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문화
지리산문학상 조정인 시인 수상… 최치원문학상 문이레 시인
  • 서부경남신문
  • 승인 2019.07.26 11:16
  • 호수 0
  • 댓글 0

전국 규모의 대표적인 문학상
9월28일 함양문화회관 시상식

조정인(왼쪽) 지리산문학상 수상자와 문이레 최치원 신인문학상 수상자.

올해로 14회째를 맞는 지리산문학상에 조정인(66) 시인이 선정됐다.

지리산문학회와 계간 ‘시산맥’은 오는 9월28일 함양문화예술회관에서 제14회 지리산문학제에서 시상식을 가질 예정이다. 지리산문학상에 조 시인이 선정됐으며, 수상작으로 <백년 너머, 우체국>외 4편이 최종 확정됐다.

계간 ‘시산맥’과 ‘지리산문학회’가 공동 주관하는 지리산문학상은 지난해부터 상금이 1000만원으로 인상됐다. 이에 따라 전국 규모의 대표적인 문학상으로 도약하게 되고 수상자의 시창작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번 제14회 지리산문학상은 새로운 도약에 걸맞은 수상자 선정을 위해 장옥관 시인 등 심사위원들의 고심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오랜 격론 끝에 조정인 시인이 올해 수상자로 선정됐다.

심사위원들은 “조 시인의 ‘백년 너머, 우체국’의 시편은 언어와 상상력이 날카롭고 입체적이며, 그 외 ‘사과’를 대상으로 한 시편들도 시인의 집요한 탐구 속에 우리에게 익숙한 의미를 넘어서는 낯선 이미지,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고 있다”고 작품을 평했다.

이와 함께 제14회 최치원 신인문학상 당선작은 대구 출신 문이레(50) 시인의 <동물원에서 텔레비전 보기>외 4편이 선정되어 같은 날 수상하게 된다.

심사는 장옥관 시인 외에 송찬호, 전동균, 류인서 시인이 맡았으며 수상작품과 수상소감, 심사평 등은 계간 ‘시산맥’ 가을호와 ‘지리산문학’ 동인지에 소개될 예정이다.

지리산문학상은 지난 한 해 발표된 기성 시인들의 작품 및 시집을 대상으로 하는 심사제로 명실상부 문학상으로서 높은 품격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리산문학상은 함양군과 지리산문학회가 제정해 첫해 정병근 시인이 수상한 것을 비롯해 유종인, 김왕노, 정호승, 최승자, 이경림, 고영민, 홍일표, 김륭, 류인서, 박지웅, 김상미, 정윤천 시인이 각각 수상했으며 엄정한 객관성의 확보를 통해 전국적으로 권위 있는 문학상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리산문학제를 그동안 주관해온 지리산문학회는 전국에서 드물게 올해로 57년을 맞고 있는 문학회다. 매년 함양과 지리산지역 중심으로 문학 저변 확대를 위해 노력하며 ‘지리산문학’ 동인지를 발행해왔다. 문학회는 그동안 문병우, 정태화, 권갑점 등의 시인과 노가원, 곽성근 작가와 정종화 동화작가, 박환일 문학평론가 등을 배출했다.

한편 이번 지리산문학상 수상자인 조정인 시인은 서울 출생으로 1998년 ≪창작과비평≫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사과 얼마예요> <장미의 내용> <그리움이라는 짐승이 사는 움막>, 동시집 <새가 되고 싶은 양파> 등이 있다.

/경남도민신문=박철 기자

<지리산문학상 수상작>

백년 너머, 우체국

유리잔이 금 가는 소릴 낼 때, 유리의 일이
나는 아팠으므로

이마에서 콧날을 지나 사선으로 금이 그어지며 우주에 얼굴이 생겼다 그것은 이미 시작되고 있던 일

그의 무심이 정면으로 날아든 돌멩이 같던 날, 내가 감당할 수 없는 뜨거운 물이 부어지며 길게 금 가는 유리잔이던 날

그곳으로부터 시작된 질문: 영혼은 찢어지는 물성인가 금 가고 깨어지는 물성인가 하는 물음 사이

명자나무가 불타오르고
유리의 일과 나 사이 사월은 한 움큼, 으깨진 명자꽃잎을 손에 쥐어주었다

나에게 붉은 손바닥이 생길 때 우주에는 무슨 일이 생기는 걸까

12월로 이동한 구름들이 연일 함박눈을 쏟아냈다 유리병 가득 눈송이를 담은 나는 자욱한 눈발을 헤치고 백년 너머, 눈에 묻힌 우체국 낡은 문을 밀었다 창구에는 표정 없는 설인들이 앉았는데

나에게는 달리 찾는 주소가 없고 우주는 하얗게 휘발 중이다

- 시집 <사과 얼마예요> (2019. 6. 민음사) 수록.

수상자 약력: 조정인 

서울 출생. 1998년 ≪창작과비평≫으로 등단.
시집 <사과 얼마예요> <장미의 내용> <그리움이라는 짐승이 사는 움막>
동시집 <새가 되고 싶은 양파>가 있다.
제14회 지리산 문학상 수상.
이메일: thewoman7@naver.com

 

<최치원문학상 수상작>

동물원에서 텔레비전 보기
- 우리(We)와 우리(Cage) 사이

- 문이레 시인

밖은 우리의 함정이었다

울타리를 친다는 건 거부의 표시일까

아무도 침범하지 않고 경계를 무너뜨리지 않는 게 관계망이라면 문 안쪽은 안전하다는 거겠지, 포식자가 걸어온 길엔 왜 자꾸 문이 사라지는 거니! 서로를 겪는 방식이 달라 곳곳에 우리가 필요했지 우리는,

우리가 있어 슬프다가도 우리가 있어서 안전하다는 생각

아이들과 동물원에 온 인솔교사는 호랑이보고 ‘귀엽다’를 난발하고
발톱을 감춘 호랑이가 원하는 게 뭔지, 이들의 뇌 속 세계

아무것도 모르는 해는 척, 척, 척, 돌아가고

어제는 아버지랑 실랑이하다가 휴지통이 날아왔지
변화구를 던지듯 심각하게 노려보던 눈

누군가의 내일이 여기라면
사각이 좀 더 안전한 방법이길,

모서리는 깎이더라도 우리의 안전이 될 수 있다는 모순!

매일매일 갇힌 동물처럼
어느 것 하나 ‘함께’라 부를 수 없는 나의 우리를
동물원 가서 묻는다, 갇힌 슬픔이 튀어나와 나를 덮칠 것 같아도

벗어나지 못하는 건 나만이 아니라는 것
물려받은 유전자가 그렇다는 걸

동물은 왕국을 포기하고,
텔레비전을 보는 우리는 우리를 훌쩍 뛰어넘지 못하는데

밖은 여전히 우리를 뛰쳐나간 아이들의 뒤집기가 한창이다

우리가 모르는 우리가 가끔 내 눈에만 보이지만
선뜻 먹이를 주지도
손을 내밀지도 않는

목숨을 건
네모 속 갇힌 최악의,

서부경남신문  newsnuri@hanmail.net

<저작권자 © 서부경남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서부경남신문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