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뉴스 사회
거창국제연극제 ‘헤게모니’ 싸움으로 전락… 만신창이 자초
  • 주지원 기자
  • 승인 2019.06.07 18:18
  • 호수 0
  • 댓글 0

거창국제연극제 ‘전면 소송’ 돌입
시민단체 “상표권 계약 파기하라”
집행위 “상표권 최후의 방어장치”

2014년부터 6년간 파행으로 얼룩
서로 간 갈등과 불신 갈수록 확대
중재 없는 상태도 해결 어렵게 해

거창지역 11개 시민문화예술단체들이 7일 기자회견을 열고 "거창국제연극제 상표권에 대한 부당계약을 원천 무효화하고, 파기할 것"을 요구했다. <사진: 함께하는거창>

올해 거창국제연극제는 열릴 수 있을까? 거창군과 거창국제연극제 집행위원회의 극적인 합의가 없이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연극제 개최의 물리적 마지노선인 5월을 넘어 올 여름 연극제는 자취를 감출 것 같다.

7일 거창시민단체들은 거창국제연극제 상표권 매입을 즉각 파기할 것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고, 집행위원회는 이를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해결보다는 ‘점입가경’으로 빠져들고 있다.

거창국제연극제의 파행은 2014년 문화관광부 축제평가단의 의해 ‘F등급’을 받으면서 시작됐다. 당시 신·구 집행부의 극심한 갈등으로 15~20만명을 넘나들던 연극제 관객이 2015년 반 토막 나면서 몰락이 어느 정도 예견됐다.

특히 2017년에는 군이 ‘거창썸머페스티벌’로, 집행위원회가 ‘거창국제연극제’로 같은 시기에 각각 다른 장소에서 ‘반쪽짜리’ 행사로 열리며 최악의 연극제라는 오명을 남기기도 했다. 당시 군은 ‘거창한여름연극제’로 시작했지만 ‘부정경쟁행위금지 등 가처분’ 소송에서 패소해 ‘거창썸머페스티벌’로 명칭을 변경했다.

2018년에는 거창썸머페스티벌 예산 7억9740만원이 거창군의회에서 전액 삭감됐고, 6월 지방선거에서 구인모 군수가 당선되면서 예산지원 없이 행사장만 승인 받은 채 수승대에서 집행위원회가 단독 개최하면서 조촐하게 열렸다.

이 과정에서 집행위원회는 거창군의회와 일부 연극제를 반대하는 단체들로부터 무차별 공격을 당했다. 잘못된 소문들이 부풀려지면서 갈등과 불신은 갈수록 극에 달하며 “연극제 예산 지원에 대한 전면적인 검토”마저 논의되곤 했다.

가장 큰 이유는 집행위원회의 예산집행을 믿지 못하겠다는 이유다. 연극제를 비판하는 입장에서는 2008~2015년까지 거창국제연극제가 감사와 징계, 사법기관 조사가 이어지는 악순환이 있었음을 강조한다. 나아가 집행위원회 관계자들이 물러나고 외지에서 전문인들을 불러와 연극제를 치러야 한다는 주장이 일기도 했었다.

반면 집행위원회 측은 “수차례 감사와 수사를 받았지만 모두 무혐의가 났고, 공무원들의 징계도 훈계에 불과하고 징계 다음 해 승진도 했다”며 반박하는 모양새가 수년간 이어졌다.

이때쯤, 이렇게 불신과 반목이 지속될 바에 차라리 거창군이 상표권을 흡수하는 게 맞지 않는냐는 의견이 슬그머니 일어났다. 2016년 5억원, 2017년 국·도비 5억원, 2018년 국·도비 5억원 등 3년간 15억원을 날리면서 이런 주장들이 힘을 얻기 시작했다. 차라리 1년 예산으로 매듭짓자는 것이었다.

