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기본과정 무시… 정확한 정보제공 필요
주민들과의 마찰 불가피… 백지화 서명운동 시작

지자체는 정부 돈과 외자 등 많은 돈을 투자해서 길도 닦고 넓히며, 호텔과 콘도, 골프장도 유치하는데 정작 지역 주민들은 다 떠나고 노인들뿐이다. 그렇게 많은 돈을 투자해서 개발, 발전시키는데, 왜 농촌은 붕괴되고 주민들은 떠나는가. 지역의 주인인 주민들을 삶의 터전에서 떠나게 만들면서까지 대규모 리조트 개발과 골프장 건설이 지자체의 세수 확보와 지역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인가. 이에 대한 고찰과 원인규명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다곡리조트 개발사업은 7200억원의 민간자본으로 함양군 서하, 지곡면 일대 419만평에 스키장과 골프장을 건설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이 사업은 2006년 착공, 2010년까지 완공할 계획이다.

경남도와 함양군은 지난해 12월 24일 도청에서 장인태 도지사 권한대행과 천사령 함양군수, 민간투자업체로 선정된 (주)도시와 사람 하창식 대표이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다곡리조트 개발사업 민간투자 협약을 체결했다.

다곡리조트는 서하면 다곡과 대황, 지곡면 덕암 등 3개 지구로 나눠 다곡지구에는 호텔과 유스호스텔, 콘도 등을 포함한 12면 규모의 스키장이 들어서게 될 전망이다. 대황지구에는 공동주택형 노인주거 등 건강·휴양 시설과 스포츠·엔터테인먼트 시설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덕암지구에는 36홀 규모의 골프장이 자리잡고, 콘도미니엄과 전원주택형단지 등이 들어서게 된다.

도시와 사람측은 민자투자 업체들을 모집해 컨소시엄을 형성, 자기자본 500억원 규모의 별도 법인을 설립하고 분양대금 재투자 5916억원, 합작투자 387억원, 금융차입 761억원 등으로 재원을 조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 주암 음지 부락의 전경: 골프장이 들어서게 되면 주민들은 평생 지켜온 삶의 터전에서 모두 떠나야 한다.

▲ 마을회관에서 바라본 전경: 지곡면 덕암리 주암은 보기 드문 산세를 갖춰 푸른 산맥이 눈높이에서 힘차게 뻗어 있다.

사업이행보증금 채권으로 받아

그러나 경남도는 협약서에 민간투자자의 사업이행을 담보하기 위해 사업이행보증금 1억4500만원을 채권으로 받아 특혜를 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업이행보증금 1000분의 2는 사업자 귀책사유로 인가 후 2년 이상 사업추진을 하지 않을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벌칙 조항이다.

더구나 민간투자협정을 체결하면서 사업이행보증금의 분할납부, 부지환매조항이 포함된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따라서 "행정당국이 이처럼 사업이행에 결정적인 부분까지 양보한 것은 사업이 어떻게 변형되더라도 수긍하겠다는 것을 약속한 셈"이라는 지적까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함께 덕암지구 골프장 백지화 준비위원회는 "지난 2000년 5월 KOTRA의 분석 결과 기본계획평가 D(전망비관적), 프로젝트 전망 C(전망이불투명)로 전문가들은 적지가 아니라고 판정, (주)부영 등이 사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투자를 포기했다"며 전면 백지화를 요구했다.

이어 "다곡리조트에 민간투자업체가 나타난 것은 스키장 건설을 중심으로 개발 예정이던 이 지역에 대규모 골프장 건설이 추가로 포함되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 지역 주민들은 "경남도와 함양군, 민간투자업체는 다곡리조트를 추진하면서, 사실상 골프장 건설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대형프로젝트 창원과 동시 추진

민간투자업체인 (주)도시와 사람은 다곡리조트 민간투자협약 외에도, 지난 2월 26일 창원시와 창원컨벤션센터 연계시설건립사업에 대한 실시협약 체결을 발표했다.

창원컨벤션센터 연계시설사업이란 창원시 두대동 280번지 일원에 연면적 14만평으로 300실의 특급호텔, 장기투숙자호텔, 트레이드센터, 쇼핑센터 및 엔터테인먼트시설, 오피스텔 등 창원을 상징할 50층 규모의 초고층 쌍둥이 빌딩을 짓는 사업을 말한다.

이 사업은 교통영향평가, 건축심의 절차 등을 거쳐 오는 6월께 착공, 2008년말 완공할 계획이다. 창원시는 지난해 4월 (주)도시와 사람을 우선 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도시와 사람은 다곡리조트 개발사업으로 2010년 3500억원의 생산유발효과와 1만여명의 고용창출효과를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업을 이끌어 갈 민간투자업체인 도시와 사람은 1999년 9월에 설립된 건설업체로 자본금 60억원에 31명의 임직원으로 구성되어 있고, 뚜렷한 사업실적도 없는 신생업체다.

