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거창사건 등 특별조치법 거부권 행사

정부는 '거창사건 등 관련자 명예회복 특별조치법'에 대해 공포 거부권을 행사했다.
고건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는 지난 23일 정부중앙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열어 거창사건특별법과 사면법 개정안에 대해선 국회에 재의을 요구키로 했으나, '광주민주화운동관련자보상 등에 관한 법'과 '민주화운동관련자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은 원안대로 공포했다.

고 대행은 이날 회의에서  '거창사건 등 특별조치법' 개정안에 대해선 "비슷한 시기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고려할 때 국가재정에 대한 막대한 부담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어 국회 재의가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총선을 앞두고 있어 임시국회 소집이 불가능하다는 태도여서, 사면법과 거창사건 특별조치법은 16대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될 것으로 보인다.

거창사건 유족회는 "국무회의의 거부권 행사 철회를 촉구"하며 "향후 정부가 진행하는 위령 사업에 유족회가 불참하기로 결의하는 등 강력한 투쟁을 벌이겠다"고 결의했다. 또 "희생자 719명을 안치할 위령묘역조성사업이 완공되더라도 단 1명도 이곳에 이장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국전쟁 전후 미군에 의한 양민학살 경남도대책위도 정부의 이번 결정에 대해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학살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범국민위원회 이창수 특별법쟁취위원장은 "정부가 사건의 진상규명과 희생자들의 명예회복에 대한 전향적이고도 적극적인 의사 없이 예산문제와 행정적 문제로 법안공포를 거부한 것은 옳지 않다"고 논평했다.

거창사건 등 특별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한나라당 이강두 의원(거창·함양·산청)은 "법무부와 행정자치부 등 관계부처와 입법과정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쳐 공감대를 이룬 법안에 대해 정부가 재의를 요구한 것은 이해할 수 없고, 다른 법안과의 형평성에도 어긋난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재민 기자  leejm@seob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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