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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태섭 거창YMCA 기획실장 | ||
먼발치 불구경하듯 두고 볼 때가 아니라고 며칠 전 한 지역신문에서 거창을 비롯한 함양과 합천, 산청까지 각 지자체의 입장을 정리해 보도한 적이 있습니다. 기사를 읽으면서 지자체간 힘겨루기로 보여 씁쓸함이 더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자칫 설익은 판단으로 지역 간 주민들의 감정을 상하게 하고 행정개편 논의의 핵심인 풀뿌리 지방자치 발전의 참뜻마저 훼손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행정구역개편 꼭 해야 됩니까? 그것도 지금
사실 이곳저곳에서 전해지는 행정구역 개편의 문제점은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정부가 발표한 추진절차를 보면 2~3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 그것도 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만 동의하면 주민투표 없이 자치단체 통합을 결정할 수 있다는 내용까지 들어있습니다. 이를 두고 한쪽에서는 민주적인 주민결정권을 무시하며 지방자치의 근본을 흔드는 독단적인 발표에 지나지 않다는 주장을 합니다.
또 자율통합 기초단체에 특별교부세 50억 지원 및 통합자치단체 추진사업에 대한 국고보조율 10%포인트 상향 등의 지원책은 지자체간 내용 없는 경쟁구도를 조성하고 통합지역과 그 외 지역의 불균형을 초래하는 등 성숙한 행정통합 논의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임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특히 부족한 지방재정을 보완하고 균형발전을 이루기 위해 사용되어야 하는 특별교부세 추징 목적에도 맞지 않는 불평등한 계획이라는 주장입니다. 이뿐만 아닙니다. 행정통합으로 반사이익을 얻게 되는 몇 정치인이나 지자체의 욕심이 맞물려 충분한 검토와 합의 없이 진행되는 행정통합은 그 시급성을 따져 명분이 없는 정치적 판단의 결과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렇듯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행정구역 개편은 현재의 행정구역이 행정의 효율성, 지방자치 실현, 자립과 성장 동력 미비, 균형발전 저해 등의 여러 문제를 안고 있는 가운데 과연 경제적 가치와 행정체계의 효율성이라는 행정통합의 명분을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표를 붙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통합에 앞서 생각하고 선행되어야 할 것은
YMCA 전국연맹(분권과 자치위원회)에서는 행정구역 개편의 여러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고 바람직한 방향에 대하여 몇 가지 대정부 제안을 했습니다.
그 제안들을 살펴보면 첫째 행정구역 개편은 지방자치의 바람직한 발전방향에 대한 사회 각계각층의 토론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한 가운데, 지역주민의 자유롭고 자발적인 의사가 존중되는 민주적 절차에 의해 추진할 것.
둘째 행정구역개편은 풀뿌리 생활 자치를 강화하고 지역의 소중한 전통과 정체성이 존중․계승되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
셋째 자치단체의 지방자치 역량을 강화하고 세계경제환경에서의 자립적 발전토대를 갖추고 국내에서의 지역균형발전을 이루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
마지막으로 행정구역 개편의 논의과정은 추상적이고 원론적인 주장이 아니라, 그 목적과 내용, 결정방식, 효과 등과 관련한 구체적 쟁점들이 충분히 짚어지고 토론되어야 할 것 등입니다.
졸속으로 치러지는 행정구역 개편은 지역 간 심각한 갈등과 분열, 대립으로 치달을 수 있습니다. 선거를 앞두고, 이권을 앞두고 갈라지게 될 것이며 자신이 속한 지역만을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결국 망국의 지름길이라 불리는 동서간의 지역감정을 넘어서는 이웃 지역 간의 뿌리 깊은 소지역감정이 생길지도 모를 일입니다.
꼭 필요해서 해야 하는 행정구역 개편이라면 주민들의 뜻이 그 첫 번째입니다. 또한 기득권을 모두 내려놓고 서로를 배려하며 상생의 길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리하여 한 판의 큰 축제의 장으로 치러내고 전통과 역사, 문화, 환경이 살아있는 살맛나는 아름다운 도시를 만들어야 합니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행정구역 개편 이야기는 누가 하고 있고, 누구를 위한 것이며, 어떻게 하자는 것입니까? 행정구역 개편이 도대체 무엇인지, 어떻게 하자는 것인지, 하게 되면 어떻게 되는지 제대로 주민들에게 알리고 고언을 들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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