덕암 골프장 반대 준비위측은 "대기업도 포기한 대형프로젝트를 함양과 창원에서 동시에 추진하겠다는데 의문이 간다"고 말했다.

골프장 160만평으로 변경

다곡리조트 지구별 구성면적은 다곡(195만평, 46.5%), 대황(134만평, 32%), 덕암(90만평, 21.5%)으로 구성돼 있다.

그러나 지난달 편입예정지 지번별 조서 확정 1차 작업 결과, 419만평(1334필지)에서 70만평 정도 증가, 490만평(1965필지)으로 늘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당초 계획에서 덕암지구만 160만평(32.6%)으로 변경됐다. 골프장 36홀 160만평 규모는 여의도 전체면적(89만평)의 1.8배 크기이다.

다곡리조트는 지난 1995년 6월 당시 김혁규 경남도지사의 선거공약으로 제시되면서, 1996년 경남도 서북부 관광개발계획에 다곡리조트라는 이름으로 스키장을 중심 테마로 206만평 규모의 개발계획에 처음으로 반영됐다.

이후, 사계절형 리조트로서 조성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같은해 12월 지곡면 덕암리 주암에 골프장이 추가되면서 476만평 규모로 개발계획이 확대됐다.

그러나 1999년 3월 문화관광부가 제2차 경남도 관광개발계획을 승인하면서 개발이 불가능한 산정상구간을 제외하고, 419만평을 조정 고시 현재에 이르게 되었다.

여기서 주목되는 점은 지난 1996년 12월 골프장을 추가하면서 늘어나게 된 476만평 규모의 개발계획이, 최근 다곡리조트에 골프장 건설이 포함되면서 예전과 비슷한 규모로 다시 확대되었다는 것이다.

골프장 예정지 사유지가 97.8%

다곡리조트 419만평 중 국공유지는 126만평으로 전체의 30.2%를 차지하며, 필지별 소유자 현황은 전체필지 1334필지 중 89%인 1190필지가 개인필지다.

국공유지 126만평을 지구별로 분류하면 다곡 121만평(62%), 대황 3만평(2.6%), 덕암 2만평(2.2%)에 불과, 지난 1995년 김혁규 경남도지사의 공약사업 전후로 다곡리조트는 사전에 치밀하게 부동산투기가 이뤄지지 않았나 하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즉 이 사업은 사업성공 여부에 앞서, 토지매입이 가장 중요한 변수로 작용될 예정이어서 '토지매도 동의서'의 적법성 여부를 둘러싸고도 한바탕 논란이 예상된다.

더구나 주민들은 "군이 다곡리조트에 함양군의 운명이 달렸다느니, 이 사업을 반대하는 자는 함양을 떠나야 한다느니 하며 행정력을 휘두르며, 개발예정지역 토지 주인을 찾아다니며 비정상적인 수단과 방법으로 토지매수에 협력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며 분개했다.실제 거주하는 주민들의 토지는 예전부터 지어왔던 농토와 임야 등 일정부분에만 한정되어 있을 뿐이다.
함양군은 2003년 4월 다곡리조트유치위원회를 구성하면서, 82.4%의 토지 공영매각 동의서를 징구했다.

다곡리조트냐 덕암 골프장이냐

지금까지의 추세라면 (주)도시와 사람은 스키장을 중심으로 한 다곡리조트가 아니라 골프장 건설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 확실시 보인다.

그러나 함양군은 청정지역을 대표적으로 내세워 산삼 1000만 포기 심기, 약초 200만평 심기, 한마을 한약초 심기 등 청정농산물 시설 지원 및 육성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태다.

특히 골프장은 청정지역의 이미지와도 정면 배치되는 것이어서, 군이 추진하고 있는 역점사업과 향후 이미지에도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군은 골프장의 긍정적인 측면만 홍보했지, 지역 주민들에게는 골프장이 가져오는 환경적인 문제, 수자원 오염, 토지의 생산적인 가치, 생계대책, 이주대책 등에 대해서는 정확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았다.

민주주의 기본과정 무시

대형 개발사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주민들의 의견수렴이다. 그러나 경남도와 함양군, 민간투자업체는 처음 시작할 당시 주민들에게 이익이나 부작용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

이는 결국 권위적이고 비민주주의적인 발상으로 주민을 무시하는 것이고, "피해지역 주민들에게 골프장으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를 사전에 공표하지 않은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정면도전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또 골프장 예정지인 이 지역은 상수원 상류지역이기 때문에 환경단체와 시민단체들이 심하게 반발하고 있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실정이다.

한편 덕암지구 골프장 백지화 준비위는 "주암 마을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서명운동에 돌입하고, 실력행사도 불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취재를 마치고 내려오는 주암 마을의 살구나무 위로 파란 하늘이 무심하게 펼쳐져 있었다.


<이영철·이재민·한정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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