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수 바뀌자 위원장 바로 교체
군 “관례에 따른 것이다” 주장

6월 지방선거서 상대후보 도운
이창구 모든 직에서 사퇴 요구

“함양군민상은 군수가 주는 상
아니라 군민들이 주는 상이다”

이창구 함양군민상 심사위원장은 “올해 군민상 수상자가 심사위원장도 모르게 결정됐다.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과의 인터뷰는 지난 11일 그가 운영하는 함양읍 여강서실에서 진행됐다. <사진: 서부경남신문>

“함양군민상 심사위원장 자리를 비워 주셔야겠습니다.”

지난 9월17일, 함양군 행정과 주무계장이 이창구 함양군민상 심사위원장에게 던진 말이다. 이 심사위원장은 그 말의 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로부터 보름 뒤에야 진의를 알 수 있었다.

이보다 한 달 전 8월 중순쯤에 이 위원장은 노명환 재경함양군향우회 회장으로부터 올해 함양군민상 수상자로 K씨를 추천했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러나 주무계장으로부터 심사위원장 해촉 통보를 받고 난 뒤인 10월4일 제40회 함양군민상 수상자로 B씨가 결정된 것.

함양군민상 심사위원장도 모르게 군민상 수상자가 결정됐다. 대체 보름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다시 9월17일, 이날 함양군 주무계장은 결재판을 들고 군민상 심사위원장 사임서에 서명을 받으러 왔다. 이 심사위원장이 사퇴 사유를 묻자 “군체육회 상임부회장이 함양군민상 심사위원장도 함께 맡는 관례에 따라 사임서에 도장을 찍어주셔야 한다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함양군체육회 상임부회장에는 송경열 전 민주평통함양군협의회 회장이 지난 8월30일자로 선임됐다.

이전까지 군체육회 상임부회장에는 이창구 전 함양군의회 의장이 자리를 맡고 있었다. 이 상임부회장은 지난해 3월9일 2년 임기로 부회장에 선임됐으나 1년 만에 관두게 된 것이다.

이 위원장은 “군체육회 규약에는 군수가 당연직으로 체육회장을 맡게 되어있기 때문에 1년 밖에 안됐지만 관례대로 관두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함양군민상 심사위원장은 다르다고 해명했다. ‘함양군민상 조례’에는 심사위원회는 위원장 1명을 포함하여 15명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당연직은 군의원 2명, 도의원, 1명, 공무원 3명이다. 위촉직 위원의 임기는 2년으로 하되, 연임할 수 있다.

이 위원장은 함양군민상 심사위원장에 지난해 8월28일 선출됐다. 군체육회 상임부회장은 회장이 군수이기 때문에 관둘 수 있지만, 군민상 심사위원장은 다르다는 것. 군수가 관여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일관된 생각이다.

그래서 8월 초에 이 위원장은 군 복지정책과장으로부터 함양군지역사회보장협의체 민간위원장 사퇴압력이 들어와도 꿋꿋하게 견뎌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올 3월29일 2년 임기의 민간위원장에 위촉됐다.

그러나 군수가 바뀌자 이 위원장이 맡고 있는 군체육회 상임부회장, 군민상 심사위원장, 군지역사회보장협의체 민간위원장 3개 단체 사퇴압박이 동시에 들어온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들이 오갔을까.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이창구 위원장은 무소속으로 당선된 서춘수 함양군수 경쟁자인 진병영 자유한국당 후보를 도왔다.

이창구 위원장은 “민주국가에서 자기가 지지하는 후보를 도울 수 있는 게 당연한데, 임기도 끝나기 전에 상대후보를 도왔다고 싹둑 짤라 버리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앞서 8월14일 함양군은 군체육회로 인해 진통을 겪었다. 이날 임시총회를 열어 서춘수 함양군수가 군체육회장으로 추대되었는데, “군수가 회장으로 선임되기 전 7월말부터 체육회 상임부회장을 비롯해 사무국 전체 직원에게 사표를 내라고 했다”는 것과 관련해 군체육회가 해명서를 요구하는 등 지역에서 한바탕 논란이 이어졌다.

