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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주·최주봉’의 호탕한 웃음… 거창국제연극제 가득 메워
  • 이영철 기자
  • 승인 2018.08.09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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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무색한 배우들의 명연기
악극이면서도 정통연극 보여

일제강점기 재현만으로 눈물
‘가요무대’보다 좋은 옛 노래

악극 '불매'의 여주인공 일화(곽명화)가 <여자의 일생>을 노래하고 있다. <사진: 거창국제연극제>

거창국제연극제가 열린 8일 수승대의 밤하늘은 전원주, 최주봉 두 연극배우의 호탕한 웃음소리로 가득 채워졌다.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연극. 울산문화예술회관의 악극 ‘불매’는 90분 동안 보는 즐거움이 가득했지만, 지난 아픈 민족사를 더듬어 보는 과정에는 어쩔 수 없이 가슴 한 켠이 뜨거워지며 눈물이 나는 공연이었다.

공연은 악극이면서도 정통연극의 모양새를 취해 관객들의 몰입을 이끌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감초연기의 대명사 ‘전원주’와 악극 ‘봄날은 간다’ 등에서 우리나라 대표 연극배우로 인정받은 ‘최주봉’의 명연기를 보는 것만으로 연극의 재미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공연이 후반부로 흐를수록 주연배우들의 열연은 일제강점기 우리 민족의 현실과 오버랩 되면서 진지해졌다. 한수경(어머니 역), 곽명화(일화 역), 상건(김성훈 역), 강현식(쇠바우 역), 진정원(분이네 역), 장민석(손편수 역), 김준겸(손영달 역), 서지유(홍이 역), 하광준(도시마쓰 역) 등 탄탄한 배우들의 연기는 짜임새 있게 전개됐다.

특히 공연 중간마다 배우들이 부른 <봄날은 간다> <비 내리는 고모령> <사의 찬미> <애수의 소야곡> <여자의 일생> <선창> <휘파람을 불며> <아리랑> 등 주옥같은 옛 노래들의 선율은 공연장을 감동의 도가니로 몰아넣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배경전환을 위해 전원주가 노래한 <내 나이가 어때서>는 관객들도 박수를 치며 흥겹게 따라 부르면서 축제장의 분위기를 한껏 돋구웠다.

흘러간 노래들은 ‘가요무대’보다 더한 전율로 다가와 웃는데도, 가슴에 눈물이 어리는 장면들이었다. “연극이 없다는 건, 인생이 없다는 것”이라는 말이 왜 나왔는지 알 듯했다. 비록 축소된 연극제였지만, 연극을 보기 위해 800석의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신나게 한여름 밤을 즐겼다.

공연을 하기 전 이편수 역을 맡은 최주봉 배우가 관객들에게 중심내용과 함께 '불매'의 뜻을 설명하고 있다. 불매는 '불을 지피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사진: 거창국제연극제>
배우들이 한 목소리로 <아리랑>을 열창하고 있다. <사진: 거창국제연극제>

이 공연은 17세기 이래 철 산업의 중흥지였던 울산 북구 달천과 쇠부리터를 배경으로 민초들의 삶과 일제강점기 일제에 저항하고 희생당한 울산 민초들을 노래와 춤으로 표현한 악극이다.

악극 ‘불매’의 원작가인 김수용 소설가는 1985년 소설 ‘청맹과니들의 노래’로 데뷔해 1985년 제5회 소설문학상, 1987년 월간 문학사상 신인상을 수상했으며 울산문인협회 회원, 한국소설가협회 회원 등으로 울산에서 활동했다.

원작 소설인 ‘불매’는 북구 달천과 쇠부리터를 배경으로 철광산과 쇠부리에 종사하는 민초들의 삶과 일제의 수탈 과정을 조명한 역작이다. ‘불매’는 ‘풀무질’과 같은 의미로 ‘불을 지피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극의 중심을 잡아 준 최주봉씨는 “일제강점기 시절 억울하게 희생된 이들의 모습을 재현하면서 연습 중에도 여러 번 눈물이 날 뻔 했다”고 말했다. 전원주씨는 “극에서 비중 있는 역할은 아니지만, 전체적인 극의 흐름에 활력을 주고 나만이 보여 줄 수 있는 연기를 보여줬다”고 했다.

한편 울산문화예술회관이 제작한 이번 공연에는 연출 박용하, 음악감독 이태은, 안무 홍이경, 무대감독 주진 등이 연출부로 참여했다.

