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 ① 거창읍지, 용역사업에서 왜 민간보조 사업으로 변경됐나?
의문 ② 학술지 편찬할 수 없는 자격미달 단체에 왜 사업권 줬나?
의문 ③ 1억2000만원 책정된 상태에 왜 예산을 명시이월 시켰나?

전직 고위공무원의 관여인지 당초 용역사업으로 진행되던 ‘거창읍지 편찬사업’이 민간보조 사업으로 넘어가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거창군은 거창읍지를 편찬하기 위해 지난 7월 경남발전연구원에 150만원의 용역비를 들여가면서 학술연구용역에 나섰는데 석연치 않은 이유로 이를 배제하고, A단체에 넘기는 예산안을 새로 책정해 특혜 의혹마저 일고 있는 실정이다.

당초 ‘거창읍지’는 거창읍 주관 사업으로 담당 공무원들이 지난해 10월부터 투융자심의를 거쳐 학술지를 편찬한 바 있는 진주, 통영, 마산 등지를 벤치마킹 하면서 8개월간 자료를 수집해왔었다.

그러나 돌연, 거창읍은 2010년 예산안 설명서에서 “향토사 발간사업은 전문학술기관에 공개경쟁입찰 시 지역 특성에 맞는 성과물을 만들기 어렵고, 여러 기관 참여 의사를 타진했으나 불투명하다”며 “A단체에 지역주민과 향토사학자를 포함한 추진위원회를 만들겠다”며 이를 번복했다.

거창읍지는 예산과목이 연구용역비로 책정됐기에 A단체는 사실상 일반경쟁에 참여할 자격이 없는 상태였다. 하지만 거창읍은 A단체가 일반경쟁 입찰에 나설 자격이 없자 사업주관을 거창읍에서 문화관광과로, 예산항목은 연구용역비에서 민간경상보조비로 무리하게 바꿔가면서 사업계획을 변경시켰다.

이렇게 되면 당초 자격 미달로 사업에 참여할 수 없었던 A단체가 거창읍지를 편찬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또 예산이 민간경상보조 사업비로 책정되어야만 A단체는 경쟁 입찰 없이 ‘추진위원회’를 구성하는 명목으로 독자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된다.

더욱이 충격적인 것은 거창읍은 올해 거창읍사를 편찬하기 위해 총 예산 2억5000만원 가운데 1억2000만원이 책정된 상태였다. 그러나 사업 주체를 A단체로 바꾸기 위해 예산을 내년으로 ‘명시이월’ 시켜가면서까지 무리하게 예산과목을 바꿔버린 것이다.

더구나 이 과정에서 “거창읍 관계자는 전직 고위공무원을 만나고, 군청 예산계를 두 번이나 다녀왔다”는 주장이 나온 상태라 결국 거창읍지의 편찬 사업이 외압으로 변경됐다는 의혹이 있는 대목이다.

거창읍 상동에 있는 한 주민은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 라는 말이 있듯이 전문학술지인 거창읍지 편찬은 전문기관에 맡기는 것이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전직 고위공무원의 외압으로 사업이 변경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문화예술인은 “예전에 펴낸 거창군사도 지역 사학자들로 구성해 객관성이 결여돼 증보판을 새로 만들고 있는 상태에서, 읍지도 똑같은 전철을 밟게 되는 셈”이라며 “거창읍지의 편찬은 공정성·객관성·합리성이 절대적인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거창읍 관계자는 “거창읍지를 편찬하기 위해 경남의 여러 연구소들을 타진해봤지만 연구용역에는 문화재 지표조사 등을 수행하기 때문에 향토사는 발간하지 않는다고 해서 예산항목을 바꿔 A단체에 의뢰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A단체 책임자는 “거창읍지는 거창읍에서 우리 단체에 의뢰해 맡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실무를 맡고 있는 또 다른 관계자는 “지역향토사는 당연히 A단체에서 하는 게 맞다”며 “거창군사 증보판이 끝나면 추진위원회를 구성해서 읍지 편찬을 바로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거창읍은 지난 9월 거창읍지를 편찬하기 위해 경남에 소재하고 있는 일반경쟁 입찰이 가능한 용역기관 13곳을 조사했는데 경쟁 입찰자로 1991년 설립된 (사)문창문화연구원과 1992년 경남도가 설립한 (재)경남발전연구원으로 좁혀진 상태였다.

더구나 이중 한 단체는 6개월간 적극적인 참여의사를 타진했으나, 거창읍은 2010년 예산안 설명서에서 “(거창읍지)향토사 발간 참여의사를 타진했으나 불투명해 (변경했다)”는 거짓 해명까지 하고 있어 사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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