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군의원 북유럽 해외연수에

군수·의장 등 협찬금 목록 나와

사실로 밝혀질 땐 처벌 불가피

 

경남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지난 8일 함양군청과 군의회에 압수수색을 실시하면서 지역정가에는 ‘칼바람’이 불고 있다.

경남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8일 오전 10시께부터 3시간 동안 함양군의회와 재무과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선 것은 군의원 해외연수에 찬조금을 기부했다는 자료와 관련된 것이다.

함양군의회는 지난 5월 18일부터 27일까지 군의원 10명 전원과 직원 5명이 핀란드, 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 등 북유럽 4개국 해외연수를 다녀왔다.

특히 의원들의 ‘해외연수 협찬금’ 건은 지난달 치러진 군의회 후반기 의장단 선거 당시 의원들 간 자리다툼에 따른 알력 탓에 표면화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상당한 후유증이 예상된다.

경찰이 확보한 자료는 지난 5월 함양군의회 해외연수에 군수와 당시 의장 등이 수백만 원씩 찬조금을 기부한 내역이 상세히 적힌 문자메시지다. 이는 지난 5월 해외연수에서 한 의원이 각종 찬조금을 정리해 동료의원들에게 보낸 것이 유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료에는 군수가 500만원, 당시 의장 200만원, ○○○(후반기 의장) 300만원 등을 찬조했고, ○○지부장(100만원)·○○공원(200만원)·○○건재(100만원) 등 지역기업도 기부에 동참했다. 또 부군수를 비롯한 군청 실·과장들이 20~50만원씩 찬조해 총 1550만원이 모였다. 이 가운데 여행 자부담으로 1140만원을 지출하고 380만원이 남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연수 총 경비는 6750만원으로, 예산 4190만원+자부담 2556만원이었다. 결국 의원들이 개별 자부담해야 할 경비 250만원을 군수 등의 찬조금으로 상당 부분 충당한 해외연수가 됐다. 직원의 경우 5급 과장은 예산 446만원+자부담 4만원, 6급 계장 이하 예산 428만원+자부담 22만원을 부담했다.

이 자료의 파괴력은 상당해 지역 정가에는 거센 파문이 일고 있다. 공직선거법 제113조(후보자 등의 기부행위 제한)에 따르면 국회의원·지방의회의원·지방자치단체장 등은 당해 선거구 안에 있는 자나 기관·단체·시설에 기부행위를 할 수 없다. 이를 위반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명시돼 있다.

2004년 3월 선거법 개정으로 그동안 선거일 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로 규정됐던 한시적인 기부행위 제한기간이 없어지고, 언제나 기부행위를 할 수 없도록 제한기간이 상시화 됐다. 이에 따라 국회의원, 지방의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등은 선거에 관한 여부를 불문하고 언제나 기부행위를 할 수 없다.

경찰은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자료에 대한 분석, 사실관계 확인과 더불어 연루자들을 소환 조사할 예정이다. 관련 전문가들은 사안의 중대성과 당사자에 대한 소환조사 등을 감안하면 통상 수사기간보다 다소 길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앞서 몇 차례 선거와 비리사건 등으로 홍역을 치렀던 함양군은 뒤숭숭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어 수사 전망과 진행상황 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협찬금 내역 문자메시지

한 선거 관련 전문가는 “찬조금을 기부한 선출직 공무원들이 선거법상 금지된 기부행위를 한 사례로 판단될 소지가 크다”며 “자료 내용이 사실로 밝혀지면 공직선거법 기부행위제한 규정에 따라 함양군수와 의장 등에 대한 처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민간 기업의 찬조금을 받은 것이 확인되면 의원들에게도 뇌물수수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새누리당은 9일 전당대회에서 친박 이정현 의원을 당대표로 선출한 가운데 임기말 레임덕 현상에 대한 예방책으로 해당행위 등에 대한 사정기준을 보다 엄격히 적용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사건에 연루된 함양군 자치단체장과 의원 등 당원들에 대해 조만간 어떤 식으로든 조치를 취할 것이란 전망도 흘러나오고 있다.

/특별취재팀

서부경남신문  webmaster@seobunews.com

<저작권자 © 서부경남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