악극 ‘불매’에 들어가는 옛 노래

<봄날은 간다> - 백설희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새파란 풀잎이 물에 떠서
흘러가더라
오늘도 꽃편지 내던지며
청노새 짤랑대는 역마차 길에
별이 뜨면 서로 웃고
별이 지면 서로 울던
실없는 그 기약에
봄날은 간다

- 연주중 -

열아홉 시절은 황혼속에
슬퍼지더라
오늘도 앙가슴 두드리며
뜬 구름 흘러가는 신작로길에
새가 날며 따라 웃고
새가 울며 따라 울던
얄궂은 그 노래에 봄날은 간다

<비내리는 고모령> - 현인

어머님의
손을 놓고
돌아설 때엔
부엉새도
울었다오
나도 울었소
가랑잎이 휘날리는
산마루턱을
넘어오던 그날 밤을 언제 넘느냐

- 연주중 -

맨드라미
피고 지고
몇 해이던가
장명등이
깜박이는
주막집에서
어이해서
못 잊느냐
망향초 신세
오늘밤도
불러본다
어머님의 노래

<사의 찬미> - 김정호

광막한 광야를
달리는 인생아
너는 무엇을
찾으려 왔느냐
이래도 한 세상
저래도 한 평생
돈도 명예도
사랑도 다 싫다

- 연주중 -

녹수청산은
변함이 없건만
우리 인생은
나날이 변했다
이래도 한 세상
저래도 한 평생
돈도 명예도
사랑도 다 싫다
이래도 한 세상
저래도 한 평생
돈도 명예도
사랑도 다 싫다

<애수의 소야곡> - 남인수

운다고 옛사랑이 오리요만은
눈물로 달래보는 구슬픈 이밤
고요히 창을 열고 별빛을 보면
그누가 불러주나 휘파람 소리

- 연주중 -

차라리 잊으리라 맹세하건만
못생긴 미련인가 생각하는 밤
가슴에 손을 얹고 눈을 감으면
애타는 숨결마저 싸늘하구나

<여자의 일생> - 이미자

참을수가 없도록 이가슴이 아파도
여자이기 때문에 말 한마디 못하고
헤아릴수 없는 설움 혼자 지닌채
고달픈 인생길에 허덕이면서
아~아 참아야 한다기에 눈물로 보냅니다
여자의 인생
견딜수가 없도록 외로워도 슬퍼도
여자이기 때문에 참아야만 한다고
내스스로 내마음을 달래어 가며
비탈진 인생길에 허덕이면서
아~아 참아야 한다기에 눈물로 보냅니다
여자의 인생

<선창> - 고운봉

울려고 내가 왔던가
웃을려고 왔던가
비린내 나는 부둣가엔
이슬 맺힌 백일홍
그대와 둘이서
꽃씨를 심던 그 날도
지금은 어데로 갔나
찬비만 내린다

- 연주중 -

울려고 내가 왔던가
웃을려고 왔던가
울어 본다고 다시오랴
사나이의 첫순정
그대와 둘이서
희망에 울던 항구를
웃으며 돌아가련다
물새야 울어라

<휘파람을 불며> - 박재홍

휘파람을 불며 가자 언덕을 넘어
송아지가 엄마 찾는 고개를 넘어
아가씨 그네 뛰는 정자나무 지나서
휘파람을 불며 가자 어서야 가자
아카시아 꽃잎 향기를 풍기는
언덕을 넘어서 가자 언덕을 넘어서 가자
노래하고 춤을 추자
아 저산넘어 고개넘어 언덕길을 달리자
노래하고 춤을 추고 노래하자

- 간 주 중 -

휘파람을 불며 가자 언덕을 넘어
호랑나비 춤을 추는 고개를 넘어
약수터 샘물에다 두 입술을 적시며
휘파람을 불며 가자 어서야 가자
산새들이 쌍쌍 노래를 부르는
언덕을 넘어서 가자
노래하고 춤을 추자
아 저산넘어 고개넘어 언덕길을 달리자
노래하고 춤을 추고 노래하자

<내 나이가 어때서> - 오승근

야 야 야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에 나이가 있나요
마음은 하나요
느낌도 하나요
그대만이 정말 내 사랑인데
눈물이 나네요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인데
어느 날 우연히 거울 속에 비춰진
내 모습을 바라보면서
세월아 비켜라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인데
야 야 야
야 야 야

- 연주중 -

야 야 야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에 나이가 있나요
마음은 하나요
느낌도 하나요
그대만이 정말 내 사랑인데
눈물이 나네요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인데
어느 날 우연히 거울 속에 비춰진
내 모습을 바라보면서
세월아 비켜라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인데
어느 날 우연히 거울 속에 비춰진
내 모습을 바라보면서
세월아 비켜라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인데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인데

이영철 기자  leeyc@seob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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