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구례군, 수달 서식처에 27홀 골프장 추진

▲ 지리산 전역이 골프장 건설로 신음한다. 전남 구례와 경남 함양,    산청 등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등에 업고 민족의 영산인 지리산     까지 파고들고 있다.   ⓒ한정희

도시 근교에 지어졌던 골프장이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지역경제 활성화와 세수확대를 구실로 민족의 영산 지리산 자락까지 파고들고 있다.

18일 전남 구례군과 지리산 온천랜드에 따르면 구례군 산동면 온천지구에 100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45만평 27홀 규모의 골프장 건설을 추진, 오는 가을께 골프장 건설을 위한 본격적인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온천랜드는 2002년 9홀짜리 대중골프장 허가를 받은 뒤 건설을 미뤄오다, 최근 18홀을 늘려 27홀짜리 회원제 골프장을 추진하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게다가 골프장 건설에 목을 메는 곳은 업체보다 구례군 측이다. 군은 "골프장 건설 때 취득세와 등록세로 100억원의 세금이 들어오고, 해마다 재산세와 종토세로 10억원여를 확보하게 된다"며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로 재정자립도가 17∼18%에 불과해 관광밖에 먹고 살길이 없다"고 밝혔다.

구례군 관계자는 "인구가 고작 3만여명이고, 산이 80%인 지역에서 산지를 놔두고는 아무런 개발도 할 수 없다"며 "온천을 찾아오는 관광객은 한계가 있어 공장 하나 없는 곳에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골프장 건설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지리산 온천랜드 관계자는 "변하지 않으면 관광지 전체가 위기에 처하는 상황"이라며 "우리의 산을 잘 보존하는 것도 좋지만, 소득이 있어야 살아 남을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지역 상인들도 골프장 건설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상인들은 "약 10여년 전부터 온천이 개발돼 관광지로 버텨왔는데 최근 찜질방이 크게 늘어난데다 온천관광이 줄어들면서 관광객이 뜸해지고 있다"며 "온천관광지에서 1㎞ 떨어진 곳에 지어질 골프장 개발 이익에 부풀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역주민들의 생각은 이들과 전혀 다르다.

'지리산 골프장반대 사포마을 대책위원회(위원장 박운주)'는 "민족의 영산 지리산에 골프장을 짓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골프장에 뿌리는 온갖 맹독성 농약은 농산물과 지하수에도 영향을 미치고, 산림훼손과 환경파괴를 가속화시킨다"며 골프장 철회를 위해 투쟁할 것을 밝혔다.

▲ 골프장 예정지인 구례군 산동면 관산리 일대에 불법 간벌로 아름드리 나무가 파헤쳐진 모습.    ⓒ지리산생명연대

사포마을 주민 박용현씨(35)는 "근처 저수지에서 수달이 사는 것을 여러 번 봤다"며 "계곡물을 그대로 마시고 살 정도로 깨끗한 이곳에 골프장이 들어서면 물도 못 먹을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골프장 건설에 반대하는 안규선씨(39)는 "골프장 안에 콘도 등이 지어지면  그 안에서 잠을 자고 상가를 이용하는데다, 골프장은 외부의 전문인력이 들어와 인근 마을에는 개발이익이 거의 없다"며 "골프장 부근 온천지역 상가는 개발이익을 기대하고 있지만 사치향락 산업, 골프장 건설에 따른 위화감 조성 등으로 더 심한 불황을 겪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환경운동연합 양장일 사무처장은 "골프장 건설이 경제적인 도움을 준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그 이익이 크지 않고, 환경파괴로 피해를 주는 경우가 많다"며 "산림욕장이나 자연휴양림처럼 환경도 살리고 지역주민도 살리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달 20일 이헌재 경제부총리의 '무더기 골프장 허가 방침' 이후 지리산 인근에서만 골프장 건설을 위해 인허가 절차를 밟거나 계획하고 있는 곳은 전남 구례를 비롯해 경남 함양 2, 산청 2, 거창 1, 고성 1, 남해 1곳 등 모두 8곳에 이른다.

이영철 기자  leeyc@seob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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