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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질주
김옥남 시인, 소나무5길문학회 동인.

대형마트나 백화점에 갈 때마다 아찔함을 느낀다. 길길이 사 들고 주차장으로 향하는 무리 속에 끼다 보면 현기증과 토악질이 올라올 때가 있어 잠시도 그곳에 있기가 싫다. 또 식품매장에서 풍기는 간편식의 정체불명의 냄새 때문에 아찔해질 때가 많다. 한적한 바닷가나 산 숲에서 느끼는 생기발랄한 자연 그대로의 감정과는 완전 180도 다른 느낌이다.

만약 내가 서 있는 지하대형매장에 가공할 사고가 생겨 일순간 멈추어져 버린다면 어떤 상황이 될까? 지난 2011년 일본 동북부 후쿠시마 해양 지진으로 쓰나미가 덮치는 장면에서 미래에 내가 겪을 어느 순간을 보는 것 같았다. 탐욕으로 치닫는 현재의 나와 이웃들 삶이 이대로 계속된다면 미래는 있는 것일까.

봄기운이 돋아나자 학교 운동장계단 틈새를 비집고 올라온 민들레가 노오란 꽃봉오리를 토해내며 웃고 있다. 환경오염과 인간의 탐욕이 넘치든 말든 그들은 여지없이 봄을 위해 자신의 본분을 다하는 것 같다. 나뭇가지 끝에도 부푼 꽃망울이 달리기 시작했다. 이런 좋은 나의 주변 삶과 이웃과 사회가 한순간에 파괴되고 사라진다면 어찌 될까.

아직도 진행형인 소와 돼지, 닭과 오리 등 생지옥행이 여전한 구제역, AI조류독감 파동으로 생명에 대한 경외심이 사라졌다. 인간의 생존마저 위협받고 있는 현실에서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가는 새삼 이야기하지 않아도 잘 아는 문제이다. 단순히 지금까지 익숙해진 안락한 삶을 조금도 훼손당하지 않고 그대로 지속하고 싶다는 욕망의 포로가 되어 변화된 삶을 받아들이기가 두려울 뿐이다.

지금 좀 천천히 달리며 달려온 길을 되돌아보거나 차창 밖의 봄 풍경을 바라볼 수는 없는가. 지금 타고 내려오는 에스컬레이터가 정전되어 멈추어 버린다면, 백화점 어느 한구석이 무너져 내린다면, 예전 1996년 6월 29일 삼풍백화점같이 통째 폭삭 내려앉는다면, 온갖 상상을 하면 끔찍하다. 저 많은 인파 속에 이런 상상을 하며 걱정하는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을까. 중동이나 유럽의 대형 살상파괴를 보면서 남과 북이 대치하여 냉전의 시대를 사는 우리가 안심할 수 있는가. 날로 환경파괴를 자행하며 불가항력의 재난에 아무런 대책도 없으면서 원자력발전소를 23기나 가동하는 나라에서 어찌해야 할까.

24시간 휘황찬란하게 불을 밝혀야 삶이 행복하다고 하는 현실과 어둠이 통째 사라져 별밤이 없는 우리의 삶에서 어떤 미래를 보고 있는가. 더군다나 코로나19가 온천지를 뒤덮고 3년이라는 시간이 통째로 사라진 팬더믹시대를 살면서 지구온난화로 지구가 죽어가고 있다는 불확실시대에 인간의 욕망이 제동장치 없이 무한질주하며 커가는 지금 나라는 존재는 무한히 작아짐을 느끼며 절망한다.

대형마트나 백화점에 갈 때마다 바벨탑을 쌓고 욕망을 채우려 무한질주하는 현대인의 삶을 본다. 어디까지 가서 멈출 것인가. 나 하나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를 이용하지 않는다고 뭐가 달라질 게 없는 현실에서 나의 행복지수를 헤아려본다.

또 오늘도 나와 우리 가족이 안녕하기만을 수없이 바라며 때로는 대책 없는 일이긴 하지만 거대담론인 남북통일이나 세계평화까지 뇌까리기도 한다.

서부경남신문  newsnur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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