지난해 12월24일 거창군과 집행위원회도 대승적 차원에서 거창국제연극제의 정상화 조치에 합의했다. 거창군은 지난 30년간의 거창국제연극제 발전에 대한 집행위의 기여도를 합리적 가액으로 보상하고, 집행위는 거창국제연극제의 주최권 및 상표권을 거창군에 이전하기로 하는 계약을 맺은 것이다.

그러나 상표권 보상금액이 조금씩 알려지면서 거창군의회를 중심으로 반대 여론이 일기 시작했다. 거창시민단체들도 “거창국제연극제 상표권 관련 부당계약을 즉각 파기하라”고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논란은 증폭됐다.

거창국제연극제는 본질은 “헤게모니 다툼으로 변질된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다. 지난 30년간이 열정과 노하우는 사라지고, 피해는 고스란히 거창군과 거창군민의 몫으로 남은 것이다.

거창시민단체, 상표권 부당계약 즉각 파기하라

거창시민단체는 7일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거창국제연극제 상표권에 관한 부당계약을 원천무효화하고, 계약의 책임자를 엄중처벌하라”고 요구했다.

시민단체는 “소송이 휘말리는 시점에 이를 때까지도 정보공개를 청구해도 문제의 계약서 원본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것은 거창군이 진흥회 측과 맺은 불리한 계약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양측의 감정평가 기초자료들은 신뢰할 수 없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의 계약서상에는 양측의 감정가에 대한 상한액 설정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거창군으로서는 매우 무책임한 조항”이라며 “계약이 진행되는 중에는 양측의 조건이 달라 절충을 요구하고 수용하는 합의의 과정을 거치고도 해약을 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계약체결일로부터 불과 4개월 만에, 무려 30년 역사의 연극제에 가격표를 매기고 협상까지 마무리 지어 합의된 최종 감정가를 지급해야 한다는 것은 비상식조항으로 눈을 뜨고 혈세를 도둑맞게 생긴 것”이라고 비판했다.

시민단체는 “따라서 거창연극제육성진흥회와 거창국제연극제 집행위원회는 거창국제연극제의 소유권 주장을 즉각 철회해야 할 것”이라며 “오늘 이 시점에서 과연 거창국제연극제가 예전만큼의 가치가 남아있는지도 의문이다”고 밝혔다.

이날 공동기자회견에 동참한 시민단체는 함께하는거창·민족미술인총연합회거창지부·우리문화연구회·거창문학회·언론소비자주권행동서부경남지부거창지회·전국교직원노동조합거창지회·사람사는세상거창지회·거창YMCA·푸른산내들·전국농민회총연맹거창군농민회·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거창군여성농민회 등 11개 단체다.

연극제 집행위원회, 언제든 거창군과 합의 의사 있다

거창국제연극제 집행위원회는 이날 거창시민사회단체의 기자회견에 대해 “계약서상 이행기간은 6월24일까지가 맞지만 거창군이 재감정만을 요구하고 최종감정가를 이행할 의사가 없음을 명백히 밝히고 있기 때문에, 법무법인에서 법적으로 판단하여 5월에 소장을 제출하게 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집행위원회는 “누적 부채의 상당부분은 2016년부터 최근 3년 동안 거창군의 일방적인 연극제 지원 중단으로 발생되었으며, 약 13억원 가량 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며 “누적 적자를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서는 거창의 문화발전을 위해 전액 사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거창군과 집행위원회의 대승적 차원의 문제해결 방식에 대해 온갖 오해와 음해로 집행위는 정상적인 업무가 불가능할 지경”이라고 밝혔다. 이종일 집행위원장은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해 지난 4월22일부터 서울의 한 병원에 입원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집행위원회는 거창군이 주장하는 기초자료 오류에 대해 “거창군은 양 기관에서 각각 선임한 전문평가팀의 감정가액이 크다는 입장이지만, 이 부분은 집행위원회에서 관여할 문제가 아니다”며 “감정평가서에는 전문가들의 실명과 이력이 공개되어 있는 만큼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매정 집행위원회 예술감독은 “어떠한 경우에도 30년 역사의 거창국제연극제가 단절되는 아픔은 없어야 한다”며 “소송 진행 중에도 언제든지 집행위원회는 거창군과 합의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거창군과 집행위원회의 연극제 감정가 평가는

