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훈 - 이정미용실 대표

현 정부가 출범 첫 해부터 집착적으로 추진해온 의료 민영화에 최순실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도대체 최순실의 손이 안 뻗친 곳이 어딘지 궁금할 정도다. 더욱이 의료 정책은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만큼 가장 조심스럽게 접근해야할 문제인데, 여기에 일반인의 사리사욕이 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일이다.

박근혜 정부는 2013년 말 ‘4차 투자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었다. 의료법인들이 자법인을 설립할 수 있고 영리추구형 부대사업 범위를 대폭 확대하는 방안이 담겼다. 발표 직후 사회진보연대가 발표한 보고서에는 당시에는 놀라울 것 없었지만 지금 보면 ‘기가 찰’만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보고서는 의료법인 자회사 허용과 사업 범위 확대의 최대 수혜자로 차병원 그룹을 꼽은 것이다.

이 차병원 그룹의 계열회사인 ‘차움병원’의 단골 고객이 최순실 일가였다는 것이 최근 밝혀졌다. 최순실은 이 병원에서 박 대통령의 주사제를 대리 처방해 갔고 차움병원 건물에서 한때 거주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들어난 정황에 더해, 차병원이 연구중심병원으로 뽑혀 국고 192억원을 지원받기로 하고 대통령의 해외순방에도 동행했다는 사실을 추가하면 최순실이 국가 의료정책에 불법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합리적 의심이 충분히 가능하다.

의료 민영화 정책은 발표 당시에도 ‘의료기업과 대기업들에게만 혜택이 제공될 뿐 장기적으로는 병원비 폭등과 과잉진료로 이어져 국민 피해가 예상된다’는 숱한 비판에 직면했었다. 그럼에도 정부는 “규제는 암”이라며 의료민영화와 관련 있는 정책에 강하게 집착했다. 최순실의 피부 노화를 방지하기 위해 진료를 해 왔던 차병원. 그리고 그녀에게 800억원을 안겨준 대기업들. 정부가 그토록 집착적으로 의료민영화를 추진했던 이유가 이것 때문이었나는 의심이 든다.

회원제로 운영되는 차움병원은 입회비가 1억5000만원에 달한다. 이러한 기형적 형태의 의료 법인 모델을 정부가 장려하고 다른 병원이 벤치마킹한다면 의료비 상승과 의료기관의 양극화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최순실처럼 대통령 언니를 두지 못한 일반 서민대중들은 충분한 의료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의료에 소요되는 전체 재원 중에서 공공에 의해 조달되는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가 72%인 데 반해 우리나라는 58%에 불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본인부담률이 우리보다 높은 곳은 영화 <식코>의 나라인 미국 그리고 멕시코와 칠레뿐이다. 이러한 현실을 무시하고 그토록 강력하게 의료민영화를 추진하고자 한 최순실과 박근혜 대통령을 생각하면 앞서 얘기한 질문이 다시 떠오른다. 도대체 현 정부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국민 안전을 무시하고 국정을 농단한 관련자들은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한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최순실의 눈치만 보던 검찰은 관련 사안을 철저하게 규명해 대한민국의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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