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우 본지 회장.

거창군 인구가 6만명이 무너졌다. 무언의 의지가 되던 거창군의 인구붕괴는 과히 충격적이다. 칼럼의 제목은 ‘브루투스 너마저….’라는 시저의 절규에서 따왔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에 나온 유명한 구절이다.

B·C 44년 4월 13일 로마 공화정의 상징인 원로원 의사당에서 자식같이 사랑했던 브루투스를 포함한 원로원 의원 23인의 칼을 맞고 쓰러진 시저의 마지막 말이다. 믿은 도끼에 발등 찍힌 셈이니 배신감은 얼마나 들었을까? 분노와 고통이 배어난 신음이리라.

내가 시저와 브루투스 고사를 처음 접한 것이 역사책인지 소설인지 기억이 분명치 않다. 중학교 때 부산 친척집에 갔다가 친척의 책장에서 꺼낸 책에서 읽었다. 오직 ‘브루투스 너 마저….’ 하는 고사를 읽은 감동만은 지금도 뚜렷이 남아 있다.

시저는 그가 패배시킨 폼페이우스 동상 앞에서 죽었고, 시저를 찌른 브루투스도 안토니우스에 패배해 자살했다. “내가 시저를 사랑함이 얕지 않고 그보다 로마를 더 깊이 사랑했기 때문에 시저를 죽였노라”고 셰익스피어는 브루투스를 미화했으나, 폭력이 폭력을 낳는 악순환은 계속되었다.

지금 이 시대의 화두는 고령화·저출산에 따른 지방소멸이다. 서부경남의 중심인 거창군이 6만 인구의 둑이 터졌다. 이제 제방이 무너지는 것은 순간이다. 서둘러 방천을 해야 한다.

거창군은 광역행정·사법기관이 모여 있는 서부경남권의 중심이다. 고등학교 8개교, 대학 2개교가 있는 교육도시이고, 국제연극제가 펼쳐지는 청소년이 모이는 문화예술도시다. 평생학습도시로 지정된 지 10년이 되었고 문화도시로의 변모를 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인구 6만명이 무너진다는 것은 충격이었다. 이웃한 함양군이 3만6000명대, 산청군이 3만3000명대, 합천군이 4만1000명대로 쪼그라들면서 상대적으로 성장의 중심축으로 인식되고 있는 거창이었다.

거창군은 2000년 6만9855명으로 6만명 선을 24년간 유지했으나, 인구가 2024년 1월 4일자로 5만9993명으로 집계되면서 6만명 선이 깨졌다. 거창군은 1999년까지는 7만1086명대를 유지했다. 더욱이 한때는 밀양과 함께 시(市) 승격이 논의됐던 곳이다.

그래서 거창군이 오랫동안 유지해오던 6만명 선이 무너지면서 거창주민뿐만 아니라 인접 주민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으로 여겨오던 거창의 인구붕괴가 일어났다니 상상이상의 충격을 준 것이다. 6만명의 붕괴가 5만명의 붕괴로 직행하지 않도록 지역 공동화(空洞化)를 방지해야 한다.

구인모 거창군수는 기자회견을 통해 “인구 6만명선이 무너졌다. 기존 인구증가책에 대한 투자를 확장하여 미래를 준비하는 청소년·청년층과 아이를 키우는 지역민의 정책 체감도를 제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과거집착이나 외부핑계나, 나 아닌 남 비판으로부터 해방되지 않으면 그리도 목마른 지방소멸 방지는 모두 구호로만 맴돌아 지방소멸의 굉음만이 주민들을 놀래게 하고 실망시킬 것이다. 문화예술도시를 지향하는 거창군은 과거보다 미래를, 비판보다 더불어 사는 삶에, 외부핑계보다 내부충실로 생각과 기준을 바꿔야 한다. 

이철우 본지 회장  lc34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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