지난해 12월 거창군과 거창국제연극제 집행위원회가 맺은 계약은 양측이 감정평가팀을 선임해 이를 나눈 값으로 상표권 매입을 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양측의 산술평균금액은 18억6983만원. 이 금액이 군에서 상표권 매입 값으로 지급해야 할 액수다.

거창군이 선임한 전문가 평가팀의 감정가는 11억261만원. 거창국제연극제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61억55만원으로 계산했고, 연극제 집행위원회의 기여도는 18%로 산출한 값이다. 군이 계산한 경제적 파급효과에는 무료관람객은 제외시켰다.

반면 거창국제연극제가 선임한 전문가 평가팀 감정가는 26억3705만원으로 산출됐다. 연극제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219억7542만원으로 잡았고, 집행위원회의 기여도 값을 12%로 산출했다. 집행위원회가 추산한 경제적 파급효과에는 무료관람객이 포함됐다.

거창국제연극제가 번성한 시기에는 유료관람객은 2~3만명 선, 무료관람객은 13~17만명이 수승대를 찾았다. 양측이 제시한 관람객 숫자는 기준에 따라 대략 6배 가량 차이난다.

하지만 군은 지난 4월8일 기자회견을 열고 거창국제연극제 집행위원회 감정평가팀이 제시한 감정가 차이가 현저하고, 감정결과의 객관적 데이터 오류가 명확하다는 이유를 들어 부당한 감정으로 판단해 집행위원회 측에 재감정을 요구해왔다.

연극제 상표권 매입, 합리적인 대안은 없을까

거창군의 연극제 상표권 매입은 여러 각도에서 살펴봐야 한다. 불필요한 혈세낭비가 있어서도 안 되고, 필요이상으로 많은 금액을 주고 매입해서도 안 되기 때문이다.

상표권은 집행위원회에 입장에서 보면 연극제 30년간을 이끌어 온 공헌에 대한 기여도를 인정받기 위한 최후의 방어 장치인 셈이다. 그럼에도 집행위원회는 금액보다는 명예회복이 우선이라는 일부의 지적에 대해서도 귀 기울여야 한다.

더 큰 문제는 거창국제연극제의 논란이 2014년부터 시작해 6년째 이어져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거창군과 거창군의회, 연극제에 관여해 온 일부 단체들까지 헤게모니 다툼으로 변질되었다는 것이다. 군민들 눈에는 ‘밥그릇 싸움’으로 비춰지고 있다는 점도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거창읍 대평리에 사는 윤병찬(55)씨는 “금액에 매달리다 보니 더 큰 금액을 손실보고 있는 현실이 몇 년 째 반복되고 있는 현실”이라며 “친분을 매개로 내 편, 네 편 편가름이 아닌 전체를 보고 어떻게 매듭짓는 것이 거창군에 이익이 될지를 따져보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일침을 가했다.

연극제 상표권 논쟁이 길어지면 질수록 양측 모두 손해이기 때문이다. “벼룩 잡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은 여름철 우리나라 대표적인 야외연극축제인 거창국제연극제를 잃는 격이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 경남발전연구원과 한국공연예술컨설팅연구소의 조사결과, 거창국제연극제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총 266억원에 이른다.

지난 6년 동안 거창국제연극제가 파행을 겪으면서 잃게 된 경제적 파급효과의 손실은 1000억원에 이를지도 모른다. 거창군과 군의회, 집행위원회는 물론 시민단체들마저 새겨들어야 할 부분이다.

주지원 기자  joojw@seobunews.com

<저작권자 © 서부경남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주지원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