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숙 산청군 단성면 거주.

새벽 5시경 걸려온 전화에 우리 부부는 인근 경상대학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요양원에 계셨던 어머님께서 위중하셨다.

병원 도착 후 1시간 만에 사망선고를 받았다. 입원을 예상하고 챙긴 짐들이 주인을 잃은 순간이었다. 자식들 수고로움을 덜기라도 하신 듯 평소 성품대로 조용히 임종하셨다. 안타깝게도 그동안 어머니와는 코로나로 만남에 제한이 있었다. 심지어 2년 넘게 손도 한번 잡아 드리지 못했다.

타인의 장례식에 참석만 했던 우리 부부는 당황했다. 인근 장례식장에 도움받기로 했다. 먼저 이모님과 외삼촌께 연락드렸고 지인들에게도 부고 소식을 알렸다. 연로하신 이모님 부부는 치매와 뇌졸중 증세로 힘드신데도 포항에서 고속버스와 택시를 타고 장례식장까지 오셨다. 서울에 계신 외삼촌께서도 아들과 함께 찾아주셨다.

어머니는 자기주장이 강하시고 책 읽기를 즐겨하셨다. 신혼 시절엔 무서운 시어머니셨다. 호랑이 같은 어머니도 병마 앞에서는 무력하셨다. 8년 전 뇌출혈로 쓰러지신 후 더욱 힘들어하셨다. 우리 부부는 병원과 가게를 오가며 6개월 정도 바쁜 시간을 보냈다.

결국 별 차도가 없어 복음요양원으로 모시게 되었다. 어머니는 요양원에서 세례도 받으셨다. 요양보호사의 세심한 보살핌으로 비록 와상 상태지만 잘 적응하셨다. 평소 말씀이 없으신 어머니는 면회 때마다 아들딸 며느리 손자 손녀 이름을 하나씩 불러주셨다.

요양원 입소 초기에는 휠체어를 타고 요양원 화단에 예쁘게 꾸며진 각색 꽃들과 나무 이름을 부르며 산책도 하셨다. 따사로운 햇살과 기분 좋은 바람의 향기도 그 시간에 함께했다. 그땐 언제나 그렇게 계실 것만 같았다.

따뜻하게 어머니를 케어해주신 요양보호사, 간호사, 복지사 등 요양원 관계자분께 감사드린다. 우리는 자식이지만 그들이 가족이고 아들 며느리셨다. 변함없는 보살핌으로 편히 계시다 천국 가신 어머니도 고마움을 전하고 싶으셨을 것이다.

장례식장은 조용히 가족들과 간간이 오시는 조문객이 빈소를 지켰다. 어머니 덕분에 처음으로 가족이 한곳에서 불편한 잠을 잤지만 소중한 시간이었다. 코 고는 소리, 웃음소리, 들락날락거리는 소리, 소곤소곤 이야기하는 소리….

아침 발인예배 전 어머니께 꽃 한 송이 바쳤다. 참았던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천국에서 만날 것을 약속했지만 이 세상과의 이별은 참 슬프고 낯설다. 교회 부활 동산은 한참 계절이 익어가고 있다. 이름 모를 작은 들꽃들의 움직임도 따사롭다. 바람의 온도는 말할 것도 없이 딱 좋다.

‘어머니 이 아름다운 곳에 편히 잠드세요. 그동안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어머니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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