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잃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리라.
터덜거리며 걸어간 길 끝에
멀리서 밝혀져 오는 불빛의 따뜻함을

막무가내의 어둠 속에서
누군가 맞잡을 손이 있다는 것이
인간에 대한 얼마나 새로운 발견인지

산속에서 밤을 맞아 본 사람은 알리라
그 산에 갇힌 작은 지붕들이
거대한 산줄기보다
얼마나 큰 힘으로 어깨를 감싸 주는지

먼 곳의 불빛은
나그네를 쉬게 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 걸어갈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을
 

절박하게 살아왔는데, 빛이 보였다고 생각했는데 길을 잃었다. 내 자신의 길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로 향하는 길을 잃어버렸다. 창틀에 쌓인 먼지를 닦아내듯 내게 베푼 마음에 아직은 보답하지 못하는 마음이 너무 괴롭다. 살아온 삶을 후회하지는 않지만, 내가 가진 고통과 무게에 너무 치중해 남의 아픔을 미리 보지 못했다. 제대로 걸어왔다고 생각했는데 캄캄한 산 속이다. 보이는 것은 어둠뿐. 가고 있지만 갈 곳이 없고, 가야하지만 갈 수 없는 마음이다. 나를 안아주는 먼 곳의 ‘불빛’ 하나를 보고 그래도 걸어야겠지. ‘산속에서 밤을 맞아 본 사람은 알리라.’ 내가 나를 기다리는 마음이 남들에게 향할 수 있게 소망해본다. <우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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