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가 꽃피기 위해서는

촛불민심을 피워낸 시민정신

시대정신을 읽어내는 정치가

국민 곁에 늘 존재해야 한다

어둠을 젖히고 새벽을 알리는 닭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정유년 새해가 밝았다. 저마다 떠오르는 아침 해처럼 타오르는 희망의 빛으로 설레고 있다. 지난해는 어두움으로 가득 찼었다. 작은 촛불이 칠흑 같은 어둠을 밝힐 수 있었다. 어두울수록 작은 빛이 더욱 빛났다.

가장 큰 문제는 우리 자녀들이 열심히 하면 보다 잘 살 수 있다는 희망이 무너지는데 더 절망했다. 그나마 평화적인 광장 촛불에서 나라의 새로운 정신적 동력을 찾아낸 것은 다행이다. 새로운 나라를 향한 촛불의 염원은 앞으로도 변화와 개혁의 원동력이 될 것이다.

촛불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루게 한다. 촛불시위는 양초산업은 물론 촛대 등 연관 산업의 발전을 가져온다. 양초에 대한 수요는 아름다움과 초월성에 대한 사람들의 욕구를 대변하는 하나의 상징이기도 하다. 촛불을 켜면 마음이 안정된다. 늦은 밤에 전등을 끄고 촛불을 밝히면 경건함을 느낄 수 있다. 조명이 달라지면 말하는 사람의 목소리도 은근해진다. 촛불을 켜는 집에 부부싸움이 없다고 한다. 또한 촛불은 비판과 정의를 널리 퍼지게 한다. 촛불시위는 어느 순간 대한민국 시위문화의 상징이 되었다.

촛불시위는 1988년 체코슬로바키아 브라티슬리바 시위가 대표적이며 우리나라는 2002년 미군장갑차 여중생 사망사건 추모 집회,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반대 집회, 2008년 미국 광우병수입 협상 반대 집회, 2016년 최순실 케이트 규탄 박근혜대통령 퇴진 촉구 집회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촛불시위가 벌어지는 광장은 거대한 민심의 표출장인 동시에 전 세계가 주목하는 민주화의 산실이 되었다. 2016년 연말의 촛불은 강했다. 국정을 소홀히 한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탄핵과 하야를 외치는 시위로 번졌다.

촛불은 촛불일 뿐 결국 바람이 불면 꺼지게 돼있다고 민심은 언제든 변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억압된 시민의 심리를 기름으로 삼아 타오르는 촛불은 횃불이 되었다. 주말마다 연이어 개최된 촛불시위에 참가한 연인원은 1000만명이 넘었다는 통계가 나왔다. 거대한 촛불은 대통령의 직무를 정지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행진과 구호제창, 노래는 억압된 시민의 심리를 표출시켜 하나로 묶게 하는 호소력이 있었다.

훈련된 듯, 군중은 조직적이고 일탈된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 촛불을 든 시민들은 대한민국이 새로 도약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성숙된 시민의식을 보여주는 것이란 외신보도가 있었다. 2016년을 빛낸 것은 촛불집회였다. 세련되고 위대했다고 치켜세우는 말에 누구도 이의를 달지 않았다. 몇몇 정치인들이 촛불집회의 민심을 그들의 정치적 발판으로 삼으려는 듯한 언사는 좋게 보이지 않았다. 촛불시위가 소기의 목적을 이루지 못하면 혁명이 기다리고 있다는 식의 일부 야심가의 자극적이고 선동적인 정치적 언동은 비판을 불렀다.

시민 민주주의가 꽃피게 하기 위해서는 촛불민심을 피워낸 시민정신, 시대정신을 읽어내는 정치력이 절실하다. 계층상승 사다리가 붕괴되고 심화된 양극화를 해소하고 패거리 진영 문화를 청산하라는 게 촛불이 요구한 시대정신이다. 소수 엘리트가 일방적으로 주도해온 체제 대신 시민이 주인으로 참여하는 새 민주공화정을 열라는 역사적 과제를 촛불은 부각시켜 주었다. 쪼개지고 상처 난 민심을 용광로처럼 녹여낼 리더십이 필요하다. 광장으로 뛰쳐나온 청년들의 취업 고통을 완화해 주는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

4당 체제의 정치권이 집권용 세 불리기와 이합집산에 머문다면 촛불민심에 역행할 뿐이다. 집권을 향한 의지만 불태워서는 안 된다. 난공불락으로 여겼던 제왕적 체제를 정지시킨 희열을 맛본 촛불은 정치권이 시대정신을 망각하면 언제든지 광장으로 달려올 수 있음을 명심해야한다. 정치권은 달리는 사자의 등에 올라타 있음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촛불도 군중심리에 편승하여 계속 흔들어 될 게 아니라 이제 차분히 밝고 희망찬 생각으로 주변을 밝혀 나가야 한다. 긴 눈으로 역사의식을 가지고 진정 나라의 앞날을 다 함께 걱정했으면 한다.

이철우 본지 회장, 전 함양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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