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밥값 삭감한 도의원들

     서민들 힘든 생활은 아랑곳없어

     정책제안 없고 과제해결도 낙제

경남도의회가 학교비정규직의 밥값을 삭감해 주춤했던 비정규직 논란에 불을 지폈다. 경남지방노동위원회의 중재로 비정규직에게 8만원의 급식비를 지급하기로 한 사회적 합의를 무시한 독단적 결정을 내린 것이다. 우리지역 안철우, 진병영, 박우범 도의원도 이에 동참했다. 조선제, 류순철 도의원은 아예 불참했다. 얼마 전 우리 사회가 목도한 비극적 사건을 떠올리면 ‘꼭 이래야만 했나’싶다.

지난 5월 28일 서울 지하철 2호서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비정규직 청년이 사망했다. 사망자의 가방 안에서 컵라면이 발견되어 전 국민의 눈시울이 붉어졌고 지하철 스크린 도어에는 사망자를 추모하는 포스트잇 물결이 일었다. 몇몇 시민들은 추모식장에 “하늘나라에서는 라면만 먹지 말고 밥도 말아 먹으라”는 의미로 햇반을 두고 가기도 했다. 그렇게 한 비정규직 청년은 밥도 먹지 못한 채 우리를 떠났다.

청년이 떠난 후로 우리 사회는 비정규직에 대한 구조적 문제를 진단하고 재발을 막기 위한 대책마련에 골몰했다. 그리고 5개월여가 지난 지금. 경남도의회는 ‘비정규직에게는 8만원도 아깝다’는 시대적 요구에 반하는 결정을 내린다.

학교비정규직들은 정규직 교사들에 비해 열악한 환경에서 일한다. 교사들이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학교에서 여러 궂은일을 도맡아 한다.

그들이 있기에 우리 자녀들이 좀 더 나은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 이들에게 한 달에 8만원의 급식비를 주는 것이 그렇게도 용납 못 할 일인가.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책 제안을 해도 모자란 판국에 비정규직 노동자의 밥값을 삭감하는 경남도의회의 모습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번 경남도의회의 결정은 비정규직 차별을 고착화시키고 경상남도 교육의 발전에도 이로울 게 없을뿐더러 시대적 요구에 분명하게 반하는 결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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