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오색케이블카 빗장 풀려
40년 만에 승인 최종 관문 넘어

지리산도 영향 받으며 추진 나서
환경단체는 “결사적으로 막겠다”

지리산케이블카반대 공동행동이 지난 2017년 6월 경남도청에서 케이블카 설치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 지리산케이블카반대 공동행동>

환경부가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건설을 조건부 승인하자, 경남도가 지리산케이블카 사업 재추진에 나섰다.

박 지사는 2일 경남도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리산케이블카를 본격 추진하는 게 맞다”며 “지난 정부까지 환경규제가 엄격했다. 새 정부는 규제 완화를 해서 성장동력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얼마 전에 대통령 주재로 열린 광역시장·도지사 회의에서도 케이블카에 대한 환경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논의가 많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리스, 스위스 등 선진국의 경우 케이블카를 설치해서 환경보존과 관광객 유치의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케이블카를 설치한다고 해서 환경파괴로 볼 수 없다”며 “환경부가 유연하게 대처할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이는 그동안 환경단체 등의 반발로 무산됐던 지리산케이블카 사업을 재추진할 것이라는 의도로 여론을 형성해 정부를 한층 더 압박하겠다는 것이다.

환경부 원주지방환경청이 지난달 27일 강원도 양양군의 설악산국립공원 오색케이블카(삭도) 설치사업 환경영향평가에 대해 ‘조건부 협의’(조건부 동의) 의견을 제시하면서 전국의 국립공원에서 케이블카를 설치하자는 목소리가 들썩이고 있다.

조건부 협의는 사업허가와 같은 것으로 지난 40여년간 찬반 논란이 이어져 온 케이블카 설치가 승인 최종 관문을 넘은 셈이다. 이에 산청·함양군도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협의 소식에 잔뜩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지리산케이블카 설치 계획도.

경남은 지난 2012년, 2016년, 2017년 세 차례에 걸쳐 ‘산청군 중산리~지리산 장터목~함양군 추성리’를 잇는 10.5㎞ 케이블카 사업을 추진했지만, 환경단체 등의 반발로 무산됐다. 하지만 환경부는 지리산케이블카 추진에 대해 환경성과 공익성이 떨어진다며 모두 반려했다.

그러나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 사업이 사실상 승인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국립공원과 천연보호구역, 백두대간보호지역,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등 5중 보호를 받는 설악산이 뚫리면서 굳건했던 지리산 빗장도 충분히 풀릴 수 있다는 것이다.

박완수 도지사는 “산청·함양 의견을 듣고 과거 자료 분석도 해서 중앙정부에 지리산케이블카 설치 사업을 건의할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신종철(국민의힘.산청) 경남도의원은 9일 시작되는 경남도의회 임시회에서 지리산케이블카 설치 대정부 건의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전남 구례군 역시 지리산 성삼재와 노고단까지 케이블카를 설치하겠다는 기본계획을 바탕으로 재신청을 준비 중이다. 김순호 군례군수는 “환경부가 지적한 환경성과 기술성, 합의성 문제를 보완했음에도 또 반려되면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이들 지자체들은 “지리산케이블카가 설치되면 향후 30년간 수천 명의 고용창출은 물론, 천문학적인 경제적 파급효과가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케이블카가 설치되면 장애인과 어린이, 노약자 등이 접근하기 쉬워지는 만큼, 수많은 이용객이 몰려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감도 한 몫하고 있다.

하지만 환경단체의 반발은 여전히 거세다. 지리산생명연대,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모임, 진주환경운동연합 등은 1인 시위 등을 통해 케이블카 추진을 저지해 국립공원 난개발을 막겠다는 계획이다.

지리산생명연대 측은 “국토의 4%밖에 되지 않는 국립공원이 대한민국의 허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나라 최고 보호지역인 국립공원의 개발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환경부는 2012년 6월 26일 환경부 제97차 국립공원위원회에서 경남 산청·함양군, 전북 남원시, 전남 구례군 등 지리산권 4개 지자체가 제출한 케이블카 설치를 위한 공원계획 변경 신청을 모두 부결했다.

지역사회 통합 측면에서 지리산 권역 4개 지자체 중 1곳만 시범사업 지역으로 선정되면 지역 간 갈등을 피할 수 없다는 판단에 “단일화해 재신청하면 검토하겠다”는 ‘조건부 부결’ 판정을 내린바 있다.

이은정 기자  newsnur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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