?” 벌써 다른 분이 예약했다고 말했다. 내가 아쉬운 표정을 지었더니 전시회 끝나고 시간이 될 때 써주겠노라고 했다.

그 일을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어느 날 작가님에게서 연락이 왔다. 반가운 마음에 바로 찾아갔다. 작가님이 내게 한 약속을 잊지 않고 있었다. 작가님께 작품 금액을 물었더니 극구 사양하셨다. 그렇다면 작품을 안 가져가겠다고 했다. 가까스로 작품 값을 지불하고 집으로 들고 왔다.

창원에 살 때는 그 작품을 책장 위에 보이지 않는 얹어두었다. 잊고 지내다가 산청으로 들어와서는 눈에 잘 띄는 곳에 걸었다. ‘뜻대로’ 저 글이 내 마음과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드는 글이다. 저 글을 걸어두면서 내 마음이 편안해졌다. 다툼도 질투도 욕심도 사라졌다. 좀 불쾌한 일이 있으면 ‘뜻대로’를 생각하면 그 불쾌했던 맘이 사라지고 너그러워진다. 저 세 글자가 내게 많은 위안을 주고 집안을 화목하게 만들어준다. 별거 아니지만 참 행복하다.

이처럼 나는 가끔 내가 내게 선물을 한다. 선물에는 이름이 있다. 왜 선물하는지 의미를 담아둔다.

3년 전, 왼쪽무릎을 수술하게 되었다. 너무 아프고 힘든 시기였다. 퇴원하는 날 목발을 짚고 친구 따라 공방에 갔다. 도자기그릇과 찻잔, 장식품을 구경하다가 찻상 하나에 눈이 꽂혔다. 다과상도 되고 찻상도 되는 오동나무에 옻칠한 개다리소반이었다. 가격이 꽤나 비쌌지만 퇴원기념으로 찻상을 샀다. 그 찻상을 볼 때마다 병원에서 힘들게 지낸 일이 떠오르고 한편으로는 뿌듯함이 들곤 한다.

작년 시월에 시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장례를 치루고 남은 금액을 큰 시숙께서 형제들에게 골고루 나눠주었다. 나는 그 돈이 시어머니께서 나에게 마지막으로 주신 선물이라 여기고 평소 필요했던 건조기를 샀다. 건조기를 사용할 때마다 시어머니의 생전 모습이 떠오른다.

누군가에게 선물을 기대했다가 실망하는 것보다 내가 나에게 갖고 싶은 것을 선물한다. 내가 꼭 필요했던 거라서 볼 때마다 행복하다. 선물마다 이름을 붙여서 선물을 하던 당시 상황을 떠올린다. 아팠던 시간, 고맙고 행복했던 시간들이 선물이 되어 내 곁에 남아있다. 앞으로도 내가 나에게 선물을 하면서 의미 있는 시간을 만들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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