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을, 낙엽이 쌓인 만추의 상림은 우리 땅에서 가장 아름다운 가을 숲으로 꼽힌다. 이른 아침 강가에서 올라온 물안개가 깔리고, 수북이 쌓인 낙엽 위에 비스듬히 햇살이 들면 붉은 물결과 노란 물결이 춤추는 꽃보다 고운 숲길이 열린다.

선비의 고장 함양은 가을 여행지를 꼽을 때 결코 빠뜨릴 수 없는 곳이다. 우리 땅에서 유일하게 국립공원을 두 곳이나 보유하고 있다. 북쪽에는 덕유산, 남쪽에는 지리산이 자리한다.

그 속에는 칠선계곡과 한신계곡, 안의 용추계곡 등 천하절경으로 소문난 계곡이 숨어 있다. 가을에 지리산, 덕유산 계곡의 단풍이 얼마나 근사한지 낙엽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실에 감탄사를 연발한다.

10월 중순의 상림은 푸른색에서 다갈색과 노란색으로 옷을 갈아입을 준비에 한창이다. 평상시에도 아름답지만 상림은 늦가을, 그것도 이른 아침에 찾아가야 숲 사이로 햇살이 비스듬히 드는 황홀한 모습을 대할 수 있다.

▲ 이 가을, 낙엽이 쌓인 만추의 상림은 우리 땅에서 가장 아름다운 가을 숲으로 꼽힌다. 이른 아침 강가에서 올라온 물안개가 깔리고, 수북이 쌓인 낙엽 위에 비스듬히 햇살이 들면 붉은 물결과 노란 물결이 춤추는 꽃보다 고운 숲길이 열린다. ⓒ함양군

상림은 함양읍의 서쪽에 있는 위천(渭川)강가에 있는 숲으로서, 지금으로부터 1100여년 전 신라 진성여왕(재위 887~897)때 태수로 부임한 최치원 선생이 위천의 범람을 막기 위해, 당시로서는 엄청난 규모의 공사를 실시한 끝에 탄생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 숲으로 폭 80~200ｍ, 길이 1.6㎞ 규모이다.

상림은 조성 당시 대관림(大館林)으로 불리며 홍수 피해를 막아왔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중간 부분이 파괴돼 상림(上林)과 하림(下林)으로 나뉘었다. 이후 하림에는 취락이 형성돼 숲은 사라졌고 상림만 옛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노간주나무, 소나무, 측백나무 등 상록교목을 비롯해 120여 종의 나무가 자라며 천연기념물 154호로 지정돼 있다.

상림에는 최치원 선생의 효행에 관련된 유명한 전설이 있다. 우거진 숲속이나 시냇가에는 뱀이나 개구리, 개미 같은 해충들이 모여들게 마련이다. 하지만 상림 숲에는 이런 것들이 전혀 없다.

최치원은 홀 어머님을 모시고 살았다. 어찌나 효성이 지극한지 말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님은 혼자서 바람을 쏘일 겸 상림 숲에 산책을 나가서 풀숲에 않아 놀다가 뱀을 보고 깜작 놀랐다. 집으로 돌아와 아들에게 숲에서 뱀을 보고 놀란 이야기를 하였다.

이 이야기를 들은 최치원 선생은 어머니에게 송구함을 금치 못하여 상림 숲으로 달려가서 숲을 향해 “이후로는 상림 숲에는 뱀이나 개미 같은 모든 해충은 일체 없어져라, 그리고 다시는 이 숲에 들지 말라고 주문을 외었다”고 한다. 그 후로는 최치원의 지극한 효성으로 모든 해충이 사라지고 모여들지를 못한다고 한다.

그 외에도 숲을 만들 때 최치원 선생이 직접 인근 산에서 나무를 운반해 심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전설에 따르면 최치원 선생은 금으로 만든 호미로 단 하루 만에 숲을 조성한 후 금호미를 나뭇가지에 걸어 두었다고 한다. 숲 속을 흐르는 실개천에 금호미 다리로 불리는 무지개다리가 있는 것으로 보아 이 근처 어느 곳에 호미를 걸어 두었던 것 같다.

상림에는 오솔길이 잘 조성돼 가족, 연인이 대화를 나누며 산책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산책 코스는 사운정에서 함화루를 돌아 맨 위쪽에 있는 물레방앗간까지 간 다음 상림 바깥쪽의 역사 인물 공원을 둘러본 뒤 다시 돌아오면 된다. 사운정~함화루~지압공원~연못~물레방앗간~역사인물공원~이은리석불 코스로 한 바퀴 도는데, 걷는 데만 1시간 정도 걸린다.

그렇지만 상림은 쉬엄쉬엄 천천히 거닐어야 제 맛을 느낄 수 있으니 2시간 정도는 잡아야 넉넉하게 즐길 수 있다. 산책길은 거의 평탄한 평지라 코흘리개 아이들도 걷는 데 전혀 위험하지 않다. 입장료와 주차료가 없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짙은 가을, 함양 상림을 찾는다면 가을이 좀 더 가까게 보일 것이다.

김정화·이용우 기자  kimjh@seob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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