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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지존 부산국제영화제 개막, 69개국 301편 상영부산 영화의 전당, 해운대, 남포동 등에서 15일까지 개최
지난 6일 부산 영화의 전당에서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식이 열렸다. 영화제는 15일까지 진행되며 개막작은 장률 감독의 ‘춘몽’, 폐막작은 후세인 하산 감독의 ‘검은 바람’이 선정됐다. <사진제공 :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 최대 규모의 영화제인 21회 부산국제영화제가(이하 부산영화제) 10월 6일 7시 해운대 센텀시티 영화의 전당에서 개막했다. 배우 김의성, 조민수 사회로 열린 개막식에는 안성기, 김의성, 설경구, 한효주, 한예리, 박소담. 이엘 등등 배우들과 해외 게스트 및 5000여명의 관객들이 참석했고 개막작 <춘몽> 상영이 이어졌다.

부산영화제는 1996년 시작해 해마다 비약적인 성장을 하며 국내를 넘어 세계적인 영화제로 성장했다. 유럽의 칸, 베를린, 베니스와 견줄 수 있는 영화제로 아시아 지존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2014년 세월호 다큐멘터리 <다이빙벨> 상영으로 촉발된 정치적 간섭과 탄압은 부산영화제 권위와 위상을 흔들어 놨다.

잘 나가던 영화제에 정치적 개입이 이뤄지는 순간 지진의 여파와 다를 바 없이 공들여 쌓아 놓은 탑은 크게 흔들렸다. 표현의 자유가 위협당하고 있는 현실에 국내 영화계는 보이콧을 결의했다. 이후 부산시와 협상 과정에서 어느 정도 절충이 이뤄지기는 했으나 여전히 영화감독들과 프로듀서, 영화노조 등의 보이콧은 철회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올해 부산영화제는 부득이 반쪽 영화제로 행사가 진행 중이다. 문화행사에 정치적 개입은 잘 나가던 영화제를 한 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음을 교훈으로 안겨줬다. 개막 전날 불어 닥친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야외무대공간이 심하게 훼손되며 어느 때보다 어렵게 막을 올렸다. 예전의 화려함보다는 차분함이 강조됐다.

하지만 전체적인 작품 수는 69개국 301편으로 예전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장률 감독의 <춘몽>으로 막을 올린 부산영화제는 15일까지 열흘간 부산 영화의전당과 해운대 상영관에서 개최된다. 폐막작은 이라크 영화가 상영된다. 지난 7월 타계해 세계 영화계를 슬픔에 잠기게 만든 이란의 거장 감독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회고전이 열리고, 아시아 영화를 중심으로 유렵과 미주, 아프리카 등 전 세계 영화들을 만날 수 있다.

 

■ 개·폐막작 : 술집 여주인 마음 얻으려는 세 청년, 납치된 애인 향한 지고지순 사랑

 

개막작은 13일 개봉하는 한국영화 <춘몽>이다. 전신마비인 아버지를 돌보면서 작은 술집을 운영하는 젊은 여자 예리. 그녀의 마음을 얻으려는 세 명의 청년 익준, 종빈, 정범에 대한 이야기다. 모두 예리에게 잘 보이려 애쓰지만 셋 다 미래가 밝은 인물들은 아니다.

익준은 <똥파리>의 주인공처럼 껄렁껄렁한 동네 건달이고, 종빈은 <용서받지 못한 자>의 이등병처럼 뭔가 모자라다, 정범은 <무산일기>의 탈북자처럼 어딘가 치명적 결함이 있는 인물들로 보인다. 과연 셋 가운데 예리의 마음을 얻는 자가 있을까?

서울의 변두리를 배경으로 한 영화는 아웃사이더들의 삶에 초점을 맞춘다. 그들의 삶은 하룻밤 꿈과 같은 시간의 연속이다. 각자의 영화에서 연출뿐만 아니라 배우로도 돋보였던 양익준, 윤종빈, 박정범 등 세 감독의 개성적 연기가 눈에 띄고 한예리의 매력이 진가를 발휘한다. 제작자 이준동, 배우 김의성, 신민아, 김태훈, 유연석, 조달환 등의 카메오 연기도 주목할 만하다.

폐막작은 <검은 바람>은 지고지순한 사랑과 전통적 가치관, 종교관 사이의 갈등과 충돌을 그린 작품이다. 어느 날, 페로는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에 의해 납치되고 노예시장에 팔려간다. 애인 레코는 천신만고 끝에 그녀를 찾아 난민캠프로 돌아오지만, 레코의 부모를 비롯한 마을 사람들은 페로를 배척하기 시작한다. 강간으로 인한 임신 사실까지 알려지고, 가문의 명예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아버지의 차가운 시선은 페로의 고통을 극단으로 몰고 간다.

세계 어느 곳에서나 전쟁, 테러의 가장 심각한 피해자는 늘 여성이다. 페로의 고통이 더 심각한 이유는, 그녀가 모든 삶의 터전을 잃어버리고 불안한 삶을 이어가는 마을 사람들 속에 놓여져 있다는 것이다. 후세인 하싼 감독은 이 모든 과정을 전개해 나가면서, 극적 갈등구조는 유지하면서도 형식적으로는 냉철한 시선을 유지하고 있다. 지금 현재 현실 속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비극임을 강조하기 위한 선택이다.

 

■ 거장의 신작과 아시아 영화 : 일본 신카이 마코토 감독 애니메이션 기대 증폭

 

갈라 프레젠테이션은 거장 감독의 신작을 소개하는 섹션이다. 일본의 주목받는 애니메이션 감독 신카이 마코토의 기대작 <너의 이름은>, 역시 일본의 거장 구로자와 기요시 감독의 <은판 위의 여인> 등이 상영된다.

