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이스탄불에 있는 오스만제국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건축물 블루모스크.

비행기는 인천의 아침 공기를 뚫고 서쪽으로 날아갔다. 두 번의 기내식과 한 번의 간식을 먹은 후 11시간 만에 도착지인 터키 이스탄불 공항에 도착했다. 비행하는 도중 두 편의 영화를 감상하고, 잠깐 휴식을 취하니 목적지까지 금방 도착했다. 이스탄불에서 인천으로 돌아오는 시간은 기류 차이로 인해 9시간이 걸린다.

터키는 유럽과 아시아에 걸쳐 있는 나라다. 아시아 쪽 터키 영토는 국토의 97%를 차지한다. 보스포러스 해협과 마르마라해, 다르다넬스 해협을 끼고 있는 유럽 쪽 터키 영토는 국토의 3%에 불과하다. 하지만 터키는 지리상으로는 아시아에 가깝지만 오랜 세월 오스만 제국이 유럽 동남부 지역과 아프리카 일부에 걸친 영토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아시아보다 유럽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터키는 아시아, 중동, 유럽과 인접한 지리적 영향으로 동양과 서양이 만나고,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기독교와 이슬람교가 교차하며, 이스탄불 혹은 콘스탄티노플이라고 불리던 고도로 여행자들에게 무수한 볼거리를 제공하여 그 매력에 빠지지 않고서는 견딜 수가 없게 만든다.
 

그랜드 바자르에서 바다위의 궁전 돌마바흐체까지

바다 위의 궁전으로 불리는 돌마바흐체 궁전.

터키의 첫날, 숙소에서 먹은 아침 식사. 그 이후로 여행이 끝날 때까지 아침식사는 동일했다. 터키의 바게트빵인 에크맥과 계란, 치즈, 올리브, 토마토, 오이, 햄이 주 메뉴다. 국민들은 하루에 10잔 이상 보통의 홍차인 터키의 차 짜이를 마신다고 한다. 터키는 차 이외에 커피도 유명하다. 전 세계에서 처음 커피를 만들어 마신 나라가 바로 이곳이라고 한다.

이스탄불에 도착하자마자 550년 전통의 재래시장 그랜드 바자르로 향했다. 20개의 출입구와 60여개의 통로, 4000여개의 상점들이 운집한 이스탄불의 대표적이 명물이다. 물건에 가격표는 있지만 대개 흥정에 따라 부르는 게 값이어서 진짜 재래시장다웠다. 그리고 마지막 날 일정으로 바다위의 궁전이라 불리는 돌마바흐체 궁전을 관람했다. 이 궁전은 285개의 방, 43개의 거실, 샹들리에가 오스만 제국의 화려함을 대변하고 있었다. 영국 빅토리아 여왕이 헌상한 샹들리에는 750개의 등에 무게만 4.5톤이다.

그리스정교 성소피아 성당과 이슬람교 블루모스크

성소피아 성당 내부. 아기 예수를 안고 있는 성모마리아의 벽화가 천정에 그려져 있다.

성소피아 성당은 오늘날까지도 비잔틴 건축의 최고 걸작으로 손꼽히고 있다. 그리스도교를 처음으로 공인하고 이곳에 거하기로 정한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새로운 도시의 큰 사원’으로 325년 창건했다. 오스만 제국이 들어서면서 이곳은 회교사원, 즉 모스크로 그 용도가 바뀌었다가 현재는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성 소피아 성당 맞은편에 블루모스크가 있고, 성당 옆 언덕 위의 톱 카프궁은 오스만과 터키 제국의 황제들이 살았던 궁이라 하루 종일 머물러도 부족함이 없다.

블루모스크는 2만장이 넘는 타일로 장식되었고, 200개 이상의 스테인드 글라스 창문이 있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은 화려함의 극치를 이루며,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스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원의 내부가 중국풍의 청색 타일로 장식되었기 때문에 블루모스크라는 별칭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사원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여자들은 머리에 히잡식으로 수건을 둘러야 한다. 블루 색을 띤 이 수건은 입구에서 무료로 나눠줬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카파도키아, 그리고 파묵칼레

지중해 연안에 있는 휴양도시 안탈라. 유럽에서 관광객이 가장 많이 오는 곳이다.

카파도키아는 용암폭발로 이루어진 기암도시로 괴레메 계곡에는 30여개가 넘는 동굴 교회와 수도사들의 주거지가 남아 있다. 만화영화 ‘개구쟁이 스머프’ 집의 모델인 곳이다. 카파도키아에서 특별한 체험으로 열기구를 빼놓을 수가 없다. 카파도키아의 일출과 함께 ‘버섯 바위’를 보며 열기구 투어를 하는 게 전 세게 여행 족들의 버킷리스트 최상위에 오를 만큼 터키가 대표적으로 내세우는 관광 상품이다. 하지만 이날 우리들은 기상이 좋지 않아, 열기구를 탈 수 없었다. 체험이 가능한 지는 하루 전에 알려준다.

