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혹과 충격의 날들이 서천(西天)에 저물고 있다. 깊디깊은 낙망의 늪에 빠진 채 허우적거리며 맞이하는 한해의 마지막 달이다. 새해 첫날 해맞이를 하며 발전과 번영의 한 해가 되기를 기원했다. 그러나 삶은 우리가 뜻과 관계없이 부는 바람의 방향에 따라 도는 풍차였다. 바람은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불지 않고 불고 싶은 대로 불었다. 그래서 감추고 싶은 것들을 나부끼게 하였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였다. 정당하지 못한 진실이 알려지면서 국민들은 혼란에 혼란스러워 한다. 재사들이 논의하고 있으니 잘 마무리될 것을 믿는다. 세월은 흘러가는 강물이다. 가두어도 멈춤은 일시적일 뿐 흘러가게 마련이다. 몇 주 후 맞이할 새해를 위해 올 한 해를 잘 마무리해야 한다.

중앙이 난장판일 때는 지방이라도 잘 해야 한다. 함양도 거창도 소란스런 분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행정당국은 미진한 사항이나 미흡한 사항에 대해 세심한 관심을 갖고 잘 마무리해야 한다. 함양군은 상림 정수장 경내에 여론 수렴절차도 없이 군사비밀작전 전개하듯 시비공원을 설치했다. 군민으로부터 질타가 쏟아지자 예정된 준공식을 취소한 채 철조망을 둘러쳐 사람들의 접근을 금지하고 있다.

시비설치는 사람들에게 훌륭한 시와 작가를 공개하고 널리 알려 함양의 품격을 높이려는데 있다. 시비를 이렇게 사람들로부터 격리시키고 장식으로 삼으려고 그 많은 돈을 투입하였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본지와 군 의회에서 철거해야한다고 문제를 제기했고 행정당국에서는 군민의 의견을 들어 처리하겠다고 하였으나, 반년이 다 되도록 아무런 조치가 없다.

설치를 기정사실화하고 그냥 뭉개고 나아갈 셈인가. 군수가 특정인의 위상을 높여주려는 배려였다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잘못 꿴 단추는 다시 꿰어야 우스운 꼴을 당하지 않는다. 귀찮다고 망설이면 겁쟁이요 기회주의자다. 겁쟁이는 표를 의식하고 용기 있는 자는 역사를 의식한다. 지금은 문화의 세기이다. 하나만 보면 열을 안다. 우리는 다수의 횡포도, 소수의 억지도 체험했다. 군수의 처사를 지켜볼 것이다. 12월은 좀 차분한 가운데 한 해의 알찬 마무리를 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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