<너의 이름은> 도쿄와 산골 마을에 사는 청소년 타키와 미츠하의 몸이 서로 뒤바뀌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으로 시작돼 산골 마을에 떨어진 혜성으로 인해 시공간이 뒤바뀌는 거대한 이야기로 확장되어 간다. 3·11 대지진으로 인해 죽거나 사라져간 사람과 자연을 되돌리고 싶은 감독의 바람이 반영되어 있는 애니메이션이다.

<은판 위의 여인>은 사진작가 스테판의 조수로 채용된 장이 스테판의 딸과 사랑에 빠지는 내용을 줄거리로 하는데, 판타스틱 영화사에 길이 남을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아시아영화의 창’에서는 아시아 영화들을 집중적으로 소개한다. 필리핀의 라브 디아즈와 브릴안테 멘도사, 인도의 브다뎁 다스굽타 감독 등 아시아 거장의 신작들이 상영된다. 26개국 56편의 작품 중 이란 모흐센 마흐발바프 감독의 <자안데루드의 밤>과 카말 타브리지 감독의 <순례길에서 생긴 일>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 영화다. 이란에서 오랫동안 상영이 금지된 영화로 최근 해금된 영화들이다. 아시아대륙에서 아직도 정치나 이데올로기, 혹은 종교적 이유로 표현의 자유가 빈번하게 침해받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는 구체적 예시다.

 

■ 한국영화 : 정은채 정유미 한예리 임수정 윤진서 이혜은 등 출연 신작 선보여

 

한국영화는 올해 개봉해 주목받은 <밀정> <곡성> <내부자들> <아가씨> 등을 비롯해 독립영화 감독들의 신작이 대거 공개된다.

김종관 감독의 <더 테이블>은 정은채, 정유미, 한예리, 임수정 등 네 명의 여배우가 등장해 각기 다른 매력을 보여주는 영화다. <커피메이트>는 오지호, 윤진서가 주연을 맡은 영화로 결혼을 한 여자가 커피숍에서 만난 남자와 커피숍 안에서만 데이트를 즐기며 커피메이트가 되는 이야기다. <유타 가는 길>은 동반자살을 꿈꾸며 유타로 향하는 남녀를 그린 영화로 이진욱과 류혜영이 주연이다. <나의 친구, 그의 아내> <반두비> 등으로 주목받은 신동일 감독은 코르셋의 배우 이혜은이 주연을 맡은 <컴, 투게더>를 내놓는다. <모텔 선인장>과 <낙타(들)>을 만든 박기용 감독도 오랜만에 신작 <지옥도>를 공개한다. 이밖에 시골 마을 고등학교에서 벌어지는 연애소동을 유쾌하게 펼쳐지는 <용순>도 올해 부산영화제 흥미를 끌 작품으로 꼽히고 있다.

한국영화회고전은 장르영화의 개척자 이두용 감독이 선정돼 대표작 8편이 상영된다. 이두용 감독은 70년대 <용호대련>을 시작으로 태권도 액션영화의 전성시대를 열었고, 1980년 <피막>으로 베니스영화제 특별상, <여인잔혹사 물레야 물레야>로 칸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초청 등 국제무대에 한국영화의 이름을 알렸다. 1970년대 흥행과 비평에서 두 마리의 토끼를 잡으며 굵은 족적을 남긴 원로감독이다.

 

■ 비아시아권 영화 : 칸영화제 수상작 켄 로치의 <나, 다니엘 블레이크> 주목

 

올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영국의 좌파감독 켄 로치의 <나, 다니엘 블레이크> 미국 인디영화계의 선구자 짐 자무쉬의 <패터슨>은 가장 눈길을 끄는 영화들이다. 야외상영작인 이탈리아 영화 <시칠리아 상륙작전>은 2차 대전 당시 미연합군과 마피아의 결탁을 주인공의 러브스토리와 함께 절묘하게 엮어낸 작품으로 이탈리아 코메디의 진수를 보여준다. 지중해 섬의 수려한 풍경을 스케일 있게 담아냈다. 영국에서 제작된 <멜라니: 인류의 마지막 희망인 소녀>는 뜻밖의 감동코드로 좀비영화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작품이다. 특별기획으로 준비된 콜롬비아 영화들 역시 주목할 부분이다. 중남미 영화의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는 콜롬비아 영화의 중흥기를 이끈 영화문화운동집단 칼리그룹의 작품들을 엄선했다. 이들은 콜롬비아 뉴웨이브 운동을 이끌며 미학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영화가 사회와 맺는 뜨거운 성찰을 보여주며 콜롬비아 영화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 부대행사 : 감독 배우들 가까이 볼 수 있는 야외무대인사 등

부산영화제는 열흘간 해운대 센텀시티에 위치한 영화의 전당을 중심으로 개최된다. 인근에 위치한 씨지브이(CGV)와 롯데시네마, 해운대 지하철역 앞에 있는 메가박스가 주요 상영관이다. 영화상영 외에 감독과 배우의 무대 인사, 토론회 등도 열린다. 야외무대인사는 감독과 배우들을 가까이서 만날 수 있어 주말 관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행사는 주로 해운대해수욕장에 마련된 비프빌리지에서 진행된다. 영화의전당과 해운대 사이에는 셔틀버스가 수시로 운행해 관객들의 이동을 돕고 있다. 일반상영작은 6000원이며 3D·4D 상영은 8000원, 심야상영은 만원이다.

성하훈 기자  seonghh@seob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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