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구잡이식 개발에 숨을 못 쉴 지경입니다"

수달 군은 생각보다 많이 지쳐 있었다. 까맣고 윤기흐르던 눈동자는 뿌옇게 흐렸고 수심에 젖어 있었으며 다갈색의 몸피는 군데군데 상처를 입어 마치 찢어진 외투를 걸친 듯했다.

기자: 안녕하세요. 수달 군. 이렇게 인터뷰 요청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생각보다 많이 지쳐 있는 것 같은데 무슨 일이 있나요?


수달 군: 우선 제 소개부터 할게요. 저는 경남 하동에 위치한 지리산기슭 섬진강변에서 살고 있는 수달이라고 합니다. 요즘 섬진강변 19번국도 4차선 확장공사 사업 때문에 너무 불안에 떨어 이렇게 초췌한 모습이 되었답니다.

기자: 그렇군요. 그 사업이라면 강동석 건설부장관이 전면 재검토에 들어가라고 지시했다는데요.

수달 군: 네. 다행히도 생명평화 탁발순례단의 도법, 수경 스님이 이 문제로 서울로 상경해 건설부장관을 직접 만나주셨어요. 최재혁 건설교통부 차장님도 "모든 도로가 차를 빨리 가게 하는 것이 목적일 수는 없으며, 천천히 가는 것이 좋은 도로도 있을 수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섬진강변에 사는 우리 수달들과 다른 여타 동식물들에게는 쌍수를 들고 환영할 얘기지요. 하지만 전 이것이 동식물들에게만 좋은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들이 살아야 인간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왜 인간은 깨닫지 못하는지 모르겠어요.

기자: 섬진강변 19번국도 확장사업에 대해 더 자세히 설명해주시겠어요?

수달 군: 네. 그러지요. 건설교통부와 부산지방국도관리청은 관광철 상습교통정체 해소를 위해 19번국도 구간의 4차선 확장사업을 올해 안에 착공할 예정으로 추진해왔었습니다. 그동안 환경시민단체들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로 손꼽히는 하동의 대표적 관광자원인 섬진강변 길을 망칠 것이라는 이유로 반대하면서 언론매체를 통해 전국민이 알 수 있도록 이슈화했죠. 건설교통부가 주민들의 반대를 이유로 주민보상절차까지 진행하던 사업을 전면 재검토한 것은 사상 처음 있는 실례라 하더군요.

기자: 그렇군요. 그럼 문제가 해결된 것이 아닌가요?

수달 군: 마음을 놓을 상황이 아닙니다. 만약 공사가 인간들의 정치적인 목적으로 재시행될 수도 있으니까요. 그렇게 된다면 우리나라에서 제일 맑고 깨끗한 섬진강에 더 이상 하동의 대표적인 특산물인 재첩과 은어 그 외 모든 어류와 수생식물들은 흙탕물과 기름 오염, 기계 소음 진동으로 인해 멸종되고 말 것입니다. 그리고 생태계 파괴로 인해 우리 수달 가족들도 지구에서 영원한 이별을 맞이하겠죠.

기자: 수달은 1급수 환경지표 종(種)으로 분류하여 천연기념물 330호로 지정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그래서 수달의 수가 줄어들면 그만큼 환경오염의 정도가 심한 것으로 생각해도 된다고 들은 것 같은데, 지금 수달 군 본인과 다른 여타 동식물들이 환경오염에 의해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 어느 정도인지 듣고 싶습니다.

수달 군: 인간들이 개발을 한답시고 산간, 강변공사를 자꾸 마구잡이로 진행하면서 토사가 강으로 유입되는 것도 못살겠지만, 농약이나 오물, 관광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들로 수질과 대기가 오염되어 우리는 숨도 제대로 못 쉴 지경입니다. 인간들은 마구잡이로 산과 강변을 파헤치는 것이 작은 생명들의 멸종으로 이어지고 결국 인간 자신의 후손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일에까지 이른다는 것을 정말 모르고 있는 걸까요?

기자: 흠흠(헛기침) 그렇겠죠. 자연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니까요. 또다른 여타 친구들의 어려운 점도 고발해주겠어요?

수달 군: 물론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자연을 훼손하고 생명을 위협하는 일은 지리산과 섬진강에만 국한된 것은 아닙니다. 새만금에 살고 있는 친구들인 갯지렁이와 백합 등도 저와 똑같은 고민을 안고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사상처음으로 법정에까지 선 양산 천성산의 꼬리치레 새끼 도롱뇽도 걱정이 태산이랍니다. 제발 우리 친구들을 살려주세요. 저도 그렇고 우리 친구들은 인간들을 위해서라도 생존을 위협하는 열악한 환경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희망을 잃지 않을 거예요. 기자님도 적극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수달 군은 도와달라는 마지막 말과 함께 기자의 손을 덥썩 잡았다. 수달 군의 손은 차고 더러웠지만 벌떡대는 생명의 고동이 느껴졌다. 수달 군이 이렇게까지 여러 신문사를 돌아다니며 자신들의 고민을 알리기 위해 애쓰고 있다란 생각에 인간된 입장에서 고맙고 부끄럽기가 그지없었다. 아무쪼록 그들과 우리가 공생할 수 있는 이 땅이길 빌어본다.

기고 정용주
정리 한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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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의 내용은 지리산기슭 섬진강변에 서식하는 수달 군과의 가상의 인터뷰 내용입니다. 

한정희 기자  dalbit@seob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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