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자 시인.

며칠 전, 출산을 20여일 앞둔 한 여배우가 산전 정기검사를 받으러 갔다가 이유 없이 아기의 심장이 뛰지 않아 유산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기사로 접했다. 더구나 그 부부는 두 번의 유산을 거쳐 결혼 7년 만에 어렵게 가진 아기라고 한다. 불과 열흘 전쯤 만삭의 몸으로 TV에 출연한 부부의 행복한 모습이 눈에 아른거렸다. 외모처럼 마음도 예쁜 부부에게 왜 그런 시련을 주실까 막연한 원망이 들곤 했다. 한 사람의 시청자로서도 이렇게 마음이 아픈데 당사자들의 심정이야 오죽할까.

살면서 겪는 여러 고통 중에 아이라는 생명체에 대한 아픔이 가장 클 것이다. 아이는 누군가의 분신이자 전부이기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장 소중한 존재임을 이미 엄마가 되어 본 사람들은 다 안다. 자식에 대한 어머니의 본능적 사랑, 즉 모성애는 엄마만이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부부에게 어떤 위로가 적합할까 심사숙고했지만 어떤 말도 떠오르지 않았다. 한 마디로 무엇으로도 위로가 될 수 없는 아픔이다.

배우인 남편이 분만실에서 아내를 기다리는 동안 다른 아빠들과는 전혀 다른 감정의 기다림에 대해 언급한 것을 읽을 땐 가슴이 미어지듯 아팠다. 아내의 고통이 더 클 줄 알았는데 생각을 확장하니 경중이 따로 없는 공통의 통증이다. 슬퍼할 대중들을 오히려 위로하며 배려하는 넓은 마음에 고개를 숙였고 절망의 순간에도 눈물을 삼키며 대중과 소통하는 용기 또한 프로페셔널하다. 새벽에 일어나 조깅을 하는 등 빨리 이겨내고자 노력하는 의지에 박수를 보낸다. 얼마나 견디기 힘들면 그 와중에 일어나 뛰어야 했을까.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리며 어둠 속 고독한 질주를 했을까. 그 슬픔이 짐작되고도 남는다.

우리는 때로 마음으론 울면서도 괜찮다고 하는 순간이 있다. 그것은 아마도 섣부른 위로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니, 혹은 듣고 싶지 않으니 아무 말 하지 말고 그냥 조용히 지켜봐 달라는 부탁일 수도 있다.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지만 결코 줄어들 수 없는 오롯한 자기 몫의 슬픔도 있다. 차라리 누군가 개입해서 반으로 줄 수 있는 슬픔이면 견딜만한 아픔일 것이다. 위로는 따뜻한 말이나 행동으로 괴로움을 덜어주거나 슬픔을 달래 주는 것이다. 하지만 상대의 괴로움이나 슬픔을 달래주거나 덜어주기가 어디 그리 쉬운가. 어떤 말로 그 아픔과 슬픔을 위로할 수 있을까.

아픔의 정도에 따라 누군가의 위로가 분명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아픔도 있음을 이번 젊은 부부의 일을 통하여 새삼 생각해 보게 되었다. 어떠한 말이나 행동으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 슬픔 앞에서 우리는 먹먹한 가슴으로 그가 빨리 평상심을 갖길 염원할 뿐이다.

우리는 살면서 참으로 많은 일을 경험하게 된다. 당사자들에게는 다소 무심하게 들릴 수 있지만 경험하지 않으면 좋았을 일을 겪었을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정서적 냉철함이 필요하다. 단지 그 경험이 너무 슬픈 일이기에 지켜보는 모두가 아픈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내 의지와 상관없이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서 빨리 수용하고 마음을 추슬러 강건하게 미래를 계획하면 더 좋겠다. 예쁜 부부가 빨리 훌훌 털고 다시 힘을 내 복귀하길 바란다. 소란하지 않게 사랑의 마음으로 응원하고 기다리며 아픔을 함께하고 싶다. 더 깊은 사람이 되어 다시 건강하게 웃는 모습으로 화면에서 만나기를 고대한다.

아름다운 부부여, 사랑하고 응원하며 기다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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