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헌법적 가치 재확인
민주주의 회복의 대장정 시작
국민들 지혜의 힘으로 뭉치고
구체제 청산의 출발점 삼아야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헌법재판소가 만장일치로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헌법을 훼손하고 국정을 농단하여 국민의 신임을 배신한 대통령에 대한 파면은 당연한 결정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결정은 대한민국 주권자의 승리이자, 이 나라가 민주공화국임을 재확인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위대한 촛불 시민의 힘으로 국정을 농단한 대통령을 합법적으로 끌어내리고, 한국 민주주의 회복의 새로운 길을 일구어냈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살아 있었다. 대한민국 헌정사상 첫 대통령 탄핵이 이루어진 것이다. 줄탁동시(啄同時) 라는 말도 있듯이 안으로 자기들 부정부패 기득권 세력들끼리 철저하게 썩어 곪아주니까, 바깥에서 특검과 언론이 궁극으로는 국민이 나서서 알껍질 깨뜨리고 새 세상을 열 수 있게 된 것이다. 그야말로 시민에 의한 민주, 무혈, 명예혁명으로 새 나라를 건설할 기회를 만든 대한민국이 참 경이롭다.

대한민국의 법은 살아 있었다. 피청구인의 위헌·위법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배행위라고 보아야 한다는, 헌재의 이번 판결은 대한민국의 법이 아직은 살아 있다는 뚜렷한 증거다. 사실 그동안 법이라는 것이 얼마나 많은 국민들을 또는 사회적 약자들을 오히려 핍박해 왔는가. 오죽하면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까지 횡행(橫行)했겠는가. 그러나 이번에 헌법의 근간(根幹)이 그래도 남아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은 대한민국의 앞날을 위해서 참으로 다행한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2017년 3월 10일 오전 11시 21분, 그 이후로 대한민국 모든 국민은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라는 헌재 판결에 승복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국시(國是)인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는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역사의식과 시대정신의 판결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오로지 전 국민이 대동단결하여 앞으로 나아가야 할 때이다. 그야말로 내우외환(內憂外患)의 위기를 더불어 슬기롭게 헤쳐 나가야 할 시점이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 봄은 왔지만 아직 진정한 봄이 아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파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롯해 국정농단과 정경유착의 공범들을 엄정히 수사하고 처벌해야 한다. 또한 정치권은 대통령 파면으로 앞당겨진 대통령 선거에서 박근혜 정권의 적폐를 청산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의 기틀을 바로 세워야 한다는 시민의 요구와 염원에 응답해야 할 것이다.

이번 헌재의 탄핵 인용 의미는 엄중하다. 아무리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결코 법 위에 있지 않다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 앞으로 어떤 권력자들도 두고두고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더구나 이번 탄핵은 헌정 질서와 합법적 질서에 따라 진행됐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법치주의와 민주주의를 한층 더 성숙시켰다.

이번 기회에 적폐도 깨끗하게 청산해야 한다. 사대주의, 일제의 잔재, 유신의 잔재, 정경유착, 획일화 교육, 물질만능, 권위주의, 부패한 종교, 만연한 부정, 후진 정치 등 사회 전반에 켜켜로 쌓여 있는 폐단들을 청산해야 한다. 그 첫 단추가 이번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철저하게 조사하여 관련자들을 엄벌에 처하는 것일 것이다.

박근혜 탄핵은 구체제 청산의 출발이다. 정경유착 고리를 끊기 위한 재벌개혁, 국정농단을 방임하고 은폐한 검찰, 정치개입을 일삼았던 국가정보원 등 권력기관의 개혁은 한시도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좋은 정치를 위한 정당개혁과 시민의 의사가 반영되는 선거제도개혁이 필요하다. 소득 불평등, 빈부격차 해소를 위한 경제민주화와 복지제도 정비도 시급하다. 정권의 선전도구로 전락한 공영방송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언론개혁도 미룰 수 없다. 대통령직의 상실로 여당과 야당의 구분은 사라졌다. 정치권은 국가 개조를 위한 개혁과제를 법적·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책무를 나눠져야 한다.

차제에 개헌도 꼭 해야 한다. 패권적 권력독점의 완전 해체가 필요하다. 그리하여 제왕적 대통령, 제왕적 중앙정부, 제왕적 국회, 제왕적 법원, 제왕적 재벌 등 그들만의 리그를 이번에 해체해야 한다. 법과 제도로 아예 이러한 제왕적 권력독점이 설 자리를 없애버려야 한다. 이제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우리 사회도 확고한 법과 제도 위에서 원칙과 때로는 포용력을 함께 가져야 할 때이다.

지금 우리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과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보복,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한·일 갈등과 같은 전대미문의 외교·안보 위기에 맞닥뜨려 있다. 경제 환경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우리 시민들은 국가 위기 때마다 단합된 힘을 보였다. 다시 한 번 ‘질서 있는 수습’을 통해 저력을 보여줘야 할 때다.

이제 껍데기와 거짓세상은 가고 참세상이 와야 한다. 그러나 기존의 모리배 같은 정치세력들이 사익을 위해 설치기 시작하면, 정말 어렵게 쟁취한 이번 시민 명예혁명의 의미는 없어지고 만다. 불과 대선을 2개월 앞둔 시점이다. 그러나 눈을 씻고 봐도 진정 국리민복을 위해 뛰는 대선 후보는 보이지 않는다. 오로지 정권을 잡기 위해 제대로 된 철학도 없이 올곧은 줏대도 없이 이리 저리 흔들리고만 있을 따름이다.

이제 열한 번째 대통령은 정말 지도자다운 지도자가 나왔으면 좋겠다. 누란의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하고 새 세상을 열어갈 그런 대통령 말이다. 민(民)이 주가 되는 민주주의의 가치와, 법(法)이 주가 되는 법치주의의 가치를 지켜내는 그런 지도자 말이다.

그리하여 민주와 자치 그리고 생명과 평화의 기치로 새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온전히 국민의 힘으로 만든 이번 역사적 기회를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 이상화 시인의 바램대로, 빼앗긴 들에도 봄이 올 수 있게 하자.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가는, 이런 세상, 늘푸른 세상이 꼭 오게 하자. 무엇보다 우리 아이들을 위해. 우리 모두 뜻을 모으고 우리 모두 힘을 합쳐야 한다.

이제 대통령 파면을 이끌어낸 우리 주권자들은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가기 위해 모든 지혜와 힘을 모아 나갈 것이다. 다가올 선거를 통해 헌법 질서 유지와 국민 기본권 수호에 대한 후보자들의 책무와 자질에 대한 철저한 검증에 나설 것임은 물론이다.

이제 대통령 파면을 이끌어낸 우리 주권자들은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가기 위해 모든 지혜와 힘을 모아 나갈 것이다. 다가올 선거를 통해 헌법 질서 유지와 국민 기본권 수호에 대한 후보자들의 책무와 자질에 대한 철저한 검증에 나설 것임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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