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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가 넝쿨이 되어 욕되게 하는 세상에
  • 서부경남신문
  • 승인 2019.09.05 13:59
  • 호수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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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도록
이제는 정의를 심을 수 없겠는가

친일 부역자들의 기득권 형성은
공정한 민주주의를 방해하게 해

이이화 연구공간 파랗게날 대표연구원.

“조센징! 천황폐하 만세!”

이는 일제식민지 조선의 어느 뒷골목을 지나는 이 땅의 민초에게 게다짝으로 귀뺨을 갈기려고 덤비며 일본 낭인들이 내뱉은 외마디가 아니다. 2019년 7월, 경기도 안산에 있는 평화의소녀상에 남성 몇이 다가가 갑자기 침을 뱉고 엉덩이를 흔들며 조롱한, 충격적이게도 바로 ‘한국인들’의 입에서 튀어나은 소리였다. 이들이 유튜브 채널에 일본군성노예를 모욕하고 차마 입으로 담기 어려운 끔찍한 망언들을 쏟아내고 평화의소녀상에 욱일기를 올려 사진을 찍고 수차례 신사참배를 하기도 한 그 단면일 뿐이다.

이들이 처참했던 우리 근대사를 희롱하는 근저들은 바로 <반일 종족주의>란 책에 있다. 이영훈 전 서울대 경제학 교수, 김낙년 동국대 경제학 교수, 이우연 낙성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 그리고 이승만학당이 제작하고 유포하는 동영상들을 글로 옮겨 내놓은 것이다. 부제란 것이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기억과의 투쟁, 그 진실된 역사이야기가 시작됐다!”라며.

이들의 발언들은 그야말로 격의 없다. “많은 조선인은 자신들의 의사로 일본에 갔으며 징용은 합법적이었다. 조선인 노무자들의 임금은 높았고, 전쟁 기간 자유롭고 편한 삶을 살았다.”(이우연, 일본 극우 역사단체 국제역사논전연구소의 지원을 받아 2019년 7월, 스위스 제네바 유엔 인권이사회 정기회의에서 일본 극우인사 슌이치 후지키를 대신해 발언), “(조선인 징용자들이) ‘밥을 조금 줬다’ 그러는데, 일본인 하고 똑같이 줬다. 그런데 한국인들은 많이 먹는다. 그러니까 배가 고팠다.”(이우연, MBC뉴스 2019년 8월 인터뷰 중), “일본은 일제강점기 당시 위안부 피해자들을 강제 연행한 것이 아니라 ‘위안부’라는 것은 본인이 원해서 행한 일들이며, 위안부 피해자들은 풍족한 삶을 살았다. … 일제 식민지배 기간 동안 강제동원이나 식량수탈, 위안부 성노예 같은 반인권적 만행은 없었다. 일제 강점기를 거쳤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발전이 있었다.”(이승만학당 이영훈 교장 및 그의 일원들).

이 책 <반일 종족주의>의 출간을 기념하는 자리에서 나온 몇 정치인들의 발언들도 폭주하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위대한 학자 … 사실은 제가 토착 왜구입니다.”, “이게 100만 권이 팔려가지고 전 국민이 눈을 뜨고….”

이제는 이렇게 버젓이 말하는 인사도 나오고 있다. “지금은 우리나라가 마땅히 친미·친일을 해야지 친북·친공을 해서야 되겠나? 지금은 토착왜구를 물리칠 때가 아니라 토착빨갱이를 몰아낼 때가 아닙니까?”

정의가 엎어지고 불의에 용역하던 자들이 용서도 없이 큰소리치며 천수를 누려온 탓이니, 우리 같은 나라가 세계 어디 있을까? 폭압의 일제식민통치에 협력해 사리사욕을 챙기며 민족을 사지에 몰아넣은 이 땅의 민족반역자와 친일부역자는 해방 이후 어느 누구도 처벌받지 않았고, 대를 이어 안락을 누리며 기득권층을 형성하여 온 것이다.

해방 직후 정략적 이유로 친일반민족 청산의 중차대한 기회를 망쳐 민족사의 정도가 일그러진 우리 현대사는 옳고 그름의 가치 혼돈을 지나고 있다. 민족이 아니라 일신의 이해타산을 위해 굴종하며 살라고 가르치고 있진 않은가? 불의가 넝쿨이 돼 욕되게 하는 세상에 우리도 왜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도록 정의를 심을 수 없겠는가.

서부경남신문  newsnur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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