파묵칼레는‘목화’라는 뜻으로 석회암지대에 풍경이 하얗다고 해서 이름 붙여졌다. 언덕 전체가 하얗게 소금바위를 형성하고 온천수 연못은 푸른 하늘과 어우러져 환상적 풍경을 자아낸다. 마치 남해의 다랭이 논처럼 생겼다. 이곳은 전 세계적으로도 광고 화보가 유명한 곳이라 함께 온 관광객들은 저마다 스마트폰으로 풍경을 담기 바빴다. 가까운 곳엔 영화 ‘스타워즈’의 촬영지 으흘랄라 계곡이 있다.

고대유적지 에페소와 그리스의 유명한 트로이 목마

지금으로부터 3200년 전 트로이는 그리스의 목마 전술로 너무도 처참하게 무너졌다. 유적지 내에 있는 목마는 관광 상품을 위해 나무로 만든 모형이다.

에페소는 에게 해 연안에 위치한 고대도시로 도시 전체에 유물이 있다. 에페소는 사도 바울이 기원 후 전도 여행 당시 이곳에 머물며 교회를 세웠다. 선교하던 바울은 감옥에 갇히게 됐고, 이때 에페소에 옥중 서신을 보낸 것이 신약의 에베소서다. 에페소는 기원전 600년 경 최고의 전성기를 맞았다. 크레테스 거리를 따라 길 양옆으로 니케아 여신의 동산, 소극장인 오데온, 공동목욕탕과 좌식 화장실, 대리석 바닥, 시민광장인 아고라, 트라이아누스 황제의 분수대, 켈수스 도서관까지 볼거리가 차고도 넘친다. 잠시 동안 둘러보기에는 유적들이 너무 많아 시간이 아까울 정도였다. 지금으로부터 2600년 전이니 놀랄만하다.

트로이 목마는 명성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지금으로부터 3200년 전 트로이는 그리스의 목마 전술로 너무도 처참하게 무너졌다. 유적지 내에 있는 목마는 실제 트로이 전쟁에 사용했던 것이 아니라 관광 상품을 위해 나무로 만든 모형이다.

/기고=이유나 글·이도윤 사진

한국전쟁에 참가한 터키인 알리 시빌 60년전 의정부 전투에 참여 지금도 오직, 한국인만 찾아 1950년 한국전쟁에 참가한 6·25참전용사 터키인 알리 시빌(Ali Civil)씨. 그는 지금도 젊은 시절을 떠올리며 에페소에서 한국인 관광객만 찾는다. 터키는 ‘형제의 나라’라는 말을 한다. 터키는 1950년 한국전쟁 당시 파병으로 한국을 도운 나라다. 1972년에는 두 나라 간에 문화협정, 2006년에는 관광협정이 체결됐다. 2002년 한일월드컵 때는 3, 4위전에서 맞붙어 우호적인 응원을 펼치기도 했다. 터키 에페소 한국식당 앞에서 6·25전쟁에 참전한 알리 시빌(Ali Civil·88) 할아버지를 만났다. 그는 21살에서 22살까지 서울 의정부 등지에서 전투에 참여하며 유엔군 참전용사로써 한국을 지켜냈다. 에페소를 찾는 많은 관광객 중에서 지금도 오직 한국인만 찾는다. 시빌씨는 “사진 속의 군인은 젊을 때 저의 모습이다. 자식들이 세상을 일찍 떠나서 손주들을 제가 기르고 살고 있다”며 “6·25참전용사와 기념촬영도 하면서 조금씩 격려해 주시면 감사하다”고 말했다. 비록 지금은 세월의 무게를 이겨내지 못했지만, 빛바랜 사진 속에서 60년 전 그는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는 “60년 전 한국은 전쟁으로 황폐화되고 모든 것이 힘들었는데, 오늘날 서울은 너무나 경이롭게 발전했다”고 말했다. 에페소를 찾는 한국 관광객들은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그를 볼 수 있을 것이다. 6·25전쟁 당시 우리나라는 터키 등 유엔참전국 16개 나라의 도움을 받았다. 터키는 4500명 규모의 육군 위주의 파병을 결정함으로써 한국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6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이제는 우리나라도 그 도움을 갚을 때다. 에페소 한국식당에 한국인만 찾는 알리 시빌 할아버지가 고마운 이유다. 터키를 찾는 관광객들이 6·25참전용사를 잊지 않길 바란다. /기고=이유나 글·이도윤 사진 6·25참전용사 터키인 알리 시빌(Ali Civil)씨 확대한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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