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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묘’ 과학과 미신 사이 미묘한 줄다리기 ‘긴장감 극치’영화 ‘파묘’
  • 성하훈 영화저널리스트
  • 승인 2024.02.23 21:29
  • 호수 133
  • 댓글 0

분장과 연출에 대해 공들인 작품
현장 있는 듯 강렬한 체험 선사
과학과 미신 사이 미묘한 줄타기

최민식, 유해진, 김고은, 이도현의 열연과 배우들의 조화는 인상 깊다. 영화 속에는 역사적인 사건과 그것이 현재로 이어지는 관계성을 조명하면서 흥미를 더하게 한다. <사진: 쇼박스>

미국 LA에서 거액의 의뢰를 받은 무당 ‘화림’(김고은)과 ‘봉길’(이도현)은 기이한 병이 대물림되는 집안의 장손을 만난다. 조상의 묫자리가 화근임을 알아챈 ‘화림’은 이장을 권하고, 돈 냄새를 맡은 최고의 풍수사 ’상덕’(최민식)과 장의사 ‘영근’(유해진)이 합류한다. 절대 사람이 묻힐 수 없는 악지에 자리한 기이한 묘. ‘상덕’은 불길한 기운을 느끼고 제안을 거절하지만 ‘화림’의 설득으로 결국 파묘가 시작되는데…

“전부 잘 알 거야… 묘 하나 잘못 건들면 어떻게 되는지” <파묘> 속 대사는 낯설지 않다. 풍수지리는 우리 삶에 밀접한 관련이 있고, 명당의 기운이 자손 대대로 길흉화복에 영향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오컬트 미스터리 영화 <파묘>가 관심을 받는 것도 우리의 전통과 연관이 있어서다.

이장과 화장을 위해 묘를 파내는 상황을 오컬트로 확대한 영화 <파묘>는 미스터리 기운이 강하다. 땅을 찾는 풍수사, 원혼을 달래는 무당, 예를 갖추는 장의사, 경문을 외는 무당까지, 과학과 미신의 경계에 서 있는 이들의 팀플레이는 과학과 미신 사이의 미묘한 줄타기를 보여주며 손에 땀을 쥐게 한다.

각각의 직업들은 묘를 이장할 때 맡은 역할로 나뉜다. 풍수사는 토지를 생물학적으로 분석하며 땅의 오행을 판단하고 장의사는 이장할 무덤의 유골을 수습하며 예를 갖춘다. 무속인 역시 원혼을 달래는 무당과 경문을 외는 무당으로 나뉘어 굿을 하는 등 전문적인 모습을 선보인다. 익숙한 듯하지만 어딘가 새롭고 낯선 이들의 이야기는 보는 이로 하여금 소용돌이치는 파묘의 현장에 함께 있는 듯한 강렬한 체험을 선사한다.

100년이 넘는 묘에 대한 이야기는 감독의 경험이 녹아 있다. 어렸을 적 100년이 넘은 무덤의 이장을 지켜본 장재현 감독은 “그때 오래된 나무관에서 느꼈던 두려움, 궁금함, 호기심 이런 복합적인 감정들을 언젠가 작품에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사바하>, <검은 사제들>에서 견고한 세계관을 완성하며 관객들을 사로잡은 장재현 감독은 고증과 영화적 상상력을 더하고 더해 100년도 훨씬 넘은 역사를 모티브로 활용했다.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은 1920년대 전후로 일제강점기 시절이었다. 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나 묘로 인해 영화는 100년 전과 현재를 오간다. 신비적이고 무속의 성격을 내포하고 있으나, 궁극적으로는 과거의 이야기가 바탕으로 이루면서 영화 속에는 역사적인 사건과 그것이 현재로 이어지는 관계성을 조명한다는 점에서 갈수록 흥미가 커진다. 감독이 “가장 현실감 있고 직관적인 영화”라고 소개하는 이유다. 풍수를 이야기하지만 ‘풍수는 과학’이라는 정서가 은연중 강조된다.

전국 팔도를 누빈 로케이션과 1200평에 달하는 오픈 세트로 구현한 묘 터는 흥미로운 볼거리다. 묘가 위치한 산은 하나의 공간으로 그려지지만 실제 로케이션은 그렇지 않았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첩첩산중의 뱀길, 굳게 잠긴 산의 출입구, 산을 올라가는 비탈길, 주목이 있는 산까지의 여정을 사실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서울부터 경기도 파주, 강원도 고성·춘천·원주, 충청도 충주·당진, 전라도 무주, 경상도 부산까지 전국 각지의 다른 공간을 나누어 촬영한 후 한 공간인 듯 연결시키는 놀라운 실력을 발휘했다.

기묘한 분위기의 묘를 찾아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오히려 비범한 분위기를 풍기는 장소의 지극히 평범한 묘에 주목했다. ‘이 무덤은 왜 여기 있지?’라는 궁금증을 유발하는 산꼭대기의 평범한 곳을 묫자리로 설정하고, 평범함 속에서 나오는 불편함을 표현해 내며 디테일을 발전시켰다, 200평에 달하는 세트장 부지에 2m 넘게 흙을 쌓아 올리고 50그루의 나무를 추가로 옮겨 심는 등 노력을 기울여 실제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듯한 음산한 기운의 묘 터를 구현해 사실적인 장면을 만들어 냈다.

하루 동안에 촬영됐다는 김고은의 대살굿(영화를 위해 창작한 단어. 기본적으로 ‘타살굿’의 형태와 비슷하다. ‘타살굿’은 돼지나 소를 잡아 제물(祭物)로 바치는 굿)은 컴퓨터그래픽(CG)을 최소화한 실사촬영과 4대의 카메라로 완성했다. ‘돈값’하기 위해 애쓴 김고은의 열연이 돋보이는 장면이다.

최민식, 유해진, 김고은, 이도현의 열연과 배우들의 조화는 인상 깊다. <파묘>의 전개는 때로 오싹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영화에 얽힌 역사적 배경은 가볍기 보다는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성하훈 영화저널리스트  doomeh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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