당시 함양군체육회 임시 회장을 맡은 양갑용 위원은 “함양군체육회장은 함양군체육회 규약에 군수가 당연직으로 맡게 돼 있다. 7월1일부로 서춘수 군수님이 당선되면서 체육회장이 된 것이다”고 답했다.

이창구 함양군민상 심사위원장 해촉에 대해 함양군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함양군 행정과 관계자는 “올해부터 군민상의 위상제고를 위해 기존 4개 부문의 군민상을 1개 부문으로 하여 무분별한 후보자 접수를 막고, 기관·사회단체 소속의 5인 이상의 위원으로 구성된 자체 심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군민상 심사위원회로 접수해 추천기준을 강화했다”고 말했다.

심사위원장 변경과 관련해 “이창구 군민상 심사위원장은 개인이 아니라 군체육회 단체 자격으로 위원에 선임된 것”이라며 “2017년 8월4일 위원에 선임돼 8월28일 위원들 간의 호선에 의해 심사위원장으로 결정되었다”고 반박했다.

특히 “군민상 심사위원장을 교체할 당시 이창구 심사위원장 뿐만 아니라 위원들도 바뀌었다”며 “농촌지도자회장, 성균관유도회장도 다른 사람으로 교체됐다”고 강조했다.

함양군의 주장은 이창구 심사위원장은 개인자격으로 함양군민상 심사위원으로 들어온 것이 아니라 단체를 대표해서 들어왔고, 호선에 의해서 심사위원장으로 결정되었기에 군체육회 상임부회장이 바뀌면 당연히 교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군의 이런 주장들이 곧이곧대로 믿기에는 어딘가 미심쩍다. 군민상 심사위원장에게 사퇴를 요구한지 보름여 만에 군민상 수상자(제40회)가 결정됐기 때문이다. 더구나 함양군민상과 관련해서 지난 2016년(제38회)에도 크게 문제가 되었다.

당시 김흥식 함양군민상 심사위원장은 제38회 함양군민상 수상자 선정과정에 투명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 “외부의 힘이 작용하지 않았다”는 기고 형태의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논란이 이어졌다.

일부에서는 올해 함양군민상을 받은 B씨와 이창구 심사위원장의 관계도 지적한다. 둘 사이가 좋지 않기 때문에 심사위원장을 교체해야만 B씨가 군민상을 받을 수 있다는 것.

이 과정을 잘 알고 있는 한 인사는 “특정인을 밀어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심사위원장을 교체한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고 조심스레 의견을 밝혔다.

이 위원장은 “송경열 군체육회 상임부회장을 군민상 심사위원장으로 위촉한 것은 문제가 발생할 경우, 군의 입장에서는 일어날 수 있는 잡음을 논리적으로 해결하고 사유를 명확히 하려고 한 것이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했다.

송 군체육회 상임부회장이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서춘수 함양군수 후보 측을 도왔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에 그가 군체육회 등 요직을 차지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그렇다면 현재 함양군민상 심사위원장은 대체 누구일까. 이 위원장은 “사표를 낸 적이 없기 때문에 함양군민상 조례에 따라 심사위원장은 본인이 맞다”며 “한 지붕 두 가족 형태로 심사위원장이 구성되어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함양군 행정과 관계자는 “지난 8월28일자로 함양군민상 심사위원장이 교체된 것이 옳다. 현재 심사위원장은 송경열 군체육회 상임부회장이다”고 강조했다.

2년 임기가 보장된 위원장 자리를 군수가 바뀌었다고 바꾸는 것이 옳은 것일까. 함양읍에 거주하는 한 군민은 “함양군민상은 군수가 주는 상이 아니다. 군민들이 주는 상이다. 이제는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해마다 논란이 반복되는 함양군민상. 보다, 군민들의 시선을 살피는 행정이 필요해 보인다.

이영철 기자  leeyc@seob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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