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정략적 예산심의라 비판”
썸머페스티벌 예산 전액삭감

거창군이 사상 최초로 내년도 본예산 5015억원을 편성했지만, 거창군의회가 예산안 의결에서 47억원을 삭감했다.

거창군의회는 20일 제3차 본회의에서 2018년도 예산안 47억1507만원을 삭감하고 정례회 일정을 마무리했다. 이로써 내년도 거창군예산은 일반회계 4393억8168만원과 특별회계 574억1105만원을 합해 총 4967억9269만원으로 최종 확정됐다.

삭감된 예산만큼 예비비(내부유보금)로 잡히고, 이 예산에서 잡혔던 사업은 진행할 수 없다. 총예산은 변동 없이 5015억원이 유지되지만 관련 사업을 못하기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날 거창군은 양동인 군수가 2018년도에 의욕적으로 추진하고자 했던 주요 사업예산 47억원이 삭감된 것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정략적인 예산 심의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양동인 군수는 거창군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의가 끝난 후 실과장 회의에서 “군수가 당적이 달라 이런 대규모 삭감사태를 불러온 것 같다. 부서장들에게 부담을 주서 미안하다”며 “삭감된 예산에 대해서는 관련 단체나 주민들에게 충분히 설명해 달라”고 말했다.

이어 양 군수는 이번 군의회 예산 삭감에 대해 “정치적 헤게모니 싸움이 예산 삭감으로 이어지고 피해는 고스란히 군민에 돌아가게 되었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양 군수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군의회가 여당군수의 예봉을 꺾기 위한 삭감으로 인식했다.

삭감된 예산 가운데 최대 쟁점은 거창문화재단이 주관하는 거창썸머페스티벌 예산 7억9740만원과 도시계획도로 개설 15억원, 안전분야 예산 5억5000만원, 거창평화통일학교 운영비 4억7000만원 등이다.

농업분야에서도 거창한돈 사료첨가제 지원, 한우 인공수정 지원, 원예특작과 과수 저온 저장고 지원을 위해 편성한 5억7000만원이 삭감되어 농업경쟁력 제고를 위한 투자에도 발목이 잡혔다.

이밖에 민간주도의 행사를 지원하기 위해 편성한 선현제례비 지원 1200만원, 곰실덕천서원 봄꽃놀이 400만원, 전수관프로그램 운영비 2000만원, 프라임합창단 200만원, 원드오케스트라 500만원 등 소액 예산도 부분 또는 전액 삭감됐다.

거창썸머페스티벌 예산은 올해 처음 열린 ‘거창한연극제’ 명칭을 바꾼 것에 불과했다고 문화관광과는 주장했지만, 의회에서는 새로운 행사로 보고 전액 삭감했다. 이 예산은 올해로 30회째 열리는 거창국제연극제는 한 푼의 예산도 지원하지 않으면서, 군에서 만든 축제에만 예산이 지원되는 것이라 형평성에서도 눈총을 받아왔다.

군의회는 “도시계획도로 개설 15억원은 편입부지조성(10억원)과 김천리스카이마트 주변 도시계획도로 개설공사(5억원)로 내년 선거를 겨냥한 군수의 선심성 예산이고, 나머지는 과다 예산으로 삭감했다”고 말했다.

이영철 기자  leeyc@seob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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