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유나 개나리 피어난 둑방길을 거닐다 보면 힐링이 따로 없다. 과일이 주렁주렁 달린 과수원이 주는 농촌의 풍요로움과 아름다운 풍경은 도시에는 없는 농촌이 가진 최대 장점이다. 이런 목가적 풍경에 끌려 귀농·귀촌하는 도시인들이 늘고 있다. 인구절벽의 상황에서 얼마나 반가운 일인가.

하지만 농촌의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축사에서 나는 악취와 과수원에서 마구 뿌려대는 농약으로 인해 외면받기 일쑤다. 함양읍 신기~거면 마을 앞 하천은 많은 예산을 투입하여 정비사업이 진행 중인데 하천과 인접한 논에 축사가 들어섰다. 함양어린이집 주변 주민들의 반발에도 축사는 건립됐다. 이처럼 농촌 난개발문제로 농촌매력도를 떨어뜨리고 젊은이를 비롯한 귀촌인들의 발길을 돌리게 하고 있다.

천문학적 예산을 투입한 저출산·고령화와 지역개발 대책에도 불구하고 전국 228개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지역이 소멸위험에 처해있다. 실제로 2021년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된 89곳 가운데 84곳이 농촌지역일 만큼 많은 이들이 농촌을 떠나고 있다. 농촌지역이 난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다.

마을 한가운데 축사가 들어서고, 태양광이 설치되고, 빈집이 늘어나도 방치되고 있다. 이런 현상은 농촌공간에 대한 체계적인 계획이 없는 탓이다. 농촌인구감소와 농촌의 쇠퇴는 농업·농촌이 담당하던 기능을 악화시켜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협하게 된다. 농촌의 소멸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농촌공간에 대한 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러한 계획 하에 농촌재생사업이 이뤄져야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다.

축사와 공장은 별도 공간으로 이전해 집적화에 따른 연계효과를 꾀하고 귀농·귀촌인들이 거주할 수 있는 주거단지를 조성해 안정적인 정착을 도와야 한다. 객지에서 고향을 그리워하는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 세대와 농촌에서 여유로운 삶을 꿈꾸는 사람이 시골에서 마음편한 여생을 보낼 수 있게 해야 한다.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이 아니려뇨’라는 싯귀를 되뇌이게 되면 주위사람들에게 귀농·귀촌을 만류할 것이다.

또 귀농·귀촌인 가운데 대부분이 귀촌인 들인데 관련 예산은 주로 농업인을 지원하기 때문에 귀촌인은 별다른 혜택을 받지 못하는 문제점도 있다. 귀농·귀촌 정책에 비농업인도 포함한다면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 농촌주민에게는 삶과 일터로서, 도시민에게는 쉼터이자 새로운 가능성의 공간으로서 